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70년의 아픔, 우리의 노래가 위로할 수 있다면

입력 2020.06.07 11:02 | 수정 2020.06.07 16:20

'희망가'를 부르는 톱 6와 강태관/합천=김동환 기자
'희망가'를 부르는 톱 6와 강태관/합천=김동환 기자


하모니를 이루며 하나 된 목소리는 어둠을 밝히는 빛이었다. 각종 갈등으로 얼룩진 대한민국을 향해 이해와 화합을 기원하는 봉합의 손길이었다. ‘천 개의 바람이 되어 날아간’ 호국영령들의 넋은 ‘이 풍진 세상을 만나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를 묻고, ‘우리들 날지도 못하고 울지만, 밤하늘을 날아 꿈빛 궁전으로 갈 수도 있다’고 희망의 메시지를 건네주는 듯했다.
6일 오후 경상남도 합천 해인사에서 열린 ‘한국전쟁 70주년, 해원과 상생을 위한 해인사 추모 음악회’에서 임영웅·영탁·이찬원·정동원·장민호·김희재 등 ‘미스터트롯’ 톱 6와 노사연·백지영·임형주 등이 가요계 선후배가 함께 선사한 따스한 선율은 과거의 상처를 보듬으며, 미래를 향한 진취적인 발걸음을 내딛게 하는 주춧돌 같았다.


6.25 전쟁 당시 희생당한 국군, 유엔군, 중국군, 남북민간인 등 138만여명을 위령·천도하기 위해 마련된 수륙대제와 이번 ‘추모음악회’를 위해 시대의 아픔을 온몸으로 느끼는 듯, 공연 시작 두어 시간 전 슬픔의 눈물처럼 하염없이 내리던 거센 빗방울은 공연 시작을 알리면서 거짓말처럼 맑게 개었고, 현장에 모인 팬들은 “트롯맨들의 좋은 공연을 위해 날씨도 도와주기로 작정한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미스터트롯 톱6를 만난 해인사 주지 현응 스님은 “전날 해인사에 햇무리가 떴는데 이를 본 팬들이 ‘트롯맨들이 와서 상서로운 기운이 서리나 보다’란 이야기를 했다”면서 “트롯맨들의 성공적인 공연과 진심을 다해 기원한다”고 말했다. 현응 스님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국보 팔만대장경 중 가장 유명한 경판 부분을 찍어 트롯맨에게 선물로 선사하기도 했다.

'희망가'를 부르는 톱 6와 강태관/합천=김동환 기자
'희망가'를 부르는 톱 6와 강태관/합천=김동환 기자


TV조선 녹화 중계로 방송될 이번 추모음악회는 이지애 아나운서의 진행으로 오후 7시 반부터 약 두 시간 정도 이어졌다.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으로 선발된 톱 6가 방송 이후 처음으로 대중에 나서는 무대이자 미리 보는 ‘미스터트롯 콘서트’이기도 했다. 시대를 넘나드는 선곡과 트롯맨들의 절절하거나 혹은 ‘소화제’같이 청량한 목소리에 위로와 공감, 끼와 흥이 다분히 녹아있는 무대 연출은 한 편의 드라마이자 팬들을 향한 준비된 선물세트였다. 높은 관심에 뜨거워진 ‘팬심’이 해인사를 들썩였고, 현장에 모인 900여명의 초청객들은 미스터트롯 멤버들이 등장할 때마다 한껏 오른 환호성으로 화답하며 분위기를 더욱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K타이거즈 제로의 오프닝 무대로 시선을 집중한 ‘추모음악회’는 ‘추모무대’면 빠지지 않는 팝페라 테너 임형주의 ‘천 개의 바람이 되어’로 한층 숙연한 감흥을 전달했다. 검은색 스리피스 정장으로 모델 같은 분위기를 선창한 임영웅의 선창으로 시작된 ‘가거라 삼팔선’은 짙은 남색 슈트로 역시 모델핏을 선보인 영탁이 2절에 등장하며 화음을 이뤘다. ‘남북이 가로막혀 원한 천 리길 꿈마다 너를 찾어 꿈마다 너를 찾어 삼팔선을 탄한다’는 가사에 가슴 아파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며 ‘앵콜’ 역시 메아리쳤다. 그 분위기를 이어받은 이찬원의 ‘잃어버린 30년’에선 ‘아버지, 어머니 그 어디에 계십니까’를 목놓아 부르는 모습에 살짝 눈물짓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해인사 추모음악회에서 '희망가'를 부르는 톱 6와 강태관/합천=김동환 기자
해인사 추모음악회에서 '희망가'를 부르는 톱 6와 강태관/합천=김동환 기자



에이핑크의 메인 보컬 정은지는 청아한 목소리로 ‘상록수’를 불러 뜨거운 박수를 이끌었다. “뜻깊은 자리에 실수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온화한 미소로 바라봐주셔서 마음이 놓였다. 힘이 돼 드리는 노래하겠다”고 말했다.

