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천공항 정규직시험 걱정마, 초등생 퍼즐문제 나온대"

입력 2020.06.24 17:18 | 수정 2020.06.26 13:53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조 문건보니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 검색 요원이 소속된 노조에서 만든 것으로 알려진 문서에 공개된 다른 공기업의 전환 시험 수준. 한국공항공사 전환 시험의 경우, 초등학생 수준의 퍼즐 문제가 출제됐다/원우식 기자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 검색 요원이 소속된 노조에서 만든 것으로 알려진 문서에 공개된 다른 공기업의 전환 시험 수준. 한국공항공사 전환 시험의 경우, 초등학생 수준의 퍼즐 문제가 출제됐다/원우식 기자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직접고용 결정에 대한 비난 여론을 끓어오르자, 비정규직 노조가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꼼수’를 담은 문건을 만들어 자기들끼리 공유하고 있다는 의혹이 온라인에서 제기됐다.

다수의 인천국제공항공사 현직자에 따르면, 최근 정규직 전환이 결정된 보안 검색 요원들이 속한 A노조는 최근 3페이지 분량의 문서를 만들어 이를 노조원들에게 공유했다.

본지가 입수한 이 문서에 따르면 인천공항 보안 검색 요원 1900여명은 10~11월 필기 시험과 면접 등을 거친 뒤 12월 ‘청원 경찰(정규직)’로 임용된다. 이들이 채용절차를 모두 통과해 임용에 성공한다면, 평균 3800만원 정도의 연봉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문서에 따르면, 정규직 전환 대상자는 참고서 없이 필기 시험(클로즈북 테스트)을 봐야 한다. 그러나 이들이 필기 시험에서 탈락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문서에 따르면 기존 보안검색 요원은 “무조건 가산점을 부여”받으며, “최소 2~3회의 (응시) 기회를 보장”받기 때문이다.

시험에서 기준 점수에 미달해도 정규직 전환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예정이다. 문서는 “(시험 탈락자에 대한) 구제 방안도 마련 예정”이라며 “소송으로도 구제가 가능하다”고 알렸다. 필기 시험이 사실상 전원 합격이 보장된 ‘형식적 절차’라는 것이다.

문서에서는 이 같은 형식적인 필기 시험을 진행하는 이유에 대해서 “추후 뒤탈이 나지 않기 위해”라고 설명했다. 취업준비생들이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아무 노력도 없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고 비판하는 것을 무마하기 위해 직무 능력과 관련없는 쉬운 시험을 형식적으로라도 치러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들은 인천국제공항공사보다 먼저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 채용한 세종시 정부청사, 한국공항공사의 전환 시험을 예시로 들기도 했다.

문서에 따르면, 2018년부터 특수경비원을 청원경찰(정규직)로 전환한 세종시 정부청사의 경우 전환 첫 해 시험을 ‘응시자들이 시험을 보면서 단체로 상의해도 되고, 컨닝도 허락되는 형태’로 치렀다. 한국공항공사의 경우에는 초등학생도 풀 수 있는 간단한 ‘순서 맞추기’ 퍼즐을 전환 시험 문제로 출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세종시 정부청사 측은 “당시 전환 시험이 쉬운 수준이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시험장에 감독관이 여러명 들어갔고 부정행위(컨닝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명확히 마련해 진행했다”면서 “컨닝이 가능한 시험이었다는 것은 한 사람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인크루트가 이달 초 조사한 ‘가장 일하고 싶은 공기업’ 설문조사에서 인천국제공항은 18.4%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이번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대상은 초봉이 4500만원에 달하는 공사 일반직과는 다르다. 그러나 취업준비생들이 ‘꿈의 직장’으로 꼽는 공기업에 기존 정직원 수(1400여명)를 뛰어넘은 1900여명의 정규직이 새로 생긴다는 점 때문에, 20~30대 청년들은 ‘역차별’이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이 같은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문서 마지막에 “악의적인 댓글에 반응할수록 그들 세력에 오히려 도움을 주는 결과만 초래한다”며 “조금이라도 걸림돌이 될만한 불필요한 행동은 삼가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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