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의 오만한 말실수 "나랑 트럼프 중에 고민한다면 흑인 아니다"

입력 2020.05.23 09:17 | 수정 2020.05.23 11:42

흑인은 당연히 자신 지지해야 한단 의미, 흑인 라디오서 발언
트럼프 진영 "인종차별, 비인간적 발언"…"오만하다" 비판 쏟아져
바이든, 논란 증폭되자 유감 표명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또 말실수 논란에 휩싸였다. 이번엔 민주당의 주요 지지기반인 흑인을 대상으로 한 설화라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경쟁자인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진영은 이미 이를 두고 공세에 들어갔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 /AFP 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 /AFP 연합뉴스

22일(현지 시각) 방송된 라디오쇼 ‘더 브렉퍼스트 클럽’에 출연한 바이든은 “나를 지지할지 트럼프를 지지할지 판단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당신은 흑인이 아니다(you ain't black)”고 말했다. 이 발언은 흑인이라면 오는 11월 대선에서 당연히 자신을 지지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 발언은 방송 말미 나왔다. 이 방송은 흑인 진행자 샬라메인 더 가드와 바이든 간에 화상으로 진행됐는데, 진행자가 바이든에게 다른 인터뷰를 위해 뉴욕에 있는 스튜디오에 나와 달라고 말하며 “우리에겐 더 많은 질문이 있다”고 말하자, 바이든이 “질문이 많이 있다는 말씀이냐”며 이같이 말한 것이다. 바이든은 이 발언을 할 때 상체를 카메라 앞으로 기울이면서 단어 하나하나를 강하게 발음했고, 손에 들고 있던 종이로 카메라를 가리켰다.

이에 진행자는 “이건 트럼프와 전혀 관련이 없는 것이고, 사실과 관계된 것”이라며 “나는 나의 (흑인) 커뮤니티를 위해 뭔가를 하고 싶다”고 답했다. 바이든은 “내 이력을 봐라”고 맞섰다.
조 바이든(오른쪽) 전 부통령이 출연한 라디오쇼 더 브렉퍼스트 클럽 캡처 사진. 왼쪽은 진행자 샬라메인 더 가드. /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오른쪽) 전 부통령이 출연한 라디오쇼 더 브렉퍼스트 클럽 캡처 사진. 왼쪽은 진행자 샬라메인 더 가드. /로이터 연합뉴스

방송 이후 거센 논란이 일었다. 흑인 유권자를 생각 없이 자신을 찍을 거수기로 보는 인종차별적 인식이 바이든의 발언에 담겼다는 지적이 나왔다. 트위터에서는 ‘#YouAintBlack’이란 해시태그(검색을 편하게 만들기 위해 검색어 앞에 #을 붙인 것)가 유행했다. 해당 방송 영상이 게재된 유튜브는 조회수가 60만회를 돌파했고, 2만개 가까이 달린 댓글에는 바이든을 비난하는 내용이 많았다. “오만하다” “역겹다” 등의 반응이 많은 가운데, 한 이용자는 “‘우리에게 많은 질문이 있다고’고 말했을 때 바이든이 비웃었단 사실은 많은 이들이 흑인들이 머리를 쓰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 캠프는 즉각 바이든의 발언을 “인종차별적이고 비인간적(racist and dehumanizing)”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트럼프 캠프에서 흑인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카트리나 피어슨 수석 고문은 “바이든은 흑인이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사고를 할 능력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는 적대적인 인종 공격”이라고 했다. 피어슨은 “바이든은 77세의 백인인 자신이 흑인들에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지시해야 한다고 진정으로 믿고 있다”며 “그는 인종차별의 이력를 가지고 있다. 흑인들은 조 바이든은 우리의 표를 받을 자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캠프 홈페이지 캡처. 흑인 여성 모델이 '#YouAintBlack' 티셔츠를 입고 있다. /인터넷 캡처
트럼프 캠프 홈페이지 캡처. 흑인 여성 모델이 '#YouAintBlack' 티셔츠를 입고 있다. /인터넷 캡처
트럼프 캠프는 설화 논란이 인지 몇시간도 안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바이든의 발언이 적힌 티셔츠를 팔기 시작했다. 흰색 반팔 티셔츠에 ‘#YouAintBlack’이라고 적혀 있고 밑에 ‘조 바이든’을 넣은 이 티셔츠에는 30달러(약 3만7000원)이다. 이 상품 설명에는 ‘조 바이든은 실제 흑인 미국인들에게 그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할 경우 흑인이 아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는 것을 아무도 잊지 않게끔 하라’ 등의 문구가 담겼다.

바이든 전 부통령 측은 해명과 유감 표명에 나섰다. 시먼 샌더스 바이든 캠프 수석 고문은 “바이든은 그의 정치 인생을 흑인 사회를 위해 그들의 편에서 함께 싸워온 데 바쳤다”며 “그의 해당 발언은 농담이었지만, 그가 말한 것을 명확히 하자면 그는 흑인 사회와 함께 트럼프에 맞서 기록적 승리를 거두겠다는 것이었다”고 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날 오후 미 흑인상공회의소와의 전화 통화를 통해 “그렇게 무신경하지 않았어야 했다”며 유감을 표했다. 바이든은 “이 모든 것의 핵심은 내가 너무 무신경했다는 것”이라며 “내가 흑인의 표를 당연하게 여긴다는 논평이 나간 것을 안다. 그러나 나는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대선을 앞두고 흑인 지지를 얻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에 따르면 바이든은 흑인 유권자 지지율에서 트럼프를 30~40%포인트 정도 앞서고 있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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