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도 분노했다… 흑인 인종차별에 항의 세리머니

조선일보
입력 2020.06.02 05:00

독일 분데스리가 산초, 골 넣은 후 "플로이드 위해 정의를" 속옷 시위

'Justice for George Floyd'(플로이드를 위해 정의를).

1일 열린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와 파더보른 경기에서, 후반 13분 골을 넣은 제이든 산초(20·도르트문트)가 유니폼 상의를 벗고 속옷에 적힌 이 문구를 카메라 앞에서 드러냈다. 지난 25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관이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46)의 목을 무릎으로 짓눌러 사망케 한 사건에 항의하는 세리머니였다.

◇옐로카드와 맞바꾼 산초의 골 세리머니

산초는 세리머니 직후 옐로카드를 받았다. 상의 탈의와 정치적 표현을 금지하는 규정 때문이었다. 이날 해트트릭으로 팀의 6대1 승리를 이끈 그는 경기 직후 트위터에 "프로 무대 첫 해트트릭이다. 하지만 오늘은 세상을 바꾸기 위해 해야 할 더 중요한 일이 있기에 개인적으로는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날이다"라고 썼다. 산초는 영국령 트리니다드토바고 국적인 이민자 부부에서 태어나 이중국적을 지닌 흑인이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57·미국)도 1일 "우리는 충분히 (이런 일들을) 겪었다. 매우 슬프고 고통스럽고 분노를 느낀다"며 "이 나라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 유색인종에 대한 폭력에 저항하는 이들과 함께한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정치적인 발언이나 사회적인 행동을 극도로 자제해왔기에 이번의 공개적 인종차별 반대 메시지는 매우 이례적이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 제이든 산초가 1일 파더보른과의 원정 경기에서 득점 후 ‘조지 플로이드를 위해 정의를’이라고 쓰인 문구를 내보이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미 프로농구(NBA) LA 레이커스 르브론 제임스는 지난달 28일 인스타그램에 ‘I CAN’T BREATHE’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올렸다. 제임스는 또 미 풋볼리그(NFL) 선수 콜린 캐퍼닉이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의미로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한쪽 무릎을 꿇은 모습을 한 사진도 내걸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 제이든 산초가 1일 파더보른과의 원정 경기에서 득점 후 ‘조지 플로이드를 위해 정의를’이라고 쓰인 문구를 내보이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미 프로농구(NBA) LA 레이커스 르브론 제임스는 지난달 28일 인스타그램에 ‘I CAN’T BREATHE’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올렸다. 제임스는 또 미 풋볼리그(NFL) 선수 콜린 캐퍼닉이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의미로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한쪽 무릎을 꿇은 모습을 한 사진도 내걸었다. /제이든 산초 인스타그램, 르브론 제임스 인스타그램

지난 1월 헬리콥터 사고로 사망한 미 프로농구(NBA) 스타 코비 브라이언트의 아내 버네사(38)는 31일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I CAN'T BREATHE'라고 새긴 셔츠를 입은 코비 사진을 올리며 "남편이 몇 년 전 입은 이 셔츠를 우리는 지금 또다시 입고 있다"고 적었다. 'I CAN'T BREATHE'는 지난 2014년 흑인 남성이 체포되는 과정에서 백인 경찰에게 목 졸려 숨진 사건을 규탄하는 메시지이며, 플로이드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기도 하다. 당시 코비가 스포츠 선수 중 가장 먼저 이 셔츠를 입었다.

이 밖에 프랑스 리그앙 파리생제르맹에서 뛰는 킬리안 음바페(22·프랑스)와 여자 테니스의 신예 코코 가우프(16·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마커스 스트로먼(뉴욕 메츠), 장 칼로 스탠턴(뉴욕 양키스) 등도 "피부색과 특성이 무엇이든 우리는 모두 인간"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무릎 꿇기 세리머니도 재등장

1일 다른 분데스리가 경기에서는 마르쿠스 튀랑(23·뮌헨글라트바흐)이 우니온 베를린전에서 골을 넣고서 한쪽 무릎을 꿇는 세리머니를 했다. 이는 미 풋볼리그(NFL) 선수 콜린 캐퍼닉(33·미국)이 2016년 "인종차별하는 나라를 위해 일어나고 싶지 않다"며 국가 제창을 거부하고 한쪽 무릎을 꿇은 데서 비롯된 인종차별 항의 퍼포먼스다.

뉴욕 메츠 주전 1루수 피트 알론소나 로코 볼델리 미네소타 트윈스 감독, 게이브 캐플러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감독 등 백인 스타들도 비판의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알론소는 1일 인스타그램에 "플로이드가 살해당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나도 목소리가 있고,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고 적었다.

이현서 아주대 스포츠레저학과 교수는 "스포츠계에서 연봉이나 복지 등 눈에 보이는 '공적 영역'에서는 인종차별이 많이 줄었지만, 아직도 선수들끼리 모여 노는 자리에 흑인을 일부러 부르지 않는 등 암암리에 차별하거나 거리를 두는 경우가 꽤 있다"며 "흑인 선수들의 불만이 '플로이드 사건'을 도화선으로 폭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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