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피해 대구보다 제주가 더 컸다

입력 2020.05.23 11:01 | 수정 2020.05.23 11:03

1분기 소비.서비스업생산, 전국에서 가장 큰 폭 감소
관광업체 관광진흥기금 융자 신청 줄이어

21일 제주시 중심가에 위치한 대기업 시내면세점. 마스크를 쓴 고객이 입구에 들어서자 직원이 일일이 체온을 측정했다. 3층 규모의 면세점에는 명품 매장을 찾은 고객이 눈에 들어올 뿐 방문객은 손으로 꼽을 정도로 썰렁했다.

제주지역 면세점은 코로나 여파로 영업 중단 위기에 몰릴 정도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한 면세점은 코로나 이전 한달 평균 30억원에 이르던 매출이 3억원 가량으로 뚝 떨어졌다. 이 때문에 1년 내내 운영해오던 것을 변경해 주말에는 문을 닫고 있다. 직원수는 1250명에서 800여 명으로 줄었다. 이마저 입점 업체 사정에 따라 무·유급 휴직, 15일 근무 등을 실시하며 고육지책으로 버티고 있다.

중국인 쇼핑 거리로 알려진 제주시 번화가 누웨모루 거리가 방문객 발길이 끊겨 썰렁하다./오재용 기자
중국인 쇼핑 거리로 알려진 제주시 번화가 누웨모루 거리가 방문객 발길이 끊겨 썰렁하다./오재용 기자
한 면세점 관계자는 “영업을 중단해 문을 닫으면 한달에 8억원 가량의 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직원들의 고용 유지와 지역 상권과의 상생 등의 문제가 얽혀있어 매달 수십억원의 적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도 계속 영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관광공사는 쌓이는 만성 적자로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시내면세점에서 철수했다.
제주관광공사는 대기업 면세점 2곳이 영업중인 제주지역이 면세점 포화상태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공기업이라는 점을 내세워 2016년 2월 면세점 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이어 코로나 사태로 관광객이 줄면서 지난 4년간 한 푼도 벌지 못하고 누적 적자 160억원을 떠안은 채 영업을 포기했다.

서귀포시에 위치한 제주관광공사 시내 면세점./제주관광공사 제공
서귀포시에 위치한 제주관광공사 시내 면세점./제주관광공사 제공
이처럼 코로나 사태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관광산업 비중이 높은 제주지역이 가장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호남지방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1분기 제주지역경제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제주지역의 소매판매지수는 108.4로 전년 동분기 대비 14.8% 감소했다.

업태별로는 면세점의 실적이 47.0%가 감소하면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전문소매점(-11.6%), 대형마트(-3.1%) 등 소비가 부진하면서 전체 소매판매 실적을 끌어내렸다.

또 제주지역 서비스업생산지수 역시 108.3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3% 줄었다.
업종별로 보면 관광산업과 밀접한 숙박·음식점(-23.8%)과 예술·스포츠·여가(-22.4%) 등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특히 제주지역의 경우 소비와 서비스업생산 감소폭이 모두 코로나 확진자가 집단 발생했던 대구(소매판매 -9.9%, 서비스업생산 -4.4%)를 뛰어넘으면서 전국에서 가장 타격이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관광진흥기금 융자지원을 요청하는 관광업체도 줄을 잇고 있다.
제주도가 운영하는 제주관광진흥기금 융자 지원을 신청한 렌터카 업체는 제주지역 120곳 중 81곳(68%·154억원)으로 나타났다.

또 전세버스 업체 52곳 중 44곳(73%·73억원), 관광숙박업체 419곳 중 178곳(43%·518억원), 관광음식점업체 181곳 중 73곳(40%·127억원) 등이 융자 지원을 받는다.

제주도 관계자는 “코로나로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관광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그 여파가 제주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코로나 확산이 진정돼 국내 관광객이 늘어나기를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코로나 사태가 심각단계로 높아진 2월23일 이후 제주 직항 국제항공노선 운항이 중단되면서 지난 21일까지 제주방문 외국인 관광객은 모두 8809명에 그치고 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39만2233명에 비해 97.8%가 줄어든 것이다. 또 국내 관광객도 158만260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16만1469명의 49.9%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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