시대의 아픔을 은유적으로 녹아낸 듯한 장민호의 ‘봄날은 간다’의 애절함은 ‘미스터트롯’ 예선전에서 느꼈던 감흥과는 또 다른 구슬프면서도 깊은 여운이 서린 감수성으로 다가왔다. 평소엔 마냥 아이같다가도 무대에만 올라가면 다른 사람이 된 듯 놀라운 집중력을 선보이는 정동원은 경연 때 일부만 불렀던 ‘청춘’을 완창하며 열네살로는 느끼기 힘든 인생의 고뇌와 번민, 해탈을 노래 안에 모두 녹여냈다. 천년고찰 해인사가 6·25 전쟁 당시 무장공비 소탕을 위해 폭격하라는 명령을 거부한 故김영환 장군의 이야기가 곁들여지면서, 문화를 지켜내는 숭고한 힘이 현시대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갖게 되는지에 대한 고찰이, ‘보존하고픈’ 트롯맨들의 목소리와 어우러져 더욱 울림을 주기도 했다. 해금연주자 ‘꽃별’의 공연과 ‘미스터트롯’ 공연 당시 한서린 민요 ‘한오백년’으로 실력 발휘를 했던 강태관이 무대에서 다시 한 번 폭발적인 성량으로 무대를 휘어잡았고, 팬들은 한껏 먹먹해진 표정으로 환호를 보냈다.
해인사 추모음악회에서 '제비처럼'를 부르는 톱 6/합천=김동환 기자
해인사 추모음악회에서 '제비처럼'를 부르는 톱 6/합천=김동환 기자


추모 감흥에 젖은 적막감은 아이돌그룹 ‘러블리즈’의 ‘Ah-choo’로 또다시 흥이 올랐고, 색색의 니트로 상큼함을 입은 트롯맨 톱 6의 ‘제비처럼’ 공연으로 우렁찬 박수와 환호성에 ‘앵콜’이 쏟아져나왔다. 깜찍한 율동까지 곁들이니 박수가 절로 나올 수 밖에.

해인사 추모음악회에서 '제비처럼'를 부르는 톱 6/합천=김동환 기자
해인사 추모음악회에서 '제비처럼'를 부르는 톱 6/합천=김동환 기자


소외된 장르에서 자신의 재능을 믿고 묵묵히 스스로를 다져왔던 트롯맨들이 오늘의 화려한 조명을 받는 것 처럼, 무대에 흥을 뿌린 트롯맨들의 존재는 ‘언젠가 우리도 해낼 수 있다’는 희망 그 자체였다. ‘자전거 탄 풍경’의 감미롭고 온화한 목소리의 합주는 ‘하나 됨’의 아름다움을 다시금 새기게 했고, 나태주의 신들린 발차기 ‘신공’을 현장에서 직접 볼 수 있었던 ‘K타이거즈 제로’의 ‘그별하기’로 “우와”라는 감탄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해인사 추모음악회에 나선 나태주의 발차기. 'K타이거즈 제로' 공연 모습/부산=김동환기자
해인사 추모음악회에 나선 나태주의 발차기. 'K타이거즈 제로' 공연 모습/부산=김동환기자


그 분위기를 이어받은 건 보랏빛 정장으로 한껏 세련미를 더한 김희재의 ‘꽃을 든남자’. 미스터트롯 공식 ‘춤짱’인 김희재는 고운 목소리에 매끄러운 춤선이 느껴지는 리드미컬한 안무를 쉬이 소화해냈고, 미스터트롯 공식 ‘소화제’ 청량보이스 영탁은 해인사 가야산이 떠나갈듯한 힘 넘치는 목소리의 ‘막걸리 한잔’으로 어깨춤을 더덩실 추게 했다. TV조선 ‘뽕숭아학당’ 레전드로 출연한 백지영의 가슴저미는 목소리는 이날 공연에 흥과 한을 조절해내는 열쇠이기도 했다. 백지영은 “참전 용사 등 호국영령들의 넋을 기리는 자리이기에 택했다”며 ‘잊지말아요’를 열창했고 뒤에 이어진 ‘사랑안해’까지 폐부를 저미는 목소리에 박수가 절로 튀어나왔다. 달아오르면 먹먹해지고, 감흥에 젖으면 또 일어나 엉덩이를 들썩이게 하는 공연의 매력을 ‘추모음악회’를 통해서도 다분히 느끼게 하는 호흡조절이 돋보였다.

