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장애인 30년 食母로 부린 70대 여성 집행유예

입력 2020.05.23 13:45 | 수정 2020.05.23 13:47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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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장애 여성을 30년 넘게 식모(食母)로 부리며 그녀의 장애 수당을 빼앗고, 골프 스윙 연습 봉으로 상습 폭행한 70대 여성에게 법원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이수정 판사는 최근 특수상해 및 장애인복지법 위반, 횡령 혐의로 기소된 A(70)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1987년부터 최근까지 지적 장애 2급인 피해자 B(50)씨와 함께 살았다. A씨는 B씨를 식모로 부렸다. A씨는 2009~2014년 사이 B씨의 장애수당과 장애인연금 등 명목의 돈을 매월 20만~30만원씩 보관했는데, 2015년 해당 계좌를 해지하는 과정에서 109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작년 6월에는 B씨가 A씨의 침대에서 잤다는 이유로 플라스틱 재질의 골프 스윙 연습 봉으로 수차례 때린 혐의도 받았다.

A씨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한 B씨는 결국 가출했고, B씨를 발견한 시민이 경찰에 신고해 이 같은 A씨의 범행이 드러났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골프 스윙 연습 봉은 플라스틱으로 돼 있어 위험한 물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위험한 물건의 위험성 여부는 사회통념에 비춰 그 물건을 사용하면 상대방이나 제삼자가 곧 살상 위험을 느낄 수 있는 물건인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해당 골프 스윙 연습 봉은 소재만 플라스틱으로 보일 뿐, 길이 약 30㎝ 정도로 실제 골프채와 유사한 정도의 무게감을 느낄 수 있도록 제작됐다”며 “매우 단단하기까지 해 이를 이용해 신체를 때릴 경우 충분히 상해 위험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 판사는 “A씨는 정신지체장애 2급인 B씨 명의 통장을 관리하며 장애수당 등 돈을 횡령했고, 단순히 자신의 방에서 잠을 잤다는 이유만으로 상해를 가해 죄질이 나쁘다”며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에 대한 노동 착취, 인권유린 등의 근절을 위해 엄중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법원은 A씨에게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 판사는 “A씨가 보호자가 없던 B씨를 약 8세 정도 무렵부터 키워오고 보살펴 온 것으로 보이고, 그 기간 동안 어느 정도 경제적·정신적 보살핌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A씨가 대체로 범행을 인정하면서 반성하고, B씨와 합의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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