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손으로 황소 때려잡은, 전설의 레슬러 천규덕 별세

입력 2020.06.02 16:56 | 수정 2020.06.02 17:10

배우 천호진씨 부친

1970년대 초 천규덕 선수가 장충체육관에서 맨손으로 소 를 때리는 모습./조선DB
1970년대 초 천규덕 선수가 장충체육관에서 맨손으로 소 를 때리는 모습./조선DB

'당수치기의 대가'로 불렸던 한국 1세대 프로레슬러 천규덕(88)씨가 2일 별세했다. 천씨는 배우 천호진(60)의 부친이기도 하다.

천호진의 소속사에 따르면 지병으로 한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던 천씨는 이날 세상을 떠났다. 천씨는 '박치기왕' 김일, '백드롭의 명수' 장영철과 함께 1960~70년대 인기스포츠였던 프로레슬링의 대표 스타였다. 그는 특히 검은 타이즈를 입고 '얍'하는 기합과 함께 필살기인 당수를 날리는 장면으로 인기를 끌었다.

당시 ‘당수’로 불렸던 태권도 유단자였던 천씨는 1960년 프로레슬리에 입문, 부산에서 활약했다. 천씨는 지난 2008년 본지 인터뷰에서 "부산에서 태권도 사범을 할 때 동네 전파사 앞에 서서 역도산의 경기를 보고 전율을 느꼈다"며 "나도 역도산처럼 당수를 하니 저렇게 한 번 해보자 싶어 같은 체육관의 장영철과 함께 (프로레슬링)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장영철과 함께 서울로 무대를 옮겨 1963년 정식으로 프로레슬링에 데뷔했다. 그는 그해 4월 한국 프로레슬링 주니어 헤비급 챔피언에 오르며 프로레슬링계의 스타로 부상했다.

천씨는 생전 인터뷰에서 장충체육관에서 맨손으로 황소 때려 잡기 이벤트를 벌인 적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천씨는 본지 인터뷰에서 "당시 김일 선수가 박치기로 인기를 끌어 국내파도 뭔가 보여줘야겠다 싶어 '소를 잡자'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서울 마장동 소 도축장에 가서 맨손으로 소를 잡는 예행연습까지 했다고 한다. 그는 당시 중앙정보부로부터 “왜 하필 공화당의 상징은 황소를 잡나. 소를 단번에 때려잡지 말고 최대한 여러 번 쳐서 ‘과연 황소구나’라는 느낌을 주도록 하라’는 전화를 받아 실제 열 몇대로 힘을 나눠 때려 황소를 막판에 쓰러뜨렸다”는 비화를 털어놓기도 했다.

1세대 프로레슬러 고(故) 천규덕씨./ 조선DB
1세대 프로레슬러 고(故) 천규덕씨./ 조선DB


그는 1985년 은퇴한 뒤 1998년 프로레슬링 동우회를 결성했고, 이후 신한국프로레슬링 협회 원로고문을 맡았다. 그는 2008년엔 동국대 사회교육원 스포테인먼트학과에서 '프로레슬링의 역사' 등 두 과목을 맡아 강의를 하기도 했다.

빈소는 나은병원장례식장 특2분향실이며, 발인은 4일 오전 5시 30분, 장지는 서울 국립현충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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