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머리 투수, 국내선 패션? 미국선 기만술?

조선일보
입력 2020.05.28 03:00

美선 긴 머리가 투구순간 손 가려 타자 타이밍 뺏는다는 분석 나와
공 스피드 줄인다는 주장도 있지만 머리카락 길이와 볼 속도 상관없어

국내 장발 김원중·이대은·장필준… 시즌 초반 대결에선 명암 엇갈려

올해 국내프로야구엔 유난히 장발 투수가 많이 눈에 띈다. 작년 11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야구국가대항전 '프리미어12' 당시 공을 던지다 긴 머리 때문에 모자가 벗겨져 눈길을 끌었던 키움 마무리 투수 조상우(26)가 올해는 머리를 짧게 자른 대신 롯데 김원중(27)을 비롯해 이대은(31·KT), 장필준(32·삼성) 등이 '장발' 대열에 가세했다.

시즌 초반 명암은 엇갈린다. 올해부터 롯데 마무리 보직을 맡은 김원중은 지난 26일까지 1승 3세이브, 평균자책점 0.96으로 순항 중이다. 반면 이대은은 두 차례 구원에 실패하는 등 3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10.13으로 극도로 부진한 모습이었다. 삼성 불펜의 핵심인 장필준(평균자책점 7.20)도 기대 이하다. 둘은 모두 2군으로 내려갔다.

'장발' 투수들의 성적과 구속 변화
/그래픽=김하경
이들은 대부분 개인 취향으로 머리를 길렀다고 한다. 하지만 국내에선 '패션'인 긴 머리가 메이저리그에선 타자 기만전술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본다.

◇긴 머리는 타자를 현혹한다?

MLB네트워크는 작년 6월 시속 160㎞대 직구를 뿌리며 지난 시즌 3승5패37세이브(평균자책점 2.62)를 올린 장발 투수 조시 헤이더(26·밀워키 브루어스)의 투구 스타일을 분석했다. 당시 헤이더의 투구를 느린 화면으로 보면 머리카락에 공을 던지는 손이 가려지는 디셉션(De ception·투구하는 모습을 숨기는 것)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공이 언제 투수의 손을 떠날지 판단하기 어려워 타자들이 타격 타이밍을 잡는 데 애를 먹는다. 지난 시즌 헤이더의 9이닝 기준 탈삼진은 16.4개로 리그 최상위권이다. 평균을 훨씬 웃도는 빠른 공에 긴 머리에 의한 디셉션 효과가 맞물려 타자들이 삼진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긴 머리가 공 스피드를 저해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때 장발로 유명했던 디그롬은 2018시즌을 앞두고 머리를 자르면서 "몇 가지 조사를 했는데 짧은 머리가 구속을 시속 3.2㎞ 올릴 수 있다는 걸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디그롬의 구속은 2018~2019시즌을 거치며 매년 평균 시속 1.6㎞씩 올랐다. 디그롬은 머리를 자른 뒤 최고 투수에서 주어지는 사이영상을 2년 연속 받았다.

◇장발은 구속 상관관계 입증 안 돼

디그롬 말대로 머리카락이 짧으면 공 스피드가 빨라질까. 적어도 국내 투수들을 보면 디그롬의 말은 맞지 않는 것 같다.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조상우는 올 시즌을 앞두고 머리를 정리했지만, 올해 직구 평균 스피드는 시속 149.7㎞로 작년(152.2㎞)에 비해 오히려 줄었다. 하지만 성적은 좋다. 6경기에 나와 자책점 없이 1승4세이브를 기록 중이다. 반면, 올해 머리를 기른 김원중은 평균 직구 구속이 147.6㎞로 작년(143.3㎞)보다 늘었다. 물론 디그롬의 말대로 이대은(144.5㎞→143.3㎞), 장필준(145.4㎞→142.3㎞)처럼 머리를 기르면서 직구 평균 구속이 준 경우도 있다.

하지만 머리 길이보다는 예년보다 구위가 좋지 않아 부진하다는 게 야구인들 얘기다. 심수창(39)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머리 기르는 것은 선수들 개인 취향이지 구속과는 큰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며 "김원중의 경우 힘을 나눠 긴 이닝을 소화해야 하는 선발 투수 때와는 달리 마무리로 짧은 이닝에 집중하다 보니 평균 구속이 더 빨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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