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횡단보도 건넌 국제中, 무단횡단했다는 서울시교육청

입력 2020.06.15 03:00

곽수근 사회정책부 기자
곽수근 사회정책부 기자

"5년간 건너던 횡단보도를 갑자기 지우고 예전에 지났던 것까지 무단횡단이라고 처벌하는 꼴입니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의 국제중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한 대원국제중과 영훈국제중의 교장들은 오는 25일 청문(聽聞)을 앞두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시교육청이 2015년 제시한 평가지표에 맞춰 학교 운영을 해왔는데 작년 말 갑자기 지표 기준을 변경하고 커트라인을 60점에서 70점으로 높였다는 것이다. 당시 서울시교육청이 내놓은 평가계획안에는 평가 대상 기간이 2015년 3월부터 2020년 3월로 명시돼 있다. 평가 기간(60개월)의 약 95%가 지난 때에 기준을 높인 잣대로 평가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대원국제중 관계자는 "운동경기로 치면 종료 직전에 다른 규칙을 소급해 전체를 따지는 격이어서 올 초 서울시교육청에 항의했지만 소용없었다"고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구성원 만족도 배점은 15점에서 9점으로 낮추고, 감사 등 지적 사례에 대한 감점은 최대 5점에서 10점으로 높이는 식으로 국제중에 유리한 지표는 배점을 낮추고 불리한 지표 감점은 높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5년간 운영 성과에 대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했다"면서도 배점과 기준 변경에 대해서는 구체적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전국의 총 5개 국제중 가운데 공립인 부산국제중은 최근 재지정이 확정됐고, 경기 청심국제중은 이달 안에 재지정 평가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2018년 개교한 경남 선인국제중은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이 아니어서 전국에서 적어도 2곳은 국제중 지위를 유지하게 된 상황이다. 하지만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전국의 모든 국제중을 일반중으로 일괄 전환하도록 교육부에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의 국제중 2곳에 내린 재지정 취소에 교육부가 동의해줄 것을 요청할 뿐 아니라 다른 지역 국제중까지 없애달라는 것이다. 국제중 폐지를 공약해온 조 교육감은 지난 10일 재지정 탈락 발표 때 "평가 결과와 별개로 국제중의 존재 이유를 묻는다"며 국제중이 사교육을 부추긴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의 국제중 교장들은 "서울은 100% 추첨으로 뽑고 있는데 어떻게 국제중을 가기 위한 사교육이 있을 수 있느냐"고 반박했다.

이 학교들은 "애초에 떨어뜨리려는 의도가 담긴 평가였다"며 "청문 결과도 이미 교육청이 정해놓았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평가 기준과 배점을 바꿔가며 국제중 폐지에 몰두한 서울시교육청이 결국 평가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깎아내린 셈이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