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니계 큰어른, 에메랄드빛 사리 남겨

입력 2020.06.06 03:14

99세로 입적한 혜해 스님… 금강산서 생 마치고 싶다던 소망에 "언젠가 금강산에 사리 모시겠다"

혜해 스님
한국 비구니계 큰어른 혜해(慧海·99·작은 사진) 스님이 입적 후 에메랄드 빛 영롱한 사리(舍利) 30여 과(顆)가 수습돼 화제다. 혜해 스님의 제자인 경북 경주 흥륜사 법념 스님은 5일 "지난달 29일 스님이 입적하시고 6월 2일 다비식을 마치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녹두알만 한 녹색 사리 등 30여 과가 수습됐다"면서 "스님의 49재 때 일반 참배객에게도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리는 불교 수행자들의 시신을 화장한 후 나오는 구슬 모양의 결정체. 석가모니 부처님의 사리는 '진신사리(眞身舍利)'라 부르며 국내에도 통도사 금강계단 등 5대 적멸보궁에 모셔져 있다.

1921년 평북 정주에서 태어난 혜해 스님은 1944년 금강산 신계사 법기암으로 출가해 평생을 참선수행으로 일관했다. 일제 시대 금강산 법기암, 마하연 등은 선승(禪僧)들의 수행처로 유명했다. 혜해 스님은 1945년 북한이 공산화되자 이듬해 목숨을 걸고 38선을 넘어 봉암사와 해인사·묘관음사 등에서 효봉·성철·향곡 스님 등의 지도를 받으며 참선수행에 전념했다. 1970년대부터 경주 흥륜사에 머물며 천경림선원을 열어 비구니 스님들의 참선 수행을 이끌었다.

혜해 스님 다비식 후 수습된 사리들.
혜해 스님 다비식 후 수습된 사리들. /흥륜사

2000년대 들어 금강산 신계사 복원 불사가 시작되자 80대의 고령에도 2년 가까이 현장을 오가며 공사를 돕기도 했다. 금강산으로 출가한 스님이 생존한 경우가 거의 없어서 신계사 복원엔 혜해 스님의 기억이 많은 도움이 됐다. 스님은 평소 "금강산으로 출가했으니 금강산에서 생을 마치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 제자들은 사리탑을 만들어 스님의 사리를 모실 계획이다. 법념 스님은 "금강산을 좋아하셨던 스님의 유지에 따라 사리 중 일부는 따로 보관했다가 언젠가 금강산에 모시고 싶다"고 했다. 조계종 남북 교류 창구인 민족공동체추진본부 본부장 원택 스님도 "혜해 스님 사리를 금강산에 모시는 일을 적극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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