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는 거짓 쾌락?… 수술대 오른 공감 표시

조선일보
입력 2020.05.23 03:00

[아무튼, 주말]
진화하는 소셜미디어 '좋아요'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좋아요 수 숨기기' 기능을 테스트하고 있는 인스타그램. 좋아요 수가 아니라 '△△님 외 여러 명이 좋아합니다'라고 표시된다. 지난 1일 '힘내요' 이모티콘이 추가된 페이스북. 지난 14일 '화나요'가 사라지고 '응원해요' '축하해요' 등이 추가된 네이버 공감 표시.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좋아요 수 숨기기' 기능을 테스트하고 있는 인스타그램. 좋아요 수가 아니라 '△△님 외 여러 명이 좋아합니다'라고 표시된다. 지난 1일 '힘내요' 이모티콘이 추가된 페이스북. 지난 14일 '화나요'가 사라지고 '응원해요' '축하해요' 등이 추가된 네이버 공감 표시. / 인스타그램·페이스북·네이버
#1. 지난 14일 네이버 연예 뉴스 창에 작은 변화가 생겼다. 기존 공감 버튼 중 '화나요' 등이 빠지고, '응원해요' '축하해요' '기대해요' '놀랐어요'가 추가됐다. 네이버 관계자는 "플랫폼에선 쌍방향 소통이 생명"이라며 "연예 뉴스 댓글 폐지 이후에도 이용자들이 감정을 표현하는 창구는 필요해 부정적 감정은 빼고 긍정적 감정 위주로 세분해 버튼을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2. 지난 1일 페이스북엔 하트를 끌어안은 모양의 '힘내요(care)' 이모티콘이 생겼다. 페이스북 측은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서로 연결돼 있음을 잊지 말고 힘내자는 연대의 의미를 담은 표시"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6년 감정 표시를 '좋아요' 하나에서 '최고예요' '웃겨요' '멋져요' '슬퍼요' '화나요'로 다양하게 바꾼 뒤 4년 만이다.

'좋아요 사용법'이 플랫폼의 철학을 보여주는 도구가 됐다. 공감을 표시하는 수단으로 등장한 깨알만 한 표시가 기업 메시지를 담는 창으로 쓰일 만큼 위력을 갖게 됐다는 의미다. 관심 경제(atten tion economy·취향에 맞춘 서비스 제공) 시대에 사람들의 기호를 파악하는 중요 데이터이자 인플루언서들에겐 인기를 입증하는 척도로 통용돼 '소셜 화폐(social currency)'라고도 한다.

위상 변화는 10여 년 만에 이뤄졌다. 원조는 '엄지 척' 모양 아이콘 자체가 상징인 페이스북이다. 2007년 페이스북 엔지니어였던 저스틴 로즌스타인이 "이용자 처지에선 클릭 한 번만으로 간단하게 타인과 감정을 주고받을 수 있으면서, 플랫폼으로선 의미 있는 데이터를 수확하는 방식"으로 'like(좋아요)'를 고안했다. 이후 '하트' 등 모양이 살짝 바뀌며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으로 퍼졌다.

소셜미디어 중독은 '좋아요의 노예'가 됐음을 의미한다. 자기 게시물에 좋아요가 몇 개 달렸는지 끊임없이 확인하며 감정 곡선이 요동친다. 고안자 로즌스타인마저 3년 전 영국 일간지 가디언 인터뷰에서 "좋아요는 거짓 쾌락(pseu do-pleasure)을 알리는 빛나는 종소리. 매력적인 만큼 공허하다"고 경고했다.

이젠 '좋아요' 똑똑하게 다루기가 플랫폼의 사회적 책무처럼 됐다. 가장 적극적으로 좋아요를 수술대에 올린 곳은 인스타그램이다. "좋아요를 숨겨라." 아담 모세리 인스타그램 대표가 지난해 대책팀을 꾸려 내린 특명이었다. 계정 주인만 좋아요 수를 볼 수 있고, 다른 사람은 볼 수 없게 하라는 것이었다. 작전명은 '프로젝트 데이지(Daisy)'. 데이지 꽃잎을 한 장씩 뜯으며 '그가 나를 사랑한다, 안 한다' 점치듯 누가 좋아요를 누르는지 강박적으로 확인하는 걸 멈추게 하자는 의미였다.

인스타그램 이용자 중 팔로어들이 당신 게시물의 '좋아요' 개수가 안 보인다고 한다면 당신은 무작위로 선택된 '프로젝트 데이지' 실험 대상자란 증거다. 좋아요 수 대신 '○○님 외 여러 명이 좋아합니다'는 표시가 보일 것이다. 지난해 5월 캐나다를 시작으로 현재 한국을 비롯해 12국에서 일부 사용자를 대상으로 '좋아요 수 숨기기' 서비스를 시범 운영 중이다. 인스타그램에 이어 페이스북도 호주 등 일부 국가에서 이 기능을 테스트하고 있다. 한국도 비공식 테스트 중이라고 한다.

페이스북코리아 정다정 홍보 이사(인스타그램 담당)는 "광고 지표로도 쓰이는 '좋아요'를 숨기는 건 우리로서도 많은 걸 감수한 모험"이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사람들이 타인의 반응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데서 벗어나 편안하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웰빙 플랫폼'을 만드는 게 우리 목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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