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법 첫 사망사고 운전자 영장 기각.. "범죄 여부 다툼 여지"

입력 2020.05.22 17:35 | 수정 2020.05.22 18:11

전주 스쿨존서 불법 유턴 하다 2살 아이 치여 사망
법원 “범죄사실 성립여부 다툼의 여지"
"피해자측 과실여부 등도 따져봐야"

전북 전주에 있는 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불법 유턴을 하다 두 살배기 남자 아이를 치여 숨지게 한 50대 남성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전주지방법원 최형철 영장전담판사는 22일 특정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어린이보호구역 치사) 혐의를 받는 A(53)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신문을 열고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최형철 판사는 “A씨 과실로 피해 아동이 사망하는 중대한 결과 발생했지만, A씨가 과실을 인정하고 증거가 충분히 수집되어 있다”며 “범죄사실 성립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A씨의 전과·주거·가족관계·합의 가능성 등 제반 사항을 고려할 때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된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최 판사는 기각 사유에 ‘피해자 측 과실 여부’도 언급했다. 김자림 전주지법 공보판사는 “구속영장 기각을 판단하는 데 있어 피해자 측의 과실 여부도 한 요소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22일 오전 9시30분 전북 전주시 반월동의 한 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간이 중앙분리대 설치 공사가 진행 중이다. 사진 왼쪽 중간(흰색차량)이 사망 사고가 난 지점인데, 이날도 불법 주차를 한 차량이 있었다. /김정엽 기자
22일 오전 9시30분 전북 전주시 반월동의 한 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간이 중앙분리대 설치 공사가 진행 중이다. 사진 왼쪽 중간(흰색차량)이 사망 사고가 난 지점인데, 이날도 불법 주차를 한 차량이 있었다. /김정엽 기자
전주 덕진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1일 낮 12시15분쯤 전주시 반월동 한 스쿨존 도로에서 자신의 SUV차량으로 B(2)군을 치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고로 B군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치료를 받던 중 끝내 숨졌다. 사고 당시 B군의 엄마도 사고 현장 근처에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측의 과실 여부는 좀 더 수사를 진행해봐야 나올 것”이라고 했다.

A씨는 불법유턴을 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가 난 곳은 왕복 4차선 도로다. A씨는 사고가 난 반대편 스쿨존에서 주행하다, 중앙선을 넘어 불법 유턴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가 유턴을 한 지점은 간이 중앙분리대가 끝나는 지점이다. 사고가 난 스쿨존 길이는 300m인데, 90m 정도만 간이 중앙분리대가 설치돼 있었다. 인도엔 안전 펜스도, 무인 과속 단속 장비도 없었다. 한 주민은 “사고 지점은 상가 건물로 들어가는 진입로가 있어 인도가 10m 정도 끊어진 구간”이라며 “도로 경계석이 없다 보니 불법 유턴 차량이 인도까지 침범하는 일이 빈번했다”고 말했다.

민식이법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안전운전 의무 부주의로 사망이나 상해사고를 일으킨 가해자를 가중처벌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어린이 사망사고 발생 시 3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에 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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