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요즘 민주당 보니 대선 해볼 만 하다”

입력 2020.06.07 05:36

[주간조선]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지난 6월 2일 서울 광진구 사무실에서 만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보수우파의 가치를 믿는 보수주의자’로 자신을 소개한다. 2019년 1월 발간한 ‘미래, 미래를 보는 세 개의 창’이라는 책에서 자신을 그렇게 소개했다.

오 전 시장은 지난 4·15총선에 미래통합당 후보로 광진을에 출마했으나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접전 끝에 낙선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종로에 출마해 고배를 마셨다. 그런데도 그의 표정은 상당히 밝았다. 그러나 “좌절에 빠진 보수층에 희망을 주고 싶다”며 밝게 시작한 이야기는 시간이 지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오 전 시장이 다양한 감정을 표출했기 때문이다. 그의 말에서는 ‘나의 진심을 최소한 보수층에서 알아주면 좋겠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울분이 느껴졌다. “보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앞장서 싸웠는데 아군(보수층)에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한탄이 인터뷰 도중에 터져나오기도 했다.

특히 오 전 시장 하면 떠오르는 2011년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이야기에서 그러했다. 당시 소득구분 없는 무상급식에 반대하며 시장직을 걸고 주민투표를 강행하다 결국 자리에서 내려와야 했다. 부자에게 무상급식을 할 돈이 있으면 그 돈으로 가난한 집 아이 학용품이라도 하나 더 사주는 것이 옳다는 그의 주장이 먹히지 않았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지난 5월 27일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국회에서 열린 전국조직위원장 회의 특강에서 “정말 바보 같은 짓이었다”고 오 전 시장 면전에서 비판하며 다시 주목받기도 했다.

- 18대 대선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조바심 때문에 무리한 것이 무상급식 반대 투표라는 말들이 많았다. “오세훈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이야기다. 그렇게 해서까지 대통령을 하고 싶진 않다. 민주당이 바로 그러한 논리로 ‘나쁜 투표’라며 불참운동을 했다. 당시 오해를 막으려 대선불출마 선언도 했다. 왜 민주당은 당당히 투표에 임하지 않았느냐고 그 이후 따져 묻는 것이 옳다. 그래서 우리의 정치적 자산으로 삼았어야 했다. 그런데도 아직 오세훈이 대권 욕심 때문에 주민투표를 강행했다고 말하는 이가 보수진영에도 있다. 자중지란을 벌이는 것은 자해행위 아닌가.”


“박근혜도 주민투표를 대선 전략으로 오해”

- 당시 주민투표에 대한 당 안팎의 반응이 어땠나. “한나라당의 대주주였던 박근혜 의원도 오해를 했다. 전화도 안 받았다. 원래는 사이가 좋았다. 이것을 나의 대선 전략으로 오해한 것이다. 당이 조금도 도와주지 않았다. 이제 와서 당이 하지 말라고 했는데 나 혼자 했다고 뒤집어씌우는 것이다.”

- 서운했나. “섭섭했다. 당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데, 당에서 최소한 서포트는 해주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당시 다른 의원들은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아서 나서기가 곤란했다. 선거를 치른 지 1년밖에 되지 않아 부담이 적었던 내가 대신 나선 것이다.”

- 최근 김종인 위원장이 “바보 같은 짓”이라고 비판했는데 그 말을 듣고 어떠했나. “사실 내가 있는 바로 앞에서 이야기했으니 무례한 처신이었다. 하지만 저 정도의 결기가 있다면 우리 당에 당선 가능성 있는 대선주자를 한번 만들어 낼 수 있겠다는 희망도 보았다.”

- 김 위원장을 도울 생각인가. “방향성, 해법, 문제의식에 100% 동의한다. 나에게 적대적이거나 혹은 낮은 점수를 주더라도 상관없다. 도울 수 있는데 망설일 이유가 없다.”


