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바꾸겠다는 김종인… 'MB·朴 단절' 나설듯

조선일보
입력 2020.05.23 03:25

[통합당 김종인號 어디로 가나]
野 돌고돌아 '여의도 차르'에 쇄신 맡겨… 영남권 반발 등은 변수
金, 중도층 외연 확장 나설 듯… 대선은 '10~15명 국민경선' 염두

4·15 총선 참패로 지도부 와해 상태에 빠졌던 미래통합당이 22일 돌고 돌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택했다. 당을 근본부터 뜯어고치기 위해서는 '여의도 차르(황제)'로 불리는 김종인 내정자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당심(黨心)이 반영된 결과다. 김 내정자는 "인물, 이념, 노선뿐만 아니라 정강·정책까지 싹 바뀌어야 한다"면서 고강도 혁신을 예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金 "먼저 과거와 단절해야"

김종인(왼쪽) 전 통합당 선대위장이 22일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맡아주세요" - 김종인(왼쪽) 전 통합당 선대위장이 22일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장련성 기자
김 내정자는 최근까지 각계 인사들과 접촉하면서 "지금의 통합당으로는 대선 후보조차 낼 수 없을지 모른다"고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 선거 4연패라는 초유의 위기 상황에도 당권(黨權) 다툼에 골몰하는 모습에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고도 했다.

김 내정자는 이런 통합당 내 기풍이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간 보수 진영의 퇴행에서 비롯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런 만큼 먼저 '과거와 단절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그는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잘못에 대해 당이 어떤 식으로든 사과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집권 기간 내내 친이(親李)·친박(親朴)으로 나뉘어 패권 다툼을 벌이던 풍토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버릴 건 버리겠다는 것이다. 이날 통합당 당선자들도 기자회견에서 "이제까지 익숙했던 것들과 결별 선언을 하려 한다"며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그 변화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830세대 전면 배치할 듯

정치권에서는 김 내정자가 주요 당직에 청년이나 초선을 전진 배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최근까지 그는 당 안팎의 '830세대(1980년대생·30대·2000년대 학번)'와 다양한 경로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통합당 관계자는 "김 내정자가 참신한 얼굴들을 비대위원이나 여의도연구원에 전면 배치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김 내정자는 기자들과 만나 "미래를 생각하면 앞으로 우리나라를 짊어지고 갈 30·40대가 주축이 돼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40대 경제통'이 차기 대선에 나와야 한다는 과거 발언에 대해서는 "40대 기수론을 무조건 강조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는 당내 일부 대선 주자급 인사의 반발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6~10개월 국민 경선 구상

김 내정자는 주변에 "통합당이 대선을 치를 수 있는 모습으로 자락을 까는 데까지가 내 역할"이라고 말해왔다. 통합당도 내년 4월 재·보궐 선거 때까지 비대위를 운영하기로 뜻을 모았다. 2022년 3월 치러지는 대선의 전초전이 될 재·보선 때까지 당 체질 등을 개선해 성과를 내라는 것이다.

김 내정자는 통합당 인사들의 대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6~10개월에 이르는 국민 경선제를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10~15명에 이르는 대선 주자를 '녹다운' 방식으로 경쟁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총선 이후 김 내정자와 만난 통합당의 중진은 "역동적인 선출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지도자가 떠오르게 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중도 외연 확장

'김종인 비대위'는 중도층으로 외연 확장에 나설 것이 확실시된다. 그가 "상품이 나쁘면 상표도 바꿀 수밖에 없다"며 당명(黨名) 개정을 시사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최근 들어 김 내정자는 코로나 사태로 전 세계의 정치 지형이 요동치는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들이닥칠 '경제 코로나'를 염두에 두고 이념·정책 노선도 유연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 측근은 "김 내정자는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가 기본소득제를 띄울 경우, 당이 어떤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지 고심하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영남권 당선자들의 반발이다. 당장 김 내정자의 '이명박·박근혜 시대와의 절연'을 두고 대구·경북 지역 당선자들 사이에서 반발 조짐도 있다. 내년 재·보선 외엔 공천권이 없는 김 내정자가 당내 대선 주자들과 대립할 경우 당이 더 큰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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