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 or 신문… 비문 사라진 여당의 새 계파 지도

입력 2020.05.24 01:30

[주간조선]

지난해 12월 23일 문재인 대통령이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1호기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면서 하늘을 보고 있다. 왼쪽은 친노·친문의 좌장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photo 뉴시스
지난해 12월 23일 문재인 대통령이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1호기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면서 하늘을 보고 있다. 왼쪽은 친노·친문의 좌장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photo 뉴시스
“현재 민주당 내에서 친문(親文)이냐 비문(非文)이냐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한 당직자의 이야기다. 21대 총선은 국회 지형을 ‘여대야소’로 바꾸어 놓았을 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내 계파 지형도 바꾸어 놓았다. 지난 대선까지도 친문과 비문으로 나뉘어 있던 당내 계파는 사실상 친문 일색으로 변했으며, 오히려 친문 내에서 미세한 분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그 원인 중 하나는 이번 총선에서 비문 계열 후보들이 대거 총선에 나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비문계 대표 격이었던 이종걸 의원, 유승희 의원은 물론이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정활동으로 친문 진영과 대립각을 세웠던 금태섭 의원도 경선에서 탈락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민주당 계파는 ‘친문’과 ‘비문’이 아닌 ‘친문’과 ‘신문(新文)’, 여기에 ‘뉴파티’라고 부르는 신진세력 등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들을 사칙연산하듯이 정확히 나누긴 어렵지만 통상적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한 기간 및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 등을 기준으로 구분한다.

일단 ‘친문’이란 계파가 민주당 내에서 처음 만들어진 시점은 2012년 문재인 대통령의 첫 대선 도전 때로 본다. 당시 문재인 후보를 대통령 후보로 경선에 등장시켰던 인물들이 통상 친문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정치에 뜻이 없다”던 문 대통령을 링 위에 올린 그룹으로, 친노(親盧)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주로 참여정부에서 입각했거나, 청와대 근무경력이 있던 사람들이다.

친노·친문의 좌장은 이해찬 현 민주당 대표다. 이 대표는 스스로 대권후보로 나서는 대신 당권에만 집중하고 정권 창출을 주도하는 ‘킹메이커’를 자처했다. 2007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섰던 정동영 민생당 의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참패한 뒤 민주당은 대선주자 공백 사태가 약 4년 넘게 지속됐다. 노 전 대통령 서거 후 정치권과 거리를 뒀던 문 대통령이 정치권에 입성한 것은 2011년이 되어서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정동영에서 문재인으로 대선후보가 넘어가기까지 5년의 갭이 있었는데, 여기서 친노가 후보를 낼 수 있도록 당을 리모델링한 사람이 이해찬 대표”라고 말했다. 이해찬 대표를 필두로 핵심 친문들은 원내와 원외에 골고루 포진해 있다. 원내에서는 홍영표 의원, 전해철 의원 등이 대표적이고, 원외에서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김경수 경남도지사,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등이 여기에 속한다.

여기에 2012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통합당으로 당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인물들이 합류했다. 이때는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된 ‘빅텐트론’에 따라 기존 민주당에 한국노총 등 노동단체, 시민단체가 합쳐지는 시점이었다. 이 과정에서 합류한 이용선 당시 시민통합당 대표, 김광진 현 청와대 정무비서관 등도 친문에 가세했다.


2012년 대선 경선 이후부터 新文 등장

그러다가 신문(新文)이 등장하는 것은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다. 이때 문 대통령을 지지했던 인물들이 신문으로 분류된다.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로는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후보가 나서 각축을 벌였다. 경선 결과 결선투표 없이 문 후보가 대선후보로 결정됐는데, 이 경선이 시작될 때부터 문 후보를 지지한 이들을 ‘신문’으로 본다. 민주당 한 중앙당 당직자는 “당내에서 ‘신문’을 따져보는 공식은 기존 민주당 및 민주당 계열 정치인으로, 2012년 민주통합당 대통령후보 경선 때부터 친문재인 성향으로 활동한 정치인”이라고 정의했다. “쉽게 말해 대권에 첫 번째 도전하던 경선 때부터 문 대통령에게 힘을 보탠 이들”이라는 것이다.

신문의 대표는 정세균 국무총리다. 이유는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 문 대통령과 함께한 게 아니라 경선이 끝난 직후부터 함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 총리는 단순히 ‘친문’이나 ‘신문’으로만 분류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정동영, 손학규처럼 정세균도 자기 계파가 있는 당대표급 인사일 뿐더러 당적을 옮긴다면 20명 정도가 따라다니는 큰 세력인데, 정세균계가 합류했다는 건 의미가 큰 것”이라며 “이때부터 친문이 하나의 큰 집단이 됐다”라고 말했다. 인천 지역 중진인 송영길 의원 역시 ‘신문’으로 분류된다. 송 의원은 2010년 인천시장에 당선돼 지자체장을 하다가 문 대통령이 경선 직전 전국을 돌 때 지지세력에 합류했다.

