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 대 안팔았는데… 현대차 시총 넘은 트럭회사

조선일보
입력 2020.06.29 03:39 | 수정 2020.06.29 11:43

[Close-up] 혁신이 좌우한다

트레버 밀턴 니콜라 CEO
트레버 밀턴 니콜라 CEO
니콜라 32조원, 현대차 21조원.

수소 트럭 업체인 니콜라의 시가총액(주가X발행 주식 총수)이 현대차를 훌쩍 넘어섰다. 아직 테슬라(214조원)의 시가총액에는 못 미치지만, 미국의 전통 완성차 업체 포드(28조원)와 피아트크라이슬러(16조원)도 이미 넘어섰다. 지난 4일 상장된 지 아직 한 달도 안 됐지만, 주식시장에선 이미 '제2의 테슬라'가 될 것이란 기대감까지 부풀고 있다. 그동안 차를 한 대도 팔지 않아 매출도 0인 니콜라는 어떻게 매출 100조원에 세계 최선두권 수소차 기술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현대차보다 비싼 회사가 된 것일까.

◇CEO의 '수소 생태계' 비전 먹혔다

니콜라가 아무런 실적도 없이 나스닥 상장 4일 만에 포드의 시가총액을 앞서자 일각에선 '거품'이란 주장도 제기됐다. 하지만 업계에선 CEO의 '친환경 수소 생태계'에 대한 비전이 투자자들을 설득한 결과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29세 때 니콜라를 창업한 트레버 밀턴(38) CEO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비견되는 '비전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태양광발전으로 얻은 전기로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고, 저장하고, 충전하는 일련의 '수소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배출 가스 제로(0)'인 친환경 에너지 생태계를 구축해 디젤 트럭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또 1회 충전으로 1920㎞를 가는 수소 트럭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픽업 트럭 1대, 화물 트럭 3대의 사양을 공개했다.

2023년까지 북미에 수소 충전소 28곳을 갖추고 수소 또는 전기 트럭 5500대를 파는 것을 시작으로 장기적으로 충전소 800곳을 깔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충전소 중 일부 거점은 태양광발전 설비까지 함께 구축되는 '온 사이트' 충전소다. 이런 충전소는 한 곳에 수천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돼, 실제 자금 조달 가능성과 수익성에 대해 일각에선 의문을 제기한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 시가총액 그래프

또 니콜라가 개발하고 있다는 수소 트럭에 어떤 수소연료전지가 들어가는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고 있는 점도 '거품론'의 근거다. 지난 18일 블룸버그는 니콜라가 공개한 시제품 '니콜라 원'에 수소연료전지가 들어있지 않았다며 '빈 껍데기'라고 지적했다. 수소연료전지는 수소차의 '심장'과 같은 부품으로, 전 세계에서 기술력을 가진 업체가 많지 않다.

그런데도 니콜라가 IPO(기업 공개)에 성공하고, 다수 글로벌 기업의 투자 유치에 성공한 것은 CEO의 카리스마와 비전이 먹힌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2018년 일찌감치 니콜라에 투자한 한화 관계자는 "니콜라는 이 모든 것을 혼자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수소연료전지·충전소·트럭 등 잘하는 업체들을 참여시키고, 자신들은 일종의 '플랫폼'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CEO의 비전을 보고 이탈리아 트럭 업체 이베코, 세계 최대 부품사 보쉬 같은 업체들이 이미 투자를 단행했다"고 말했다. 트레버 밀턴은 최근 주가 거품 논란이 일자 "수소 트럭이 왜 전기 트럭보다 효과적인지" 조목조목 비교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몇 시간씩 걸리는 전기 트럭에 비해 15분이면 충전이 가능하고, 수소 탱크는 배터리보다 수명도 훨씬 길며, 300마일(480㎞) 이상 주행에서는 수소가 훨씬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트레버 밀턴은 유타대학을 중퇴하고 다섯 회사를 창업한 경험이 있는 사업가지만, 화려한 경력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를 만나본 사람들은 "그의 아이디어와 설득력에 매료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현대차도 수소차 세계 최고인데…

현대차도 수소차 기술력은 내로라할 수준이다. 특히 현대차는 세계에서 가장 가성비 높은 수소연료전지를 양산하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니콜라와 현대차 주가가 이렇게 극단의 길을 걷는 원인은 결국 혁신의 부재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 정확히는 '혁신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대차 역시 수소 전기 트럭을 2023년 본격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지만, 수소 생태계에 대한 뚜렷한 비전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현대차 역시 수소 충전소 구축 사업을 벌이고는 있지만, 대부분 정부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고, 태양광발전을 통한 수소 생산과 관련된 계획은 전혀 내놓고 있지 않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대차도 '도심 항공 모빌리티' 비전이나 '모빌리티 서비스 설루션'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 전기차 기술력' 등 다양한 비전과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하지만 실제 시장 참여자들에게 그 '혁신'에 대한 믿음을 주지 못하면서 현대차의 본래 가치보다 더 저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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