“김종인 위원장 망설이지 않고 돕겠다”

- 서울시장 당시 ‘디자인 서울’을 혹평하는 측은 지금도 “서울시를 거덜 냈다”고 비판한다. “혹평하는 사람들이 ‘서울을 페인트 칠한다. 겉만 번지르르하다’라고 비판했었다. 그건 서울시가 눈에 띄게 변하는 모습에 배가 아팠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깎아내리는 말이 ‘거덜 냈다’는 것이었다. 요즈음 박원순 시장이 돈을 저렇게 많이 쓰는데, 그래서 서울이 거덜 날까.”

- ‘주변에 사람이 없다’는 비판도 제기되는데 본인 문제라는 생각을 하나. “스킨십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사실 사람을 가려서 사귀는 편이다. 조금 더 많은 분들과 자세를 낮추면서 교류하려 한다. 다만 오랜 기간 국회에 들어가지 못하고 접촉 기회 자체가 차단되어 있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런 비판이 나오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시장에서 물러난 이후 해외에서 공부를 하거나 한국국제협력단으로 해외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대학에서 강의도 했다. 결국은 정치적 재기를 위한 준비 기간이었고 그것이 10년이 넘었다.”

- 모든 면에서 자질과 경력을 갖췄다는 평가도 있던데 차라리 정치를 포기하고 학계나 법조계로 완전히 돌아가고 싶지는 않은가. “그런 평가가 고맙다.”

그는 이 대목에서 느닷없이 시 하나가 떠오른다면서 읊었다.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서서 붉게 익히는 것일 게다.’ 장석주 시인의 시 ‘대추 한 알’이었는데 자신이 정치권에서 겪은 인고의 시간들을 떠올리는 듯했다.

사실 오 전 시장을 만나 이야기를 해보면 성격이 ‘직선 같다’는 느낌이 든다. 광고와 방송 진행자를 통해 구축된 부드러운 이미지와는 다르다. 이런 강한 성격이 2011년 주민투표 강행으로 나타났고, 그것이 스스로에게 인고의 시간을 강요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정치를 포기할 생각은 전혀 없는 듯했다. 지금부터 대선주자로서 준비의 시간을 갖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오세훈 찍어내기 공작 의심”

- 총선에서 지면서 원외에 머물게 됐는데 대선 준비에 불리하지 않을까.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국회에 들어가면 보좌진도 생기고 스킨십을 살릴 기회도 많다. 다만 당권을 확보한다거나 대선후보가 되는 데 원외에 있다는 것이 결정적으로 어렵게 만들지는 않는다.”

- 40대 초반에 너무 쉽게 국회에 입성해 의원직에 매력을 못 느끼는 것은 아닌가. “아니다. 지난 1년의 처절한 노력은 눈물 없이는 못 본다. (나의 노력이) 거의 유튜브로 생중계되었다. 정말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가 스스로 강조한 ‘처절한 노력’의 끝이 결국 21대 서울 광진을 출마였다. 광진을은 원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지역구로 민주당 세가 강한 곳이었다. 이곳에서 오 전 시장은 47.82%의 득표율로 선전했지만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 상대적으로 수월한 부산 사상에서 19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면서 대선주자의 길로 들어섰다. 통합당은 왜 이번 총선에서 대선주자급 후보들을 어려운 곳에 보내 상처를 입혔다고 생각하나. “그런 비판도 있다. 전력손실이라는 견해다. 나는 강남을에서 정치를 시작했다. 그 당시에는 오히려 좀 더 어려운 곳에 가고 싶었다. 지역구에서 처절하게 바닥 민심을 경험하고 싶었다. 지난 선거에서 종로, 광진 등을 후보지로 선택한 이유다. 회사에서 사장이 되려면 영업도 하고 생산직도 경험해야 하는 것과 같다. 어려운 곳에서 당선되면 당에 한 석 보태는 것이 아니라, 상대 당 몫을 뺏어오는 것이니 2석을 보태는 것과 같다.”

지난 6월 2일 서울 광진경찰서는 4·15 총선 때 오 후보의 유세 현장에서 피켓 시위를 벌인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서울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회원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은 오 후보가 지난해와 올해 명절에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경비원, 청소원 등 5명에게 선물을 준 것을 문제 삼았다.