기존부터 친노로 분류되던 김두관 의원도 이때를 기점으로 문 대통령 세력에 합류했다. 경남 남해군수로 일하던 김두관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이 행정자치부 장관으로 발탁했기 때문에 친노 인사로 꼽힌다. 하지만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 때는 문 대통령과 맞섰다. 당시 문 후보를 거세게 비판하는 등 제법 대립각을 세웠다. 경선 이후 김 의원이 문 대통령 세력에 합류한 것 역시 친노·친문의 좌장인 이해찬 대표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2위로 후보가 되지 못한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는 경선 결과에 불복하면서 당에서는 비주류가 됐다. 이때 끝까지 문 대통령 세력에 합류하지 않은 사람들은 손 전 대표 외에도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이종걸 전 원내대표, 이언주 의원 등이 있다. 민주당 중진 중 ‘친문’이 아니라 ‘신문’에 속하는 대표적 인물 중에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있다. 추 장관 역시 2012년 경선 때부터 함께한 ‘신문’으로 꼽힌다. 노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던 과거가 있기 때문에 ‘친문’에는 섞일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왼쪽부터) ‘신문’ 혹은 ‘범주류’로 분류되는 정세균 국무총리. ‘신문’으로 분류되는 송영길 의원. ‘뉴파티’로 분류되는 황희 의원. ‘뉴파티’로 분류되는 이철희 의원. photo 뉴시스
(왼쪽부터) ‘신문’ 혹은 ‘범주류’로 분류되는 정세균 국무총리. ‘신문’으로 분류되는 송영길 의원. ‘뉴파티’로 분류되는 황희 의원. ‘뉴파티’로 분류되는 이철희 의원. photo 뉴시스
뉴파티의 등장

최근 민주당 내에서 기존의 구분법으로 묶이지 않는 또 하나의 신진세력이 등장했는데 이를 ‘뉴파티’라고 부른다. 주로 2015년 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된 이후 정치권에 들어왔거나, 문 대통령과 정치적 노선을 함께한 이들을 말한다. 민주당 당직자는 “이미 문(文)이 막강한 주류로 당이 정립됐기 때문에 문을 굳이 붙일 필요가 없는 것”이라며 “이때부터는 뉴파티라 한다”라고 했다. 뉴파티라는 명칭은 2016년 초 문 대통령이 당대표였던 시절 출범한 당내 조직 ‘뉴파티위원회’에서 따왔다. 이 위원회에는 이철희·표창원 의원 등 당시 문 대표가 직접 영입한 인사들이 포함됐다.

이런 흐름 속에서 기존 정치인 출신 의원들 중에서도 ‘뉴파티’라고 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는데, 대표적 인물이 황희 의원이다. 황 의원은 2016년 총선에 당선되기 전부터 노무현 정부 행정관 출신으로 기존부터 민주당 계열에서 활동한 정치인이었다. 한 당직자는 “원래 뉴파티는 이전에는 정치인이 아니었던 사람이어야 하는데 자기 스스로 뉴파티라는 인물들이 나타나면서 혼용이 되기도 하고 복잡해졌다”며 “아무래도 뉴파티라고 하면 청량감이 있고 신선한 느낌이 드니 그렇게 표방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회 활동을 하면서 세월호 유족들을 변호한 것이 계기가 되어 문 대통령이 직접 러브콜을 한 인사다. 초선이지만 민주당 최고위원까지 될 수 있었던 것은 친문세력의 지지에 힘입은 결과라는 말이 나온다. 이철희 의원 역시 이전부터 민주당 당원이었고 의원 보좌관을 지냈다는 점에서 황 의원과 비슷하다.


이낙연의 고민

민주당 내에서 친문이나 신문, 뉴파티에 해당하지 않는 의원들을 찾기는 쉽지 않지만 굳이 분류하자면 김근태(GT) 전 열린우리당 의장을 따르는 세력인 ‘경제민주화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국민연대(민평련계)’ 정도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이들마저도 김 전 의장이 별세한 후 각자도생의 길을 가면서 현재는 친문계에 흡수됐다는 게 통론이다. 이인영 전 원내대표가 대표적이다. 전대협 1기 의장 출신인 이 전 원내대표는 ‘리틀GT’로 불린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노 전 대통령 때만 해도 GT계가 더 많았는데 이해찬 대표를 중심으로 한 ‘킹메이킹’ 과정에서 GT계는 쇠락했다”며 “민평련계는 경선 직후에 곧장 승복한 정세균계와는 좀 다른 형태로 자연스럽게 친문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원내대표, 유은혜 교육부총리를 포함해 이번에 강원 춘천에서 당선된 허영 당선인, 전남 목포에서 당선된 김원이 당선인 등이 GT계 정치인으로 꼽힌다.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서 친문의 힘이 원내까지 장악했지만, 사실 이미 경선 과정에서 그 압도적 힘은 확인됐다. 따라서 대선후보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도 친문들의 지지는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직 출마 여부를 고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에 선출되는 당대표는 앞으로 두 번의 중요한 전국 단위 선거를 총괄해야 한다.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다. 이 위원장이 전당대회 출마를 고심하는 표면적 이유는 대선에 도전하려면 대표직을 7개월 만에 내려놓아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이 위원장이 고심하는 또 다른 이유로 친문 측이 밀 당권 및 대선주자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이 위원장이 당내 핵심 계파인 친노·친문 인사가 아니라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2003년 열린우리당 분당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을 따르지 않고 기존 민주당에 남았기 때문이다. 핵심 친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홍영표 전 원내대표가 당대표직에 도전할 수 있다는 관측도 이 위원장을 망설이게 하는 이유다. 홍 전 원내대표는 대우그룹 노조 사무처장 출신으로 인천 지역에서 오랜 시간 노동운동을 하면서 노 전 대통령, 문 대통령과 가까워진 핵심 친문 의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이 위원장의 한 측근은 “대통령과 멀어지면 지지도가 낮아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 이 위원장이 총리 시절부터 갖고 있던 고민”이라며 “이 위원장이 역대 최장수 총리로 남게 된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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