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취] 토머스 쿤부터 빌 브라이슨까지… 인문·사회 명저 펴낸 베테랑 출판인

조선일보
입력 2020.06.22 05:00

박종만 까치글방 창립자 별세

박종만 까치글방 창립자
/조선일보 DB
박종만(75·사진) 까치글방 창립자가 지난 14일 지병으로 타계했다. 아들 후인씨와 딸 후영씨는 21일 지인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아버지가 가족들의 손을 잡고 편안히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유언에 따라 가족들만 모여 장례미사를 드리고, 서울 흑석동 성당 '평화의 쉼터'에 모셨다. 아버지께서는 생전에 베풀어주신 후의와 배려에 깊이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전해달라고 당부하셨다"고 전했다.

경남고와 부산대 영문학과 졸업 후 1975~1977년 월간 '뿌리깊은 나무' 편집부에서 일했다. 1977년 까치글방을 창립해 차기벽 성균관대 명예교수의 '한국 민족주의의 이념과 실태'를 첫 책으로 냈다. 이후 에두아르트 푹스의 '풍속의 역사', 스티븐 호킹의 '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 토머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 더글러스 호프스태터의 '괴델, 에셔, 바흐', 사마천의 '사기',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 등 인문학·사회과학·자연과학 분야 명저들을 펴내 한국 사회의 지적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꼭 필요하지만 소개되지 못한 책을 펴내자는 것이 남편의 신념이었다"고 아내는 전했다. 세계적 석학들의 묵직한 책에 주력했지만, 70만부 팔린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같은 베스트셀러도 놓치지 않은 베테랑 출판인이었다.

건강이 나빠지면서 대표 자리를 딸에게 물려주고 편집위원으로 있었지만, 모든 원고의 최종 교열을 직접 보는 완벽주의자였다. 책의 날 기념 국무총리 표창(2000), 올해의 출판인상(2001), 대한민국 문화예술상(2004) 등을 받았다. "퇴원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좋은 계절에 건강과 행복을!" 지난달 그에게 받은 마지막 문자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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