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걸까지 "백선엽, 현충원 안장해선 안된다"

입력 2020.05.29 03:01

與이수진 '친일 파묘' 이어 6·25 영웅을 친일파 군인으로 폄훼
재향군인회 "국군 부정하나"… 원희룡도 "6·25의 이순신" 반박

여권 일각에서 '친일 파묘(破墓·무덤을 파냄)론'을 제기하면서 '6·25 전쟁 영웅' 백선엽 장군의 사후(死後) 현충원 안장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가보훈처 직원들이 최근 백선엽 장군 측을 찾아 "국립묘지법이 개정되면 백 장군이 현충원에 안장됐다가 다시 뽑아내는 일이 생길까 걱정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진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 김홍걸 당선자가 28일 "백선엽씨는 본인의 친일 행적을 고백했다"며 그의 현충원 안장 반대 의사를 밝히고 나왔다. 앞서 민주당 이수진 당선자 등은 현충원 내 친일 파묘를 주장했다. 이런 움직임에 재향군인회가 "국군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원희룡 제주지사 등은 "백 장군은 '6·25의 이순신'"이라고 반박했다. 6·25 때 나라를 지킨 백 장군의 공과(功過)를 균형 있게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외 전사(戰史) 전문가들은 백 장군의 6·25 전공(戰功)은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고 입을 모은다. 향군이 지난 27일 발표한 성명에서 "백 장군은 창군 멤버로서 낙동강 방어선상 '다부동 전투'를 승리로 이끈 주역이며, 인천상륙작전 성공 후 평양 탈환 작전을 성공시킨 국내외 공인 전쟁 영웅"이라고 언급한 데 그의 전공이 압축돼 있다.

백 장군은 북한군의 기습으로 국군이 낙동강까지 후퇴했을 때 육군 1사단을 지휘했다. 당시 1사단은 국군 부대 중 유일하게 미군 1군단에 배속됐다. 지원 나온 미군 2개 연대와 함께 경북 칠곡에서 6·25 최대 격전으로 꼽히는 다부동 전투를 치렀다. 전투 중 한국군 병력의 이탈이 심하다는 미군 측 전황 통보에 백 장군은 후퇴하는 한국군을 가로막았다. 그는 "나라가 망하기 직전이다. 저 사람들(미군)은 싸우고 있는데 우리가 이럴 순 없다. 내가 앞장설 테니 나를 따르라. 내가 후퇴하면 나를 쏴도 좋다"며 장병을 독려해 결국 다부동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백 장군이 이끈 1사단은 인천상륙작전 이후 가장 먼저 평양에 입성했다. 평안북도 운산까지 진격한 1사단은 중공군의 반격에 밀려 다른 유엔군과 함께 38선 이남으로 후퇴했지만 당시 미군들에게서 "가장 잘 싸운 한국군 부대"라는 평가를 받았다. 1951년 11월엔 야전전투사령부 사령관에 임명돼 지리산 빨치산 소탕 작전 등에도 공을 세웠다.

그는 전쟁 중이던 1952년 만 31세 나이로 한국군 사상 최연소 육군참모총장에 올랐다. 33세엔 한국군 최초의 대장이 됐다. 1954년엔 제1야전군을 창설하고 사령관에 부임해 43개월 동안 재임하며 기틀을 다져놓았다. 1957년엔 두 번째로 육군참모총장을 역임했다.

백 장군을 폄훼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친일 행적 논란의 핵심은 일제 시절 간도특설대 복무 경력이다. 간도특설대는 일본군 특수부대였다. 백 장군 일본어판 자서전은 '간도특설대가 추격했던 게릴라 중에는 많은 조선인이 섞여 있었다'며 '한국인이 독립을 위해 싸우고 있었던 한국인을 토벌한 것이기 때문에 이이제이(以夷制夷)를 내세운 일본의 책략에 완전히 빠져든 형국이었다'고 적고 있다. '동포에게 총을 겨눈 것은 사실이었고 비판을 받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대목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등은 이 같은 내용 등을 토대로 백 장군을 친일반민족행위자에 포함했다. 이에 대해 백 장군은 지난해 6월 본지 인터뷰에서 "내가 간도특설대로 발령받아 부임해 간 1943년 초 간도 지역은 항일 독립군도, 김일성 부대도 1930년대 일본군의 대대적인 토벌 작전에 밀려 모두 다른 지역으로 옮아가고 없을 때였다"며 "독립군과 전투 행위를 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백 장군에 대해서는 한국군보다 오히려 미군들이 '살아 있는 전설(Living Legend)'로 부르며 극진히 예우해왔다. 주한 미군은 2013년 그를 '명예 미8군사령관'으로 위촉해 각종 공식행사 때 주한 미8군사령관과 같은 예우를 해왔다. 이런 가운데 박삼득 보훈처장은 이날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를 찾아 "백 장군은 현행법상 현충원 안장 대상이 맞는다"며 "그 부분에 대해 다른 의견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6·25전쟁 영웅은 그 공적에 걸맞은 예우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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