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을 말한다] 스님과의 브런치

조선일보
  • 반지현 작가·회사원
입력 2020.06.27 05:00

반지현 작가·회사원
반지현 작가·회사원
회사 방침으로 우연히 참가한 템플스테이에서 사찰 요리를 처음 맛봤다. 입에 대기도 전에 눈부터 환해졌다. 매일 먹고 싶었다. 회사 대신 절로 출근할 순 없으니 사찰 요리를 직접 배우기로 마음먹었다. 취미로 요리는 곧잘 해왔지만, 정식으로 요리를 배우는 건 처음이라 가슴이 두근거렸다. 게다가 내 인생 첫 요리 선생님이 스님이라니! 처음엔 어디서 보지도 듣지도 못한 메뉴를 배운다는 사실이 너무 신났다. 육근탕, 묵은지잡채, 봄향기만두…. 수업할 때마다 맛있는 걸 먹는다는 생각에 들떴다.

그런데 해가 거듭될수록 요리에 담긴 마음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버섯·당근·두부…. 마트에서 일이천원 남짓이면 살 수 있는 식재료들이 아름다운 요리로 탄생할 수 있는 건, 스님들 요리 기술이 대단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눈앞의 재료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정성껏 요리하는 태도가 그 비결이었다. 마음의 태도를 배우면서 나 또한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뭐든 빨리하려는 오랜 습성부터 바뀌었다. 편안한 마음으로 만든 요리가 안달복달 애쓰며 만든 것보다 훨씬 괜찮다는 걸 경험하니 힘이 꽉 들어가 있던 어깨가 비로소 가벼워졌다. 맛없으면 어떡하지? 실수로 망칠까 봐 두려워만 하다가, 다음에 잘하면 된다고 용기를 내는 사람으로 변했다. 사찰 요리를 배울수록 소중한 무엇이 내 안에 차곡차곡 쌓이는 기분이었다. 여름의 초록이 짙어지듯 나라는 사람이 점차 선명해지는 것 같았다.

사찰 요리는 간단해 보이지만 만든 이의 마음이 그대로 드러난다. 과정 하나만 빠뜨려도, 재료 손질법만 살짝 바꿔도 맛이 천지 차이다. 그래서 과정의 아주 작은 부분도 허투루 할 수 없다. 요리하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 '스님과의 브런치'(나무옆의자)는 읽는 분들에게 내가 대접하는 사찰 요리 한 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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