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The Column] 미국은 지원 없이 중국에 맞서라 요구 말아야

조선일보
  •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
입력 2020.06.26 03:16

美 동맹국 경제네트워크 추진… 글로벌 중국 의존도 약화 목적
'사드 사태'처럼 중국 보복 고민… 참여 원하면 지원도 병행해야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
미국이 개방성, 법치, 투명성이란 원칙에 기반한 국가, 기업, 시민사회 단체들로 구성된 포괄적 동맹으로 '경제번영네트워크(EPN)'를 제안했다. 이런 가치를 지닌 국가들은 이 네트워크 일원으로 환영받으며 네트워크 안에서 파트너로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공통의 정치적 가치를 바탕으로 선택적인 경제적 의존성을 창조하려는 시도다.

EPN의 효과는 글로벌 공급망의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네트워크에 참여한 국가들을 통해 공급망의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데 있다. EPN은 트럼프 행정부에서든 다음 행정부에서든 미국 정책의 일면이 될 것이다. 공급망이 중국에 의존하도록 두는 위험성은 전부터 명백했지만 코로나19 대유행은 그 위험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필자는 아무도 코로나 대유행에 대해 알지 못했던 몇 달 전부터 EPN에 대한 논의를 들었다.

미국은 민주주의 동맹국 동료들이 EPN에 참여해 주길 분명히 원하고 있다. 많은 경우, 이 나라들은 미국의 군사적 동맹국이면서 중국을 최대 무역 파트너로 두고 있기 때문에 근본적 딜레마가 생긴다.

미국이 한국에 초점을 두고 있는 건 틀림없다. EPN을 담당하는 키스 크라크 국무부 경제 차관은 2019년 11월 한미 고위급경제협의회에서 한국 당국자들에게 그 개념을 소개했다. 크라크는 최근 이태호 한국 외교부 차관에게 이를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올가을 열릴 다음번 한미 고위급경제협의회에서는 미국이 한국 답변을 원할 것으로 예상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한국 반응은 분명히 애매하다. 크라크가 처음 이 아이디어를 제시했을 때 한국 외교부 당국자들은 그 논의가 별로 구체적이지 않고 대체로 '개념적'인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들은 미국이 분명하게 한국 지지를 요청한 건 아니며 그 논의가 아주 일반적이었다고 애써 말했다. 하지만 미국 요청이 더 명확해질수록 한국 정부는 더 모호해졌고, 그저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며 정부가 '확실한' 입장을 정한 건 아니라고만 말했다. 일부 한국 언론은 EPN 구상이 "설득력이 없다"면서 사드 논란 당시 징벌적 경제 조치를 닮은 중국의 보복에 대해 우려했다.

한국이 EPN에 대해 얼버무리거나 참여 결정을 끝없이 미루고 싶어할수록, 2기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 구조적으로 디커플링하려는 더 폭넓은 전략적 노력의 하나로 이 이니셔티브를 강하게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중립을 지키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다. 이런 결정에 직면한 한국에 '올바른' 답이란 없다. 한쪽 강대국 편을 들면 다른 쪽 부정적 반향을 초래할 것이란 점에서 이 결정은 '제로섬'이다.

미국엔 중국과 EPN에 관한 전략이 있다. 그러나 자신의 동맹국들과 EPN에 관한 전략도 있어야 한다. 서로 '신뢰하는' 국가들과 공급망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EPN에 참여해야 한다고 상대국을 설득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한국 같은 동맹국들이 사드 수용, 5G 통신망에 대한 화웨이 접근 차단, 그리고 EPN 참여처럼 어려운 선택을 할 것을 미국이 기대한다면 이런 선택의 결과를 이겨내도록 한국을 도울 책임은 전적으로 미국에 있다. 왜냐하면 중국은 일본, 필리핀, 노르웨이, 호주 등을 포함해 중국 뜻을 거스르는 행동을 하는 모든 국가에 했던 것처럼 100% 한국에 보복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의 '포식성 자유주의(predatory liberalism)'다. 만약 미국이 중국의 포식적 행동에 맞서 한국 같은 작은 파트너를 지원해 주겠다고 약속하지 못한다면, 중국에 맞서는 선택을 하라고 요청하지도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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