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70년의 아픔… 공양 받으시고 이젠 안락을 누리소서"

입력 2020.06.08 05:00

해원과 상생… 합천 해인사에서 열린 수륙대재와 추모 음악회

경남 합천 법보종찰(法寶宗刹) 해인사 비로탑전 앞마당에 군인 분장을 한 이들이 한 명씩 걸어나오기 시작했다. 국군과 유엔군, 북한군과 중공군, 남북 민간인 등 그 당시 희생된 넋을 위로하기 위해 수륙대재(水陸大齋)는 이렇게 시작됐다. 전통 수륙대재를 연극 혹은 마당극 형식으로 변주해 참석자들의 이해를 돕는 형식이었다.

7일 해인사 수륙대재에서 국군과 인민군 복장을 한 사람들이 입장하고 있다.
7일 해인사 수륙대재에서 국군과 인민군 복장을 한 사람들이 입장하고 있다. 이날 수륙대재는 국적을 막론하고 한국전쟁 당시 희생된 138만명의 넋을 위로하는 자리였다. /합쳔=김동환 기자
7일 오후 해인사에서 열린 '한국전쟁 70주년 해원과 상생을 위한 수륙대재'는 관욕(몸을 씻기는 의식)에 이어 해인사 스님들로 구성된 '집전단'이 6·25전쟁 당시 희생된 138만명의 고혼(孤魂)을 추모하기 위한 위령·천도(薦度) 의식으로 이어졌다. 전쟁의 아픔으로 아직 수습되지 못한 채 백골과 검붉게 산화된 흙으로 묻혀 있는 이들의 넋 또한 위로했다. '수륙대재' 현장에 참석한 불자들은 진심 어린 기도로 해묵은 갈등을 풀고 모든 한과 미움을 푸는 해원과 상생을 기원했다.

지금까지 6·25전쟁 추모 행사는 각 나라에서 자국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위주로 치러졌다. 이날 행사는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아군과 적군의 구분을 넘어 모든 희생자를 위로하는 행사로 특별히 마련됐다. 해인사 방장 원각 스님은 법어를 통해 "분노와 갈등이라는 공업(共業)을 치유하고자 수륙대재를 봉행하게 됐다"면서 "전쟁으로 희생된 영혼들께서는 온 국민의 정성스러운 수륙대재 공양을 받으시고 본심으로 돌아가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여 고통에서 벗어나 안락을 누리시길 축원한다"고 말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도 추도사를 통해 "오늘 수륙대재는 어둠을 걷어내고 아직 치유되지 않은 많은 전쟁 희생자를 천도하여 새 시대로 나아가자는 불교계의 다짐이며, 모두의 행복을 기원하는 야단법석"이라며 "한마음 돌이키면 우리는 모두 하나입니다. 꿈속의 그림자와 같은 망상의 흔적들을 지우고 평등무애한 정신을 오늘에 되살릴 때, 우리 모두는 공생과 화합의 새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인사 추모 음악회에서 희망가를 부르는 미스터트롯 톱6와 강태관(맨 오른쪽).
해인사 추모 음악회에서 희망가를 부르는 미스터트롯 톱6와 강태관(맨 오른쪽). /합천=김동환 기자
수륙대재에 앞서 전날인 현충일엔 전야제 격으로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 출신 톱6와 노사연·백지영·임형주 등이 위로의 목소리를 전하는 '추모 음악회'가 열렸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초청된 900여명만 입장할 수 있었고, 관객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에 맞춰 간격을 띄어 착석했다. 깊은 산사를 울리는 트롯맨들과 선후배 가수들의 하나 된 목소리는 하늘의 넋을 위로하려는 듯 점점 메아리쳐 갔다. '천 개의 바람이 되어 날아간'(천개의 바람이 되어) 호국영령들의 넋은 '이 풍진 세상을 만나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희망가)를 묻고, '우리들 날지도 못하고 울지만, 밤하늘을 날아 꿈빛 궁전으로 갈 수도 있다'(깊은 밤을 날아서)고 희망의 메시지를 건네주는 듯했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임영웅·영탁·이찬원·정동원·장민호·김희재 등 '미스터트롯' 톱6는 시대를 넘나드는 선곡으로 가슴 시린 한 편의 드라마를 완성했다.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에서 흥과 한으로 어우러진 완성도 높은 무대로 '코로나 바이러스'로 힘들었던 대한민국에 큰 위안을 줬듯, 이번엔 한층 더 깊어진 목소리를 통해 고귀한 희생으로 나라를 구해냈던 순국선열을 향한 공경과 각종 갈등으로 얼룩진 대한민국을 향해 이해와 화합을 기원하는 봉합의 손길을 내밀었다.

6·25전쟁 당시 호국영령을 기리기 위해 '가거라 삼팔선'을 열창한 임영웅과 영탁에 이어 이찬원의 '잃어버린 30년'까지 이어지니 객석에선 눈물을 훔치는 이들도 나왔다. 시대의 아픔에 대한 은유를 머금은 장민호의 '봄날은 간다'와 정동원의 '청춘'은 듣는 이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고, 김희재의 '꽃을 든 남자'와 영탁의 '막걸리 한잔'까지 곁들여지면서 한과 흥이 결합한 트로트의 진수를 선보였다. 임영웅의 '이제 나만 믿어요', 트롯맨 톱6와 강태관이 하모니를 이룬 '희망가'까지 이어지면서 해인사는 다시금 깊은 위로의 장이 됐다. 트롯맨 톱6는 공연 뒤 입을 모아 "미스터트롯 이후 첫 공연이라 벅찬 마음에 무대에 올랐고, 6·25전쟁 70주년 추모 콘서트라 더욱 뜻깊었다"고 말했다.


☞수륙재(水陸齋)

불교에서 물과 육지를 헤매는 외로운 영혼을 천도(薦度·죽은이의 넋이 정토에 나도록 기원)하기 위해 불교의 가르침을 전하고 음식을 베푸는 의식. 조선시대 왕실 지원으로 서울 진관사에서 수륙재가 열린 기록이 남아있다. 진관사 수륙재는 2013년 중요무형문화재 제126호로 지정돼 매년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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