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롯 신동 때문에 하동이 난리났다, 정동원길까지 생겼다

입력 2020.05.23 10:53

지난 3월 윤상기 하동군수 집무실 벽에 걸린 자신의 기사를 보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정동원군./ 하동군
지난 3월 윤상기 하동군수 집무실 벽에 걸린 자신의 기사를 보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정동원군./ 하동군

경남 하동군청 최영옥 문화체육과 문화예술담당 계장은 최근 민원실로 접수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미국에서 걸려 온 국제전화였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중학생이자, 트롯 신동인 정동원(14)의 노래를 듣고 감동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전화를 건 미국 교포는 “한국에 가게 되면 동원이가 늘 말하는 하동을 꼭 방문하겠다”고 했다.

최 계장은 요즘 “하동에 가보고 싶다”는 정동원 팬들의 전화를 잇따라 받고 있다. 특히 오는 24일 ‘정동원길’ 명예도로 선포식을 앞두고 더욱 바빠졌다. 최 계장은 “24일에 정동원 팬을 태운 전세버스 5대 정도가 하동으로 오기로 했고, 개별적으로 오고 싶다며 문의하는 팬들도 있다”며 “팬들을 위해 임시주차장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동원길은 정 군의 집 근처 메타세콰이어길 7.2㎞ 구간에 명예도로명을 부여한 것이다. 송해, 박지성, 류현진 등 앞서 자신의 이름을 딴 도로나 거리가 있는 유명인사 중 정동원이 가장 어리다.

지난 21일 경남 하동군 진교면 도로에 정동원길 안내 표지판이 보인다. 오는 24일 정동원길 선포식이 열린다./하동=김준호 기자
지난 21일 경남 하동군 진교면 도로에 정동원길 안내 표지판이 보인다. 오는 24일 정동원길 선포식이 열린다./하동=김준호 기자

요즘 하동군은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에 출전해 가장 어린나이로 결승에 올라 5위를 차지한 정동원의 홍보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정동원은 경남 하동의 할아버지 댁에서 커왔다. TV 프로그램 등 출연하는 곳에서 기회가 될 때마다 자신이 살고 있는 하동 이야기를 꺼냈다. 최근엔 하동에서 서울까지 오려면 너무 멀다며 순간이동 초능력이 갖고 싶다할 정도로 하동에 대한 애착이 크다.

윤상기 하동군수는 “미스터트롯이 끝나고 한창 주가가 높을 때인데, 동원군이 먼저 ‘군수 할아버지 저 하동군 홍보대사 시켜주세요’라고 하더라”며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방송에서 하동 이야기를 자연스레 꺼내고 싶은데 홍보대사라고 하면 더 좋잖아요’라고 했다. 참 기특하더라”고 말했다.

정동원은 지난 3월17일 하동군의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어린이날·어버이날 축하, 하동녹차 홍보 등 출연하는 영상이 하나 둘 늘때마다 하동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박진하 하동군 기획예산과 홍보담당계장은 “정군 출연 후 최근 2~3일간 하동군알프스푸드마켓 농특산물 판매량이 2000만원 가량 뛰어올랐다”고 말했다. 조회수가 그리 많지 않은 하동군 유튜브 채널에서 정동원이 나온 영상은 10만회를 훌쩍 넘긴다.

팬들의 관심은 자연스레 하동 방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 카페·블로그나 소셜네트워크에는 하동에 있는 정 군의 집 앞에서 찍은 사진들이 관광 명소 기념사진 마냥 올라와 있다.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라 혹여나 다칠까 “집 방문을 자제해달라”는 정군의 읍소에 처음보단 그 수가 줄었지만, 열혈 팬들의 발길은 여전하다. 하동군은 “정동원 집이 어디냐”는 문의 전화가 빗발치자 아예 관광 안내판을 정군의 집 근처에 설치했다.

지난 21일 경남 하동군 미스터트롯 스타 정동원 집 근처에 설치된 안내판. /하동=김준호 기자
지난 21일 경남 하동군 미스터트롯 스타 정동원 집 근처에 설치된 안내판. /하동=김준호 기자

코로나로 축제는 취소됐지만 북천면 직전마을 꽃양귀비 꽃단지에는 “동원이 집을 찾았다가 꽃구경까지 오게 됐다”는 관광객들이 한 둘이 아니다. 섬진강 재첩국 식당이나 특산품 판매장도 덩달아 활력이 생겼다. “동원이 때문에 요즘 살맛난다” “인구 4만5000여명의 하동이 이처럼 유명세를 탄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정동원이 TV프로그램이나 언론 인터뷰 등에서 하동 이야기를 자주 하는 것은 어릴적 남달랐던 자신의 떡잎을 알아봐주고, 응원해 준 하동 사람들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다. 전국구로 이름을 알리기 전부터 하동에서는 크고 작은 행사마다 정군의 무대를 마련해줬다. 초등학교 5~6학년이던 정군을 점심시간 군청 민원실을 개방해 주민 재능기부로 마련한 작은음악회부터 어버이날 행사, 노인의 날 행사 등에 설 수 있도록 했다. 하동 사람들은 기꺼이 정동원의 첫 팬이 돼 줬다.

지난 2018년 8월쯤 경남 하동군청 민원실에서 마련된 작은음악회 무대에 올라 열창하는 정동원./ 하동군
지난 2018년 8월쯤 경남 하동군청 민원실에서 마련된 작은음악회 무대에 올라 열창하는 정동원./ 하동군

이후 정군은 2018년 6월 KBS 전국노래자랑 함양군편에서 우수상을 차지한 뒤,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19년 SBS영재발굴단과 KBS인간극장까지 연달아 출연하고, 할아버지를 향한 효심과 가족 이야기까지 더해지며 하동의 손주는 국민손주가 됐다.

TV조선 미스터트롯에 출연해 전국에 내로라하는 트롯 실력자들과 경쟁할 때도 하동 사람들이 나섰다. “같은 나이의 친손자가 있어 동원이가 마냥 손주 같다”는 윤상기 군수가 지원사격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예선부터 본선, 결승까지 개인 소셜네트워크에 미스터트롯에 나오는 정동원에 대한 관련 영상을 올리고 관심을 독려했다. 혹여나 작은 고장에서 부족한 후원으로 재능을 꽃피우지 못할까 주변 지인들을 총동원하며 후원자 찾기에도 열을 올렸다.

윤 군수의 제안에 지난 1월 사천시 삼천포제일병원 김송자 이사장이 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 졸업까지 정동원의 학비 전액을 지원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최근 하동 지역사회에서는 정동원을 위한 후원회 만들기를 논의 중이다.

지난 2월 윤상기 하동군수 소개로 후원자로부터 새 색소폰을 전달받아 이를 기념해 연주를 하고 있는 정동원군./ 윤상기 군수 페이스북 캡처
지난 2월 윤상기 하동군수 소개로 후원자로부터 새 색소폰을 전달받아 이를 기념해 연주를 하고 있는 정동원군./ 윤상기 군수 페이스북 캡처
정동원군의 아버지 정용주씨는 “동원이가 유명해지기 전부터 윤상기 군수님을 비롯해 지역 어르신, 주민들이 동원이를 아껴주셨다”며 “동원이가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의 노래를 전할 수 있도록 지켜주는 것이 많은 분들께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해 가족 모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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