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5년간 단계밟아 원격진료 확대… 병·의원 1만1000곳 참여

입력 2020.05.23 03:00

[팬데믹 시대, 역행하는 원격의료] [2] 의료계 반대 뚫은 日
만성질환에 도입후 건강보험 적용… 코로나사태로 초진까지 범위 넓혀
日정부·의협 2년마다 효율성 평가… 온라인 진료관리업체 10곳 성업도

일본 도쿄 시내에서 류머티즘 내과를 운영하고 있는 가네코(金子) 박사는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들을 진료하는 틈틈이 스마트폰 영상 통화와 IT 의료 데이터 프로그램으로 원격진료를 진행한다. 류머티즘 질환을 전공한 개업 의사가 많지 않아서 병원 근처만이 아니라 도쿄 전체에서 원격진료를 원하는 환자들이 꽤 있다. 류머티즘 질환 계열 근육병을 앓는 환자들은 거동이 불편하여 이 같은 온라인 진료를 선호한다. 일본의사협회도 우리나라의 의사협회와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 원격진료를 반대하고 있지만, 고령화 가속화에 따른 만성질환 관리와 치명적인 감염병 대비 등을 위해 원격진료가 필요하다는 정부의 설득과 요구를 받아들이고 있다.

일본의 한 의사가 스마트폰 영상 통화를 활용해 당뇨병 환자를 진료하는 모습.
일본의 한 의사가 스마트폰 영상 통화를 활용해 당뇨병 환자를 진료하는 모습. 의사는 모니터에 혈당 수치 변화 그래프 등 환자 정보를 띄워놓고 먼 거리에서도 비대면(非對面)으로 진료가 가능하다. /일본 온라인 진료 업체 '야독'
정부와 의협 협의로 단계적 확대

2015년부터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에 대해 원격진료가 일본에 도입됐다. 일정 기간 대면 진료를 하다가 영상 통화를 통한 원격진료로 전환이 가능하게 됐다. 진료비는 환자가 부담하는 방식이었다. 환자들의 참여가 늘고, 효율성이 입증되자, 2018년 4월에는 원격진료를 본격적으로 건강보험에 적용했다. 의료수가를 책정해 고혈압 재진(再診) 원격진료의 경우 2100엔(한화 약 2만4000원) 정도 한다. 환자는 30%를 부담한다. 환자가 진료실을 방문하는 대면 진료 수가(4200엔)의 절반 수준이다. 다만 원격진료 남용을 막아야 한다는 일본의사협회의 주장에 따라 응급 상황 시 의사가 3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 있는 환자만 진료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터진 뒤에는 만성질환 재진뿐만 아니라, 처음 의사를 만나는 초진(初診)으로까지 온라인 진료 범위를 넓혔다. 진료 대상도 폐렴, 알레르기질환, 발열 증상으로 확대했다. 일본 정부와 의사협회는 2년마다 원격진료 효율성을 평가하여 확대와 상설화 범위를 결정하기로 했다.

일본의 온라인 의료 도입 과정
코로나 등 감염병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반복되는 상황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한다는 의미다. 이번 코로나 상황에서도 전화 상담 허용 등 임시변통식 땜질 처방에 그친 우리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와 비교된다.

우리와 의료 제도 닮은꼴

우리나라와 일본은 상당히 유사한 의료 제도를 갖고 있다. 국민이 보험료를 내는 국민건강보험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민간의료기관이 외래진료를 주로 담당하며, 동네 의원을 거쳐 종합병원으로 가는 방식도 같다. 원격의료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 의료계의 모습도 닮았다. 이런 점에서 일본의 단계적인 원격진료 도입 과정이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원격진료를 통한 의료 시스템과 의료기기 산업 발전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본은 현재 야독(YaDoc), 클리닉스, 포켓 닥터 등 온라인 진료 관리 회사 10곳이 성업 중이다. 이 회사들은 기업들과 손잡고 직원 건강관리용 온라인 시스템도 제공한다. 건강관리 IT 플랫폼을 개발하여 온라인 진료가 활성화하기 시작한 중국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윤건호(가톨릭의대 내과) 대한당뇨병학회 이사장은 "원격진료를 제대로 하려면 일본처럼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관리되는 환자 데이터를 보면서 병세 변화를 확인하고 진료를 해야 하는데 IT 강국이라는 우리나라는 전화 통화 수준의 상담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은 "미국, 일본은 물론 중국, 동남아까지 원격의료를 시행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의료 수준과 정보통신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해 있는데도 규제에 발이 묶여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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