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놀림' 비·유노윤호, 어떻게 다시 '대세'가 됐나

  • 뉴시스
입력 2020.05.24 12:27


                비 '깡' 뮤직비디오
비 '깡' 뮤직비디오
"이슬람은 하루 5번 메카를 향해 기도를 합니다. 한국인은 하루 세 번 식후 '깡'을 듣습니다."(네티즌 윤**)

가수 겸 배우 비(38·정지훈)의 '깡' 뮤직비디오가 마침내 1000만뷰를 넘었다. 24일 오전 10시 기준 조회수 1047만회를 찍었다.

'깡'은 비가 데뷔 15주년을 맞은 2017년 말 발매한 미니앨범 '마이라이프애(愛)'의 타이틀곡이다. 한때 '월드스타'로 통한 비였으나 이 곡 발표 당시 하락세를 보였던 터라 곡의 반향은 크지 않았다.

그런데 유튜브가 '깡'의 운명을 바꿔버렸다. 지난해 11월 유튜브 채널 '호박전시현'에 업로드된 '1일 1깡 여고생의 깡(Rain-Gang) 커버' 영상이 온라인 상에서 주목 받은 것이다. 최근 유행하는, 영상 속 한 장면을 패러디하는 '밈(Meme)'(유행 요소를 응용해 만든 사진이나 동영상 챌린지) 열풍을 타고 재조명됐다.

이후 '깡' 뮤직비디오에 재기발랄한 댓글들이 달리면서 '깡' 뮤직비디오가 하나의 놀이문화 플랫폼이 됐고, 이후 신드롬까지 일으켰다.

억대뷰의 K팝의 아이돌 뮤직비디오가 넘치는 가운데 '깡'의 1000만뷰는 숫자가 적어보인다. 하지만 댓글이 무려 11만개가 달려 있다. 일부 억대뷰 뮤직비디오에 달린 댓글보다 훨씬 많다.

"이제와서 깡팸(깡 패밀리)이 된 제 자신이 너무 한쓰럽고 반성하게 됩니다. '늦깡'이 더 무섭다고 이러다 1일 15깡 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싶네요" 등 뒤늦은 '깡 중독'에 반성(?)하며 깡 독려를 하는 이들이 계속 늘고 있다.

네티즌들은 이 놀이문화에 잘못된 인식으로 편승하려는 일부 흐름에 발끈하기도 했다. 통계청 유튜브 관리자가 '깡' 뮤직비디오 댓글창에 "통계청에서 깡 조사 나왔습니다. 1일 10시 기준 비 '깡' 오피셜 뮤직비디오 조회 수 685만9592회, 3만9831UBD입니다"라는 댓글을 단 것을 문제삼은 것이다.

UBD는 비를 '희화화'한 대표적인 인터넷 용어다. 그가 출연한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2018)의 손익분기점이 약 400만명인데, 흥행에 실패하자 일부 네티즌들이 '1UBD(엄복동의 약어)=17만명'을 새로운 관객수 집계 단위로 만든 것이다.

'깡'을 매개로 한 유쾌한 '댓글놀이'에 비하의 뉘앙스가 담긴 UBD가 등장하자 네티즌들은 예의없이 '흥을 깨뜨렸다'며 분노했다.

다만 공감대 형성이 가능한 '놀림'에 대해서는 적극 수용하고 있다. '비 시무 20조'가 대표적이다. 비의 마니아가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가 하지 말았으면 하는 것을 나열했다. '꾸러기 표정 금지' '입술 깨물기 금지' '화려한 조명 그만' 등이다. 비에 대한 애정이 있지 않으면, 찾아내기 힘든 것들이다.

그래서 비도 지난 16일 MBC TV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 출연, '시무 20조'에 대해 쿨하게 반응했다. 다만 화려한 조명은 포기하지 못하겠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의 '깡' 열풍에 힘 입어 연예, 문화계뿐만 아니라 유통업계 등도 '깡' 열풍에 동참하고 있다.

최근 비의 ‘깡’ 신드롬에 앞서 비슷한 사례를 대중은 경험했다. 한류듀오 '동방신기' 멤버 유노윤호(34)의 '열정' 열풍이다.

어느 순간부터 비의 과도한 몸짓 등이 구식으로 취급 받으면서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 조롱거리가 됐듯이, 매번 유노윤호의 열정 넘치는 모습도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 놀림감이었다. 유노윤호가 2008년 KBS 2TV '해피투게더'에서 선보인 '인생의 진리랩'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2018년 MBC TV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등을 통해 평소에 모든 것에 열심인 유노윤호의 진심이 보여졌다. 아침부터 '모닝댄스'를 격렬하게 추는 '모닝댄스 짤'을 비롯해 그의 열정적인 모습을 대변하는 각종 '짤'(온라인 상에서 떠도는 하나의 이미지 파일) 등이 퍼지면서 '열정 만수르'로 불리기 시작했고, 전반적으로 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호의적으로 변했다.

코로나19가 극심해 모두 마스크에 관심이 높던 지난 3월에는 마스크 중앙에 개구부를 만들어 열고 닫는 것이 가능한 '덮개 마스크 디자인' 특허를 출원, 주목 받기도 했다.

비와 유노윤호는 일부 네티즌들로부터 '허세가 가득하다'는 오해를 사왔다. 하지만 두 사람이 가수로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고, 지금도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는 것에 이견을 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1998년 그룹 '팬클럽'으로 데뷔한 비는 2002년 솔로가수로 나선 뒤 '월드스타' 반열에 오른 1세대 K팝 스타다. 2006년 아시아 연예인 최초로 '타임 100'에 선정됐고, 2011년 두 번째로 '타임100'에 뽑히는 등 시대를 풍미했다.

2004년 1월 동방신기 멤버들과 함께 첫 싱글 '허그'를 발표하면서 데뷔한 유노윤호는 한국과 일본은 물론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며 한류 열풍의 초석을 다졌다.

그 가운데 두 사람은 수많은 부침을 극복해냈다. 놀림을 긍정의 에너지로 승화시키는 내공, 조롱을 관심으로 전화시켜버리는 쿨한 매력이 더해져 '한류스타'였던 이들이 '국민스타'로 넘어가고 있다.

가요계 관계자는 "비와 유노윤호를 한때 인기가수로만 생각하며 그들에 대한 이미지를 막연하게 그려온 젊은 새대는 진짜 모습을 알아가면서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고, 오랜 기간 두 사람을 봐온 기존 세대는 각종 위기를 이겨내고 재조명되는 두 사람의 모습에 위로와 힘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두 가수에 대한 열풍을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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