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민변의 월북 권유 거절한뒤 위협 느껴 망명"

조선일보
입력 2020.05.23 01:30 | 수정 2020.05.23 06:45

탈북 류경식당 지배인 허강일
"낯선 사람들이 '죽이겠다' 협박… 암살 선발대라는 느낌 받았다"

민변 "재월북 강요할 이유 없어"
허 "돌아오란 북한 가족편지 줘… 이게 월북 권유가 아니면 뭐냐"

2016년 4월 중국 닝보(寧波)의 '류경식당' 북한 여종업원 12명과 함께 탈북해 한국으로 들어왔던 식당 지배인 허강일씨가 작년 3월 해외로 망명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한국에서 안전을 보장받지 못한다고 판단했고, 망명 대상국도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엉뚱하게도 최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현 정의연)의 기부금 유용 의혹이 계기였다. 허씨는 지난 20일 "윤미향 전 정대협 대표와 그의 남편, 민변 소속 변호사가 탈북 여종업원들에게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라고 회유했다"고 본지에 폭로하는 과정에서 해외 망명 사실을 공개했다.

2018년 11월과 2019년 1월 민변 장모 변호사가 류경식당 탈북 여종업원들에게 직접 전달했다는 북한에서 온 사진과 편지들. 허강일씨는 '민변 사무실 인근 식당에서 이 편지들을 나눠줬다'며 ''조국으로 돌아오라'는 내용이 담긴 편지들을 탈북 종업원들 손에 쥐여준 게 월북하라는 의도가 아니면 무엇이겠느냐'고 말했다. /허강일씨 제공
2018년 11월과 2019년 1월 민변 장모 변호사가 류경식당 탈북 여종업원들에게 직접 전달했다는 북한에서 온 사진과 편지들. 허강일씨는 "민변 사무실 인근 식당에서 이 편지들을 나눠줬다"며 "'조국으로 돌아오라'는 내용이 담긴 편지들을 탈북 종업원들 손에 쥐여준 게 월북하라는 의도가 아니면 무엇이겠느냐"고 말했다. /허강일씨 제공
민변 강모 변호사가 탈북 여종업원들에게 직접 전달했다는 북에서 온 편지 중 하나.
민변 강모 변호사가 탈북 여종업원들에게 직접 전달했다는 북에서 온 편지 중 하나. '어머니품, 조국의 품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것이다' '어머니 조국은 언제너 너희들을 잊지않고 어서오라 두팔벌려 너희들을 포용할 것이다' 등 월북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허강일씨 제공
22일 민변은 허씨 주장을 반박하는 자료를 냈다. 자료에서 민변은 "(우리가) 재월북을 권유하거나 강요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허씨는 "'북한의 어머니가 보고 싶지 않으냐'고 묻고, '조국과 어머니 품으로 돌아오라'는 어머니 편지를 구해다 전달했다. 이게 월북 권유가 아니면 뭐냐"고 했다.

민변 장모 변호사가 허씨와 여종업원 3명에게 2018년 10월부터 6개월간 매달 30만~50만원씩 보낸 돈의 출처에 대해서도 민변은 "'양심수후원회' 소속이던 윤미향 전 정대협 대표 남편 김모씨와 다른 한 명"이라고 했지만, 허씨는 "탈북자가 친북단체 돈을 받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정대협 돈이라는 장 변호사 설명을 믿었기에 김복동 할머니 장례식에 류경식당 명의 화환까지 보냈던 것"이라고 했다.

허씨에 따르면, 민변은 2018년 6월부터 자신과 종업원들에게 월북을 권유하기 시작했다. 허씨는 "실제로 여종업원 12명 중 9명이 탈북을 원했음에도 민변은 '전원 본인 의사에 반하는 탈북이었다'고 얼굴을 공개하는 기자회견을 열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에 응하지 않자, 윤미향 전 대표와 그의 남편을 소개해줬고, 그들이 장 변호사 계좌를 통해 돈을 보냈다.

민변 강모 변호사가 탈북 여종업원들에게 직접 전달했다는 북에서 온 편지 중 하나.
민변 강모 변호사가 탈북 여종업원들에게 직접 전달했다는 북에서 온 편지 중 하나. '어머니 우리당은 너희들의 송환을 하루빨리 실현하기 위해' '해외동포들과 세계량심적인 인사들이 너희들의 조속한 송환을 지지성원하고 있다' 등 북으로 돌아오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허강일씨 제공
허강일씨가 2019년 1월 '암살 선발대'로 지목한 두 여성. 허씨는 '두 여성이 파출소를 나오며 중국어로 '국정원 끄나풀 XX. 너 죽을 준비해라'라는 말을 했다'고 말했다./허강일씨 제공
허강일씨가 2019년 1월 '암살 선발대'로 지목한 두 여성. 허씨는 "두 여성이 파출소를 나오며 중국어로 '국정원 끄나풀 XX. 너 죽을 준비해라'라는 말을 했다"고 말했다./허강일씨 제공
그러던 2019년 1월 어느 날 밤 10시쯤, 50대 초반의 여성 두 명이 서울 서초동 허씨 아파트의 초인종을 수차례 누르며 중국어로 "사기꾼 잡으러 왔다. 당신이 정씨냐"고 물었다고 한다. 허씨가 중국어로 "나는 아니다. 돌아가라"고 답했지만, 여성들은 떠나지 않았다. 허씨가 경찰 신변보호관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받질 않아 거주지 파출소에 신고했다.

경찰이 여성들을 붙잡고 보니 한 명은 조선족, 다른 한 명은 한국계 일본인이었고, 둘 다 한국어가 능통했다고 한다. 허씨는 "파출소를 나오는데 그 여자들이 중국어로 '야, 이 국정원 끄나풀 XX야. 너 죽을 준비 해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며 "나는 주민번호와 이름을 두 번씩이나 바꾸고 숨어 지냈기 때문에 내 신분을 확인하러 온 '암살 선발대'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민변과 류경식당 지배인 허강일씨 주장
그는 "통일부를 찾아가 '불안하다. 주소지를 옮겨달라'고 요청했더니 '국정원 소관'이란 답변을 들었다"며 "국정원도 별다른 조처를 해주지 않았다"고 했다.

이 무렵 허씨는 함께 탈북한 여종업원으로부터 폭행 혐의로 고소를 당하는 일도 겪었다. 허씨는 "5년 전(2014년), 그것도 중국에서 내게 한 대 맞았다는 게 고소의 이유였다"며 "알고 보니 날 고소한 여종업원은 민변 측 관리를 받고 있었다"고 했다.

그로부터 두 달 뒤, 허씨는 망명했다. 장 변호사로부터 '응분의 죗값을 치르고 속죄하며 새 삶을 살기 바란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은 직후였다. 망명이 받아들여졌다는 것은 허씨가 '정치적인 이유로 한국에서 박해받고 있거나, 그런 위험이 있음'을 해당 국가에 입증했다는 의미다. 허씨는 자신이 겪은 사건과 한씨 관련 수사·재판 기록, 장 변호사와의 메시지 기록 등을 해당국 정부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씨는 "목숨 걸고 도착한 한국 땅에서 나는 민변 등에 이용당하다가 결국 버림받았다. 민변과 엮이면서 신변 위협이 잇달았고, '탈북은 죄'라는 소리까지 들었다"며 "대한민국으로 돌아갈 마음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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