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의 벽돌책] 소셜미디어 세계에서 나를 지키는 법

조선일보
  • 장강명 소설가
입력 2020.05.23 03:00

인간 본성의 법칙

장강명 소설가
장강명 소설가
독서가 중에는 자기계발서를 싫어하는 정도를 넘어, 혐오하거나 경멸해야 마땅하다고 믿는 이들도 있는 것 같다. 나는 아니다. 자기계발서 중에는 분명히 함량 미달인 물건도 많다. 하지만 그와 별도로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세상살이의 지혜가 어마어마하게 많고, 그걸 책으로 엮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집안이나 마을의 어른이 그런 지혜를 가르쳤다.

로버트 그린의 920쪽짜리 책 '인간 본성의 법칙'(위즈덤하우스)은 어느 서점에서는 인문학 이론서로, 다른 서점에서는 교양심리 서적으로 분류돼 있다. 내 생각에는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을 잇는 좋은 인간관계 분야 자기계발서이고, 실제로 어떤 서점에서는 해당 코너에 있다.

'인간 본성의 법칙'
'인간관계론'처럼 '인간 본성의 법칙'도 풍부한 사례를 통해 인간 심리의 비밀스럽고 어두운 구석을 일상의 언어로 풀어 나간다. 타인의 행동에 대처하는 법과 자기 마음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 요령도 조언한다. 이것을 처세술이라고 깎아내려야 할까? 오히려 자식이 있다면 꼭 알려주고 싶은, 교과서에 없는 산 지식이라고 본다. 특히 '인간 본성의 법칙'은 80여 년 전에 나온 '인간관계론'에 비해 현대 사회생활에 더 다급하게 필요해진 지혜를 제시한다는 면에서 탁월하다. 한 가지 예만 들어본다. 수천, 수만 명과 연결되는 소셜미디어 환경에서 타인의 영향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중국 문화혁명기의 끔찍한 사건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집단 속에서 우리가 맞닥뜨리는 유혹들을 열거한다. 녹아들고 싶은 욕구, 감정의 전염, 과잉 확신, 집단 문화에 대한 순종 같은 것들이다. 리더, 모사꾼, 말썽꾼, 광대처럼 집단에서 개인들에게 부여하는 역할을 설명하기도 한다.

출간 1년도 안 된 책이 5만 부가 넘게 팔리자 출판사에서는 두 권으로 나눈 블랙 에디션을 내놨다. 벽돌을 쪼갠 셈. 두꺼운 분량이 부담스러운 젊은이가 있다면 13장(章)만이라도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평생 직업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시대에 헌신할 수 있는 일을 발견하는 방법을 다룬 챕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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