세상사람 다 제주도 온듯, 호텔도 비행기도 꽉꽉 찼다

입력 2020.06.29 19:06 | 수정 2020.06.29 22:21

코로나로 해외 못나가자
국내 소비시장 다시 기지개

지난 주말 제주 해수욕장들은 정식 개장도 하지 않았지만, 관광객들로 붐볐다.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 26~28일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9만9161명. 이 중 99.7%가 내국인이다.
주말인 지난 27일 오후 개장을 나흘 앞둔 제주 이호해수욕장이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주말인 지난 27일 오후 개장을 나흘 앞둔 제주 이호해수욕장이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내국인 수로만 따지면, 코로나가 없었던 지난해 6월 마지막 주 주말(28~30일)의 98.7%까지 회복됐다. 이달 제주 국내선 항공편은 전년 대비 27% 가량 줄었고, 호텔은 ‘사회적 거리 두기’ 차원에서 일부 객실을 비워둔 상태다. 이를 감안하면 내국인 제주 관광은 만원(滿員)에 가깝다.

지난 4월까지 국내 소비 시장은 ‘잃어버린 봄’이나 마찬가지였다. 지난달부터는 소비 심리가 서서히 회복되더니,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보복 소비’ 열풍이 불어닥칠 조짐이다. 보복 소비란 전염병·전쟁·테러 등 외부 요인으로 억눌러야 했던 소비 욕구를 한꺼번에 분출하는 현상이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해외 여행이 어려워지자, 쇼핑객들은 지갑을 가까운 곳에서 열고 있다. ‘소비의 로컬라이제이션(localization·지역화)’ 현상이 본격화하는 것이다.

◇제주 항공편·호텔은 만석

지난 26일부터 2박3일 제주 여행을 다녀온 회사원 정모(26)씨는 예상치 못한 경험을 여러 차례 겪었다. 제주 공항에 도착하면 빌리려고 했던 렌터카는 이미 모두 나가고 없었다. 아직 개장도 안 한 해수욕장은 사람들로 붐볐다. 호텔 조식(朝食) 뷔페를 먹으려고 오전 7시쯤 식당에 내려갔을 땐, 입구에 수십 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정씨는 “요즘 제주에 사람이 많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했다.
26일 오전 제주시 애월읍 곽지해수욕장에서 서핑 교육을 받는 사람들. /연합뉴스
26일 오전 제주시 애월읍 곽지해수욕장에서 서핑 교육을 받는 사람들. /연합뉴스
이달 들어 롯데·신라 등 제주 특급호텔은 거리두기 차원에서 일부러 비워둔 객실을 제외하면 주말마다 만실이다. 제주 렌터카 업체들도 코로나 이후 60~70% 가까이 급감했던 예약이 최근 성수기 수준으로 회복됐다. 29일 제주의 한 렌터카 업체에 전화를 걸어 경차 대여를 문의하자, “주말 예약은 3주 뒤까지 다 찼다”는 답이 돌아왔다. 항공사 관계자도 “주말 제주로 들어가는 항공기는 빈 좌석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은 “올해 상반기(1월~6월 25일) 여행 상품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해외여행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75% 감소하고, 국내 호텔·레지던스 판매는 27% 늘었다”고 밝혔다.

호텔 투숙률은 고객층에 따라 엇갈린다. 외국인 단체 관광객 비중이 큰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은 주말 투숙률이 20% 수준이지만, 호캉스(호텔에서 휴가를 보냄)족이 많이 찾는 서울 신천동 롯데시그니엘서울은 80%를 넘는다. 호텔롯데 관계자는 “부산·광주 지방 고객도 잠실까지 호캉스를 즐기러 오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여행이 ‘셧다운’ 상태가 되고, 이를 대체하는 국내 여행 수요가 늘면서 여행 수지 적자도 개선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여행 수지 적자는 3억445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0.9% 감소했다. 지난 1분기 카드 해외 사용액도 36억달러(약 4조33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3%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카드 국내 사용액은 205조8000억원으로 2.5% 증가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국내로 들어오는 여행객이 줄었지만,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은 그보다 더 크게 줄었다”고 했다.

◇면세품 사려고 돗자리 깔아…백화점·아웃렛 기지개

국내 소비가 늘면서 백화점과 교외형 아웃렛 매출도 반등했다. 롯데백화점은 이달 1일부터 28일까지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 늘고, 아웃렛 매출은 14% 늘었다. 지난 4월과 5월 백화점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12%, 4% 감소했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도 백화점과 아웃렛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6%, 21.4% 늘었다. 지난 4~5월 현대백화점 매출은 각각 9.8%, 3.8% 감소했다. 백화점 관계자는 “해외 쇼핑을 못하는 이들이 국내에서 지갑을 여는 ‘쿼런틴(격리) 소비’를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롯데백화점에서 재고 면세품을 사려는 시민들이 자리를 깔고 앉아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롯데백화점에서 재고 면세품을 사려는 시민들이 자리를 깔고 앉아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백화점·아웃렛 매출 상승세는 해외 소비를 대체하는 명품이 주도하고 있다. 신세계·롯데면세점의 명품 재고가 계열 온라인 쇼핑몰 에스아이빌리지·롯데온에 풀린 지난 22~23일, 아침부터 온라인에선 한바탕 ‘클릭 전쟁’이 펼쳐졌다.

골프장도 만원이다. 불황에 휘청이던 골프장은 15년만에 북적이기 시작했다. 경기도 포천의 한 골프장 대표는 “요즘 주말 낮 황금 시간대 부킹(예약)은 ‘하늘의 별 따기’이고 평일 예약도 어렵다”고 했다. 참좋은여행에 따르면 이달 국내 골프여행 패키지 예약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4배 늘었다.
요즘 골프장은 15년 만에 호황을 맞았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요즘 골프장은 15년 만에 호황을 맞았다.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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