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취] '당수촙의 대가' 1세대 프로레슬러

조선일보
입력 2020.06.03 03:00

천규덕씨 별세… 배우 천호진씨 부친상

천규덕씨

'당수촙의 대가'로 이름을 날렸던 1세대 프로레슬러 천규덕(88·사진)씨가 2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천씨는 '박치기왕' 김일, '비호' 장영철과 더불어 1960~1970년대 대한민국 프로레슬링 황금기를 이끌었다. 그는 중학 시절부터 단련한 당수(唐手)를 레슬링과 접목한 독창적 기술로 사랑받았다.

직업군인을 꿈꾸던 천씨는 부산에서 공군 부사관으로 복무하던 1960년 어느 날, 남포동 한 전파상에서 TV로 중계되던 역도산의 경기를 보고 진로를 바꿨다고 한다. 프로레슬링 챔피언이었던 역도산은 '가라테 촙(당수)'으로 미국 선수들을 제압하며 일본에서 인기를 얻고 있었다. 트레이드 마크인 검은 타이츠도 그때 본 역도산의 복장을 따른 것이다.

부산에서 명성을 얻은 천씨는 1963년 스승이자 동료였던 장영철씨와 함께 활동 무대를 서울로 옮기고 프로레슬링에 정식 데뷔했다. 그해 4월 국내 주니어 헤비급 챔피언에 등극했고, 1975년에는 헤비급 챔피언에 올랐다. 1978년엔 극동 태그매치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천씨는 20년 넘게 선수로 활약한 뒤 1985년 링을 떠났다. 선수 활동과 병행해 근무했던 영진약품에서 4년간 더 일하다, 퇴직 후 군 동기생이 운영하던 회사에서 6년간 고문을 맡았다. 2002년엔 신한국 프로레슬링협회 원로고문으로 취임했다.

장지는 국립서울현충원이다. 국가보훈처가 한국 체육 발전에 공헌한 업적을 인정해 지난달 22일 국립대전현충원 국가사회공헌자 묘역에 안장된 프로레슬러 김일 선생과는 달리, 천씨는 무공수훈자 자격으로 안장된다. 그는 1949년 육군항공대(현 대한민국 공군)에 입대해 6·25전쟁에 참전했다. 유족으로 큰아들인 배우 천호진씨와 둘째 천수진씨가 있다. 1983년 MBC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천호진씨는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베테랑' 등에 출연했고, 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에서 열연해 KBS 연기대상을 받았다. 빈소는 나은병원장례식장 특2분향실, 발인은 4일 오전 5시 30분. (032)584-4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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