해인사 추모음악회에서 가수 백지영/합천=김동환 기자
해인사 추모음악회에서 가수 백지영/합천=김동환 기자

‘미스터트롯’ 마스터로 활약한 노사연이 ‘바램’을 부르자 ‘미스터트롯’에서 그 ‘바램’으로 전 국민의 가슴을 울렸던 임영웅이 함께 무대를 빛내며 가요계 선후배의 합창으로 가슴 뭉클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바램’이란 곡이 있었기에 임영웅이 그간 바라왔던 모든 일들을 하나씩 이루게 된 계기가 됐기 때문에 그만큼 둘의 무대는 서로에게도 보는 이에게도 의미가 깊었다.
해인사 추모음악회에서 '이제 나만 믿어요'를 부르는 임영웅/합천=김동환 기자
해인사 추모음악회에서 '이제 나만 믿어요'를 부르는 임영웅/합천=김동환 기자

마지막으로 치달으면서, 아쉬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릴 때 아이보리빛 정장의 임영웅이 ‘이제 나만 믿어요’를 열창했고, 객석은 기쁨과 감동으로 눈물반 환호반 섞인 ‘앵콜’을 쏟아냈다. “‘이제 나만 믿어요’를 라이브로 듣다니 로또 맞은 것보다 더 기쁘다. 소원 풀었다”는 팬 목소리도 들렸다.

강태관이 힘을 보탠 ‘희망가’는 ‘첫 소절 황제’ 임영웅의 유려한 저음으로 해인사를 휘감으며 시작했고, 이찬원과 김희재의 화음이 이어지며 절정으로 향하면서 ‘미스터트롯’에서 처럼, 잠시의 쉼표에 이은 청아하고 아릿한 목소리의 정동원 독창은 가슴으로 울게 하기에 충분했다. 돌아서는 이들의 뒷모습에 아쉬워하는 팬들의 ‘앵콜’과 ‘가지마세요’라는 애원이 이어지자 “준비한 곡이 없는데”라며 너스레를 떨던 트롯맨들은 TV조선 ‘사랑의 콜센타’ 8회 ‘숙면특집’ 오프닝 곡으로 호흡을 맞췄던 ‘깊은 밤을 날아서’로 ‘국민 불면증 치료제’로 다시 한 번 꿀 떨어지는 목소리로 무대를 빈틈없이 채웠다.

해인사 추모음악회에서 '깊은 밤을 날아서'를 부르는 톱 6/합천=김동환 기자
해인사 추모음악회에서 '깊은 밤을 날아서'를 부르는 톱 6/합천=김동환 기자


경남 거창에서 왔다는 고윤선(54)씨는 “이 자리에 있었다는 것만 해도 영광이고 오늘처럼 기뻤던 날이 없다”며 감동을 전했고, 김현정(28)씨는 “행복이라는 단어를 오늘처럼 실감한 날이 처음”이라고 소감을 말하기도 했다. 팬들은 “우리 앞에 나타나줘서 고마워요”라며 트롯맨들을 향해 환호를 보냈고, “이런 프로그램을 기획해줘서 고맙다”며 해인사와 제작진을 향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이날 대중에게 첫선을 보이는 자리여서 한껏 설렘과 기대에 찼던 트롯맨 톱 6들은 공연 뒤 입을 모아 “미스터트롯 이 후 첫 공연이라 벅찬 마음에 무대에 올랐고, 6·25 전쟁 70주년 추모콘서트라 더욱 뜻깊었다. 함께 할 때 더욱 빛이 나는 미스터트롯 트롯맨들 사랑한다”고 말했다.

해인사 추모음악회에서 '제비처럼'를 부르는 톱 6/합천=김동환 기자
해인사 추모음악회에서 '제비처럼'를 부르는 톱 6/합천=김동환 기자


한편 한국전쟁 70주년, 해원과 상생을 위한 수륙대재가 7일 오후1시 해인사에서 열린다. 수륙대재(水陸大齋)’란 온 천지와 강과 바다와 땅에 존재하는 모든 고혼의 천도를 위하여 지내는 의례로, 개인 천도의 성격을 띤 영산재에 비해 공익성이 강한 불교 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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