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 코리아] '멍부'들의 전성시대

입력 2020.06.27 03:16

부동산·최저임금·탈원전 등 손대는 일마다 망친 정부
180석 여당까지 가세해 '멍부'들의 폭주 문이 열렸다

최규민 경제부 차장
최규민 경제부 차장
어느 직장에나 무능하면서도 불필요하게 일을 벌여 주변을 피곤하게 만드는 유형의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을 가리켜 '멍청하고 부지런하다'는 말을 줄여 '멍부'라고들 한다. 요즘 정부가 일하는 걸 보면 멍부라는 말이 이보다 잘 어울릴까 싶다.

부동산 정책이 대표적인 예다. 대통령 당선 직후 서울 강남 집값이 들썩이자 정부는 2017년 6·19 대책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총 21번의 부동산 대책을 냈다. 50일에 한 번꼴이다. "사는 집 한 채 말고는 다 파시라" "부동산으로 돈 버는 시대는 끝났다"는 호언장담도 곁들였다. 그 결과는 모두가 아는 대로다. 대책이 나올 때마다 전국의 집값이 올라 이제 무주택자들은 '부모 찬스'나 로또 당첨 없이는 내 집 마련은 꿈도 못 꾸게 됐다. "규제만으로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전문가들 말을 듣고 가만히나 있었으면 이 지경으로 엉망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최저임금도 마찬가지다. 현 정부가 집권하기 전에도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최저임금이 가장 빠르게 오르는 나라였다. 박근혜 정부 때 최저임금 인상률이 연평균 7.4%였다. 그 정도 속도만 유지했으면 최저임금을 둘러싼 불필요한 논란과 부작용 없이도 2023년쯤 최저임금 1만원에 도달하게 돼 있었다. 그런데도 임기 중 기필코 1만원을 달성하겠다고 오기를 부리며 최저임금을 2년 연속 두 자릿수 올렸다. 그 결과 일자리만 망가뜨리고 1만원 달성 공약도 지키지 못했다.

에너지 정책도 그렇다. 정 그렇게 탈원전을 하고 싶었다면 이미 가동 중이거나 건설 중인 원전은 놔두고 새 원전 짓는 것만 포기하면 될 일이었다. 다른 나라도 다 그렇게 탈원전을 했다. 굳이 멀쩡히 잘 돌아가는 원전을 없애겠다고 온갖 무리수를 동원하다 엄청난 돈과 일자리만 날렸다. 셀 수 없이 손대 너덜너덜해진 교육제도, 빈부 격차만 키운 소득 주도 성장, 취준생들 마음에 못을 박은 '비정규직 제로' 정책 등 비슷한 일들이 지난 3년 내내 곳곳에서 반복됐다.

정상적인 기업이라면 적절한 인사 조치로 멍부가 회사를 망치는 것을 막는다. 제대로 된 국가라면 인사권자인 국민이 무능한 정부에 경고장을 날려야 한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이번 총선에서 여당에 180석을 몰아주며 A+ 성적표를 안겼다. 그 덕에 부동산 대책에서 21전 21패를 하고도 "아직 쓸 수 있는 정책 수단이 남았다"며 허세를 부린다. 이에 더해 멍부 의원들까지 대거 가세할 길을 터줬다. '1호 법안' 타이틀을 따겠다고 보좌관에게 4박 5일 줄 서기를 시킨 한 여당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멍부들의 대활약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다. 그 뒤를 이어 협력이익 공유제, 전·월세 무기한 연장법, 5·18 왜곡 처벌법, 한 달 알바 퇴직금제 같은 무모한 법안들이 무더기로 쏟아지고 있다.

직장 생활을 해본 사람들은 멍청하고 게으른 '멍게' 상사가 멍부보다 낫다고 입을 모은다. 총명함이 부족해 조직에 크게 도움은 안 되지만, 적어도 쓸데없이 나대다 문제를 악화시키거나 직원들을 괴롭히지는 않기 때문이다. 국가도 마찬가지여서, 한국 정도면 운전자가 누구든 핸들에 손만 올려놓고 있어도 그럭저럭 굴러갈 만한 시스템이 갖춰진 나라다. 오히려 초보 운전자가 이리저리 핸들을 돌리고 액셀과 브레이크를 번갈아 밟을 때 사고가 난다. 국가 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이 가장 취약한 분야로 꼽히는 건 '정책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다. 할 일을 제대로 못 할 바엔 차라리 아무것도 안 하는 게 훨씬 낫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걸 알았다면 애당초 멍부가 됐을 리도 없다. 멍부의 폭주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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