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선불항공권까지… LCC, 생존위한 현금 확보전

조선일보
입력 2020.05.23 03:00

제주항공, 1700억 유상증자 공시
티웨이, 100억원 전환사채 발행
플라이강원, 선불항공권 판매

안정기금 지원 제외된 업체들 "코로나 구실로 구조조정 의도"

코로나 확산으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항공업계가 유상증자·차입은 물론 선불(先拂) 항공권 판매 등 갖은 수단을 동원, 사활을 건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매출이 80% 이상 줄어든 상황에서 인건비와 리스료 등 매달 수백억~수천억원에 달하는 고정비를 감당하기 위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살아남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고 있지만 정부 지원 없이는 생존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항공 업계는 정부가 지난 20일 발표한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기준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가 매출 규모와 상관없이 '차입금 5000억원 이상' 조건을 달면서 이에 미치지 못하는 저비용항공사(LCC)들에 비상이 걸렸다.

저비용항공사인 제주항공은 지난 21일 1700억원 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공시했다. 회사 관계자는 "7월 이내에 증자를 마무리하겠다"면서 "1022억원은 운영 자금, 678억원은 채무 상환에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항공 업계가 최악의 경영난에 처한 상황에서 유상증자가 가능하겠느냐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증권 업계에서는 최대 주주인 AK홀딩스(56.94%)의 참여는 확실하고, 제주도(7.7%)와 국민연금(5.7%)의 참여는 미지수이지만 대규모 실권주가 나올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 13일 대한항공도 이사회를 열고 7월 중 1조원 규모 유상증자를 하기로 의결했다. 이 회사는 시가 5000억원에 달하는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도 9월까지 매각하기 위해 주간사를 선정하고 매수 후보자를 물색하는 중이다.

티웨이항공은 지난 21일 1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 항공사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이 CB를 매입하고 티웨이항공은 100억원을 받는 방식"이라면서 "이 돈은 모두 운영 자금으로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티웨이항공은 지난 3월 산업은행에서 60억원을 단기차입 방식으로 지원받은 데 이어 지난 18일 수출입은행에서 100억원을 빌렸고, 21일에는 산은에서 또 190억원을 추가 차입했다.

항공사들은 현금 확보를 위한 새로운 티켓 판매 방식도 개발했다. 신생 LCC인 플라이강원은 지난 20일 모든 국제선 항공권 예약 시 구매 금액의 20%를 할인받아 쓸 수 있는 선불 항공권 판매를 시작했다. 회사 관계자는 "4월 출시한 '인피니티 티켓'은 10여 노선을 6개월간 무제한 탑승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 6억원어치 정도를 판매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도 지난달 21일 선보인 100만~500만원짜리 선불 항공권을 지금까지 100억여원어치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선불 항공권으로 비행기 노선을 예약하면 정상 운임에서 10~15% 할인받을 수 있다.

한편,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LCC 업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총차입금 5000억원 이상이면서 근로자 300명 이상'인 기업에 기금을 지원하기로 했는데, 이 기준에 따르면 LCC 7곳 중에서 총차입금이 6417억원인 제주항공과 5605억원인 에어부산만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22일 이스타항공과 플라이강원 등은 국토부를 방문해 자격 조건에서 벗어난 업체들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지만, 국토부 측은 "혈세로 조성된 안정기금을 부실기업의 생명 유지 수단으로 낭비할 수 없다"며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LCC 업체 임원은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지금과 같은 경영 위기에 몰리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코로나를 계기로 LCC 업계를 구조 조정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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