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검찰의 고민… 이재용 등 20명 공소장 일단 준비

입력 2020.06.29 01:31 | 수정 2020.06.29 07:54

尹총장, 수사팀 의견 감안해 결정… 이번주 안에 기소여부 결론 낼 듯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수사 중단 및 불기소' 의결을 한 지난 26일에도 검찰 수사팀은 이 부회장을 포함, 삼성 임직원 20명에 대한 기소 서류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수사심의위가 '10대3'인 압도적 표차로 불기소 의견을 낸 만큼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수사팀 의견을 듣는 등 시간을 갖고 기소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28일 전해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윤 총장이 차분하게 생각할 시간을 가진 뒤 이번 주 안에 결론을 내리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피의자 20명 입건한 檢, 수사심의위 권고에 고심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삼성물산·제일모직 불법 합병 의혹,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 의혹과 관련해 이 부회장, 최지성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팀장 그리고 삼성물산 법인에 대해서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공소장을 작성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대검 수사심의위원회에서 벌어진 검찰과 삼성의 공방 정리 표
/조선일보
또한 이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로 조사한 삼성 임직원 30여 명 가운데 일부를 제외하고 총 20명 정도를 기소 대상으로 추린 상태라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20명 가운데 핵심은 이 부회장 기소 여부인데 현재로선 수사팀 의견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대개 사건에서 수사팀은 책임자급을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수사팀으로선 이 부회장을 불기소해 1년 7개월간 진행했던 수사를 스스로 부정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수사팀은 26일 오후 수사심의위의 심의의견을 접하고 나서 "수사 결과와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심의의견을 종합해 최종 처분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짤막하게 밝힌 뒤 추가 입장을 내지 않았다.

반면, 검찰이 수사심의위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이 부회장을 기소한다면 '검찰이 자기들이 만든 제도를 무력화했다'는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

◇이재용 기소 여부, 윤 총장이 최종 결정

앞서 26일 수사심의위는 9시간 논의 끝에 '수사 중단 및 불기소'를 의결했다. 당시 위원들은 삼성 측 변호인에게 "이재용 부회장이 기소되면 안 되는 이유가 있느냐. 과거 국정 농단 사건으로 이 부회장이 수감됐을 때도 삼성 경영은 차질이 없지 않았느냐"고 질문했다고 한다. 또 "혐의가 모호해도 재판에서 다퉈 무죄를 받는 게 이 부회장으로서도 낫지 않으냐"는 질문도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삼성 측은 "이재용 부회장 개인에게 국한된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수사심의위를 신청한 것"이라고 했다. 삼성 측은 또 "검찰 주장대로라면 지주회사 격인 삼성물산이 범죄로 탄생했다는 것이고, 삼성바이오 4조원 분식이 맞는다면 회사가 상장폐지되어야 한다"며 "기소되더라도 무죄라고 확신하지만 재판이 진행되는 6~7년 동안 삼성그룹은 치명적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검찰이 기소하면 합병 과정을 문제 삼아 엘리엇을 비롯한 해외 투기 자본이 다시 경영권 공격을 시작할 게 자명하고 이를 방어하느라 수조원이 필요할 수 있다"는 논리도 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바이오 분식 회계 의혹에 대해 '분식 회계라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법원 판결도 제시했다는 것이다.

반면, 검찰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삼성바이오 분식 회계 등 경영권 불법 승계 작업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수조원을 이익 봤다"면서 이 부회장 기소의 불가피성을 주장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삼성 그룹이나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따질 게 아닌, 이 부회장 개인 문제"라는 주장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공방에 수사심의위원들은 결국 삼성 쪽 손을 들어줬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에 대해 굉장히 많은 검토가 있었고 오랜 토론이 벌어졌다"고 했다. 회의 일주일 전에 선정된 위원에는 변호사 4명, 법학 교수 4명, 종교인, 언론인, 회계 전문가 등이 포함돼 있었다. 수사팀 안팎에선 "19개월 수사를 9시간 만에 판단하겠다는 것부터가 애당초 무리였다"며 "결국 '여론조사'나 다름없었던 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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