- 왜 대진연의 타깃이 되었다고 생각하나. “배후가 있다. 대진연 자체 판단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윤미향 민주당 의원의 정의기억연대가 대진연 소속 회원 2명에게 장학금을 주었다. 민주당과의 연계가 의심스럽다. ‘오세훈 찍어내기’ 공작이 작동한 것이라는 의심이 든다.”

- 대선후보로서의 싹을 자르기 위한 의도가 숨어 있다는 의미인가. “이곳이 지역구인 추미애 의원이 장관으로 간 것도 배경이 있다. 이번 여론조사를 보면 내가 이기고 있었다. 민주당에서 ‘오세훈만큼은 원내 진출을 막자’는 목표가 있었다고 본다. 여러 가지 증거로 나타난다. 민주당 전 전략기획위원장이 방송에 나와 ‘오세훈 후보가 가장 어려웠다’고 하지 않았나. 김동연, 이광재, 임종석 등 이름만 들어도 화려한 이들이 광진을에 후보로 온다면서 여론조사가 돌아갔다. 이들을 제치고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이 최종 낙점되었을 때, 작업이 강하게 들어갔다는 느낌을 받았다.”

- 총선에서 민주당이 더 잘 싸웠다고 생각하지는 않나. “그건 사실이다. 전략적 측면에서 더 전투에 능했다. 이번 선거에서 통합당의 여의도연구원과 민주당의 민주연구원은 초등학생과 대학원생 수준으로 차이가 났다. 여당이니까 자금력까지 있었다.”

- 통합당이 총선에서 패배한 것은 공천 실패 탓도 크다는 지적이 많다. 선거에서 중도층을 잡는 것이 중요한데 잡음이 많다 보니 중도층이 등을 돌렸다는 것이다. “보수 통합 과정에서 황교안 대표가 계속 자리를 차지한 것이 문제였다. 본인이 자리를 내려놓고 중도 이미지를 갖는 이가 자리를 맡았어야 했다. 끝까지 당을 장악하고 싶은 욕구 때문에 당의 얼굴로 황 대표가 전면에 나서게 되었다. 그 다음에 공천이 실패했다. 이른바 ‘호떡 공천’ ‘사천 논란’으로 국민을 실망시켰다. 지역과 상관없는 인사를 공천해 지역 유권자들의 자존감을 건드렸다. 그 지역만 손해 본 것이 아니다. 다른 지역도 아직 통합당이 정신 못 차렸다고 생각했다.”

- 황 전 대표는 진짜 종로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본인은 끝까지 가고 싶지 않았는데 ‘비겁자 프레임’에 걸려들었다. 타이밍도 놓쳤다. 본인이 과감하게 종로를 선택하는 모습도 아니었다.”


“민주당의 모습에서 대선 승리 보인다”

- 통합당이 2022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보나. “기회가 오고 있다. 윤미향 의원 건을 대하는 민주당의 태도, 금태섭 전 의원을 징계하는 모습,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도록 해주겠다는 청와대 출신 최강욱 의원의 말, 백선엽 장군을 국립묘지에서 파내겠다는 태도…. 선거 치른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이런 모습에서 가능성을 본다. 그러나 상대방이 잘못했다고 해서 그냥 우리를 지지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이제는 국민들의 아픔을 이해한다는 것을 납득시켜야 한다.”

오 전 시장의 과거에는 영광도 상처도 있었지만 이날 그는 기자에게 주로 ‘미래’ 이야기를 하고 싶어했다. 정책 연구를 위한 ‘미래 연구소’를 만들겠다는 생각도 밝혔다. “미래가 중요하다”며 “4차 산업혁명과 팬데믹을 대비하겠다”는 구상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복지에 대한 전향적 태도다. 그는 “일자리 대량 감소 시기에는 새로운 복지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폈다. 과거 보편적 복지에 맞선 그였기에 생각이 바뀌었냐고 물었다. 그는 “국민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다. 노선을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이슈를 선점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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