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위험한 피부암, 악성흑색종

조선일보
  • 강진형 가톨릭의과대학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
입력 2020.06.15 03:00

강진형 교수의 오아시스


피부는 체온 조절, 수분손실 억제, 외부자극 감지, 생화학물질 합성, 노폐물 배출 등 다양한 기능을 하는 기관이다. 각질화된 표피와 혈관이 풍부한 결합조직 진피, 그리고 가장 안쪽의 피하조직까지 세 가지 층으로 구성된다.

상처가 없는 정상 피부는 외부 침입자들이 함부로 들어올 수 없는 경계를 형성하는 장벽 조직 역할을 한다. 질병을 유발하는 미생물의 침투에 대한 1차 방어선으로 작용한다. 어떤 피부세포는 호르몬 유사물질을 생산하여 백혈구 생성을 자극함으로써 박테리아와 바이러스 감염으로부터 보호하는 면역기능을 가진다.

이렇게 중요한 기능을 가진 피부는 항상 직접 눈으로 보면서 생활하기 때문에 색조 변화나 반점과 같은 이상 현상이 발견되더라도 '괜찮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방치하기 쉽다. 출혈이나 궤양 등 악화된 상태에서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피부암은 크게 세 종류로 구분한다. 피부 표피의 각질 세포인 편평세포에 발생하는 편평세포암은 출혈이나 궤양을 동반하는 특징이 있다. 기저세포암은 표피 가장 아래에 위치한 기저세포층에서 시작하며 햇빛에 노출이 많은 얼굴 부위에 주로 발생한다. 피부암 중 가장 위험한 악성흑색종은 피부나 점막에 있는 멜라닌 세포의 악성 변화로 생긴다.

표피 깊은 곳에 있는 멜라닌 세포는 검은 색소인 멜라닌을 만들고 주위 다른 표피세포로 멜라닌 과립을 전달하여 분포하게 되는데, 멜라닌은 자외선을 흡수하기 때문에 자외선에 의한 피부세포의 DNA 변이와 다른 유해한 영향을 막아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문제는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피부 흑색종이 시간이 경과하면서 암 덩어리로부터 일부 암세포가 떨어져 나와 림프관 또는 혈관을 통해서 뼈, 간, 폐 등으로 전이하며, 암 덩어리를 외과적으로 절제하더라도 재발이 잦기 때문에 치료가 까다롭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서양인들에게 많이 발생하는 표재확산흑색종(superficial spreading melanoma)은 피부가 자외선에 많이 노출되는 부위에서 발생하며 B-RAF 유전자 변이가 자주 발견된다. 반면 최근 대만, 일본, 한국인을 포함하는 아시아인에게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말단흑색점 흑색종(acral melanoma)의 상당수는 자외선에 노출되지 않는 손이나 발바닥 피부에서 생기는데 N-RAS/K-RAS 유전자변이, 세포주기조절 이상, BIRC 2, 3, 5 유전자의 복제수 증가 등이 높은 빈도로 발견된다. 피부 궤양과 관련이 있는 세포주기조절 이상과 림프절 전이는 짧은 생존 기간과 관련이 있는 불량한 예후인자임이 밝혀졌다.

악성흑색종의 20~50%는 검은 점에서, 26%는 색소성 모반에서 발생한다. 자가증상이 없고 점이나 검버섯, 사마귀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초기단계에서는 악성흑색종이라고 단정 짓기가 쉽지 않다. 다만 최근 많은 언론매체에서 피부암을 다뤄 악성흑색종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부쩍 늘어났다. 피부에 조그만 반점이 생기더라도 피부과를 찾는 경우가 꽤 많다는 기사도 접할 수 있다.

피부에 생기는 모든 반점이 악성흑색종으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때마다 병원을 찾을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다음 몇 가지 경우는 잊지 말고 꼭 기억해두었으면 한다. 점의 크기가 갑자기 0.6cm 이상으로 커졌을 때, 점의 모양이 불규칙하고 비대칭적으로 변했을 때, 점의 색조가 균일하지 않을 때, 점이 가렵거나 따갑고 통증, 출혈이 있을 때는 악성흑색종을 의심해서 반드시 피부과 전문 의사를 찾아가 보는 것을 권한다.

악성흑색종의 진단은 흑색종이 의심되는 피부 병소를 절제 생검해서 이루어지며, 병의 진행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CT, MRI. PEP-CT 검사, 림프관조영술 등을 실시한다. 외과적 수술을 통해 악성흑색종 병소를 완전하게 절제하는 것이 치료의 기본원칙이며, 수술로부터 얻은 병리조직소견을 분석해서 중등도 이상 재발 위험도가 높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보조면역요법으로 인터페론 주사를 추천한다. 하지만 환자가 병원을 방문했을 때 이미 여러 장기에 원격전이가 존재하거나 또는 외과적 절제 이후 재발한 경우는 전신적인 약물치료를 실시한다.

분자유전학의 발전으로 악성흑색종의 발생과 진행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여러 가지 유전자 변이(B-RAF, N-RAS, NTRK 유전자)가 발견됨에 따라 이들을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표적치료제를 투여해 높은 반응률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면역관문억제제(PD-L1 저해제, CTLA-4 저해제)에 대해 반응을 보이는 환자는 상당 기간 약물 반응이 유지될 수 있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향상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면역치료를 받을 수 있다.

우리 피부를 어떻게 지켜야 할까? 되도록 과도하게 햇볕에 노출되는 상황을 피해야 하며 부득이할 경우 반드시 자외선 차단제를 미리 발라서 피부를 보호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흡연과 과로, 잦은 목욕과 건조한 환경도 피부에 치명적이다. 자칫 간과할 수 있는 피부의 이상 신호에 집중하여 피부암에 대처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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