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관존? 심판과 '밀당'하는 능구렁이 컨트롤 마법사 유희관

입력 2020.06.19 17:04

8년 연속 10승에 도전하는 유희관,
벌써 5승 거두며 다승 공동 2위
주심 고유 스트라이크존 파악한 뒤
칼날 제구력으로 이를 활용

18일 삼성전에서 투구 자세를 취한 유희관. / 박재만 스포츠조선 기자
18일 삼성전에서 투구 자세를 취한 유희관. / 박재만 스포츠조선 기자

두산 선발투수 유희관(34)은 꾸준함의 대명사다. 2013년 10승7패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11승 8패)까지 7년 연속 10승을 달성했다. 유희관이 올 시즌에도 10승을 거두면 정민철(48) 한화 단장, 장원준(35·두산)과 함께 역대 두 번째인 8년 연속 10승의 대기록을 세우게 된다. 이 부문 최다 연속 기록은 이강철(54) KT 감독이 해태 시절 기록한 10년이다.

유희관은 올해도 순항 중이다. 18일 잠실 삼성전에서도 노련한 투구로 시즌 5승(1패)째를 거두며 8년 연속 10승 전망을 밝혔다. 두산 알칸타라(6승)에 이어 다승 공동 2위다. 통산 100승엔 8승만 남겨 놓았다. 올 시즌 후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기 때문에 각오가 남다르다.

그는 이날 1회 3실점으로 출발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2회부터 안정을 찾으며 무실점 투구를 이어갔다. 최근 두산 불펜이 난조를 보이는 상황에서 7회까지 버티면서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두산은 유희관의 7이닝 3실점(1자책) 호투에 힘입어 7대3으로 승리하며 4연패에서 탈출했다.

유희관은 미국스포츠전문매체 ESPN의 중계진들이 놀랄 만큼 느린 공의 소유자다. 그의 올해 직구 평균 구속은 시속 128.4㎞. 체인지업(123.0km), 슬라이더(122.6km) 구속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두산 경기를 처음 중계할 당시 ESPN 중계진은 유희관을 “체인지업을 주로 던지는 투수”라고 묘사했다. 직구가 워낙 느려 체인지업으로 혼동한 것이었다.

유희관이 가끔 던지는 초슬로 커브는 감탄사를 부른다. 지난달 NC전에서 유희관은 시속 77km짜리 커브를 던졌다. 당시 에두아르도 페레스 ESPN 해설위원은 이를 보고 ‘오! 포티 나인(49마일)’이라며 즐거워했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놀라더니 방망이를 쥐고 자신도 칠 수 있겠다는 포즈를 취했다.

유희관은 공 반 개까지 조절하는 절묘한 컨트롤로 타자들을 요리한다. / 연합뉴스
유희관은 공 반 개까지 조절하는 절묘한 컨트롤로 타자들을 요리한다. / 연합뉴스

유희관이 이렇게 느린 공을 던지면서도 프로야구 무대에서 살아남는 비결은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찌르는 제구력에 있다. 유희관은 포수가 미트를 댄 쪽으로 정확하게 공을 꽂아넣는다. 이날 삼성전에서도 스트라이크존을 교묘하게 걸치는 공으로 상대 타자들을 현혹했다.

유희관은 올 시즌 타자가 배트를 휘두르지 않고 흘려보낸 ‘루킹 스트라이크’ 비율이 21.6%로 가장 높은 투수다. 타자가 스트라이크인지 볼인지 헷갈려 배트를 내지 못할 정도로 절묘한 코스에 곧잘 스트라이크를 넣는다는 의미다.

이를 바탕으로 심판과 ‘밀당’을 한다. 공 반 개까지 컨트롤이 가능한 유희관은 경기 초반 여러 군데 공을 찔러보며 그날 주심의 스트라이크 존을 파악한다. 이를 숙지한 이후엔 주심 고유의 스트라이크존에 아슬아슬하게 걸치게 공을 던진다. 많은 팬들은 심판들이 유희관에게 유독 스트라이크 판정이 후하다고 지적하며 ‘희관존’이란 말도 하지만, 심판 고유의 존을 빠르게 파악한 뒤 뛰어난 제구력으로 이를 활용하는 것이 바로 유희관의 능력이다. 일부 팬들은 “주심의 스트라이크존이 일관적이지 않은 것을 비판해야지 이를 활용하는 유희관은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유희관은 자신이 스트라이크라고 생각한 공이 볼 판정을 받으면 주저앉아 안타까운 표정도 짓는다. 이것이 주심의 스트라이크 판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확언할 수는 없지만, 이는 나름대로 주심에게 심리적인 압박을 주는 방법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물론 많은 팬들이 이 장면을 좋아하진 않는다.

유희관은 이른바 ‘볼 끝’도 좋다. 유희관의 직구는 프로야구 공식 기록 업체인 스포츠투아이의 ‘PTS(투구 추적 시스템)’의 분석 결과 구속은 120㎞ 중·후반대였지만, 회전수가 수준급 투수들의 140㎞대 공과 비슷했다. 유희관의 직구 평균 회전수는 38.3회로 양현종(38.9회)과 비슷했다. 타자들이 “유희관의 공이 무겁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유희관의 롤 모델은 시애틀 매리너스 등에서 활약한 제이미 모이어(58). 뛰어난 제구력과 두뇌피칭으로 유명했던 모이어는 평균 130km의 느린 직구로 메이저리그에서 50세까지 뛰며 269승을 올린 전설적인 투수다. 10승 이상을 기록한 시즌만 15차례에 달한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