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일의 입] '윤석열과 한겨레', 무슨 일 있었나

입력 2020.05.22 18:00

사진 한 장을 보여드린다. 2019년, 작년 10월11일자 한겨레신문 1면이다. <"윤석열도 별장에서 접대"… 검찰, ‘윤중천 진술’ 덮었다>
출처: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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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그날 한겨레신문 3면을 보겠다. <"수차례 접대" 진술 나왔는데도…검찰, 수사도 감찰도 안해> 이렇게 돼 있다.
출처: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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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당시 주간지 한겨레21 10월21일치 1283호 표지와 커버스토리를 보여드린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진과 함께 제목이 이렇 게 돼 있다. <윤중천 "윤석열 접대했다">

출처: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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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한겨레신문 1면 톱기사 중에 빨간 밑줄을 그은 시작 부분을 읽어드린다. 이렇게 돼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스폰서였던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별장에 들러 접대를 받았다는 윤씨의 진술이 나왔으나 추가 조사 없이 마무리된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서 잠깐 시계바늘을 7년 전으로 돌아가 보겠다. 2013년3월 김학의 법무부 차관이 임명됐다. 그러자 정치권에 어떤 동영상이 나돌기 시작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입수한 이 동영상에는 강원도 원주시에 있는 한 별장에서 이뤄진 매우 난잡한 상황이 촬영되어 있었다. 경찰이 입수한 동영상 화면에는 속옷을 하나만 걸친 중년 남성이 가수 박상철의 ‘무조건’을 부르며 여성을 뒤에서 안고 노래 부르다 낯 뜨거운 장면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이 촬영은 2006년에서 2008년 사이에 이뤄진 것으로 추정됐다.

윤중천은 건설업자인데, 그가 자신의 강원도 별장으로 김학의 전 차관을 초대해서 난잡한 접대를 했다는 의혹이 이른바 ‘김학의 전 차관과 별장 성 접대 의혹 사건’이다. 그런데 지금 다시 보여드리는 것처럼, 그로부터 한참 세월이 흐른 뒤 한겨레신문이 난데없이 ‘윤석열도 별장에서 접대 받았으나 검찰이 윤중천 진술을 덮었다’는 1면 톱기사를 내보낸 것이다. 그렇다면 한겨레신문이 이 같은 보도를 했던 작년 10월11일은 어떤 상황이었을까. 다들 기억에 생생하실 테니 긴 설명이 필요 없겠으나, 그 당시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끄는 수사팀들이 이른바 조국 일가족의 웅동학원 비리, 자녀 표창장·인턴증명서 위조 비리, 사모펀드 비리 등을 파헤치는 수사의 정점을 달리고 있던 시기였다. 따라서 ‘윤석열도 윤중천 별장에서 모종의 접대를 받았다’는 한겨레신문 보도는 윤석열 검찰과 조국 사태 수사를 한순간에 꺾어버릴 수도 있는 핵폭탄급이었다.

이같은 보도가 나가자 윤석열 검찰총장은 그날 즉각 한겨레 기자 등을 고소했다. 사실무근의 보도로 인한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소송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또 "손해배상청구, 정정보도청구 등 민사상 책임도 끝까지 물을 예정"이라고 했다. 윤 총장은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건설업자의 별장에 놀러갈 정도로 대충 살지 않았다."

그러자 좌파 매체들이 은근히 한겨레신문을 편드는 분석 기사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이들은 사실 여부를 취재하는 게 아니었다. 현직 검찰총장이 자신의 일로 검찰에 언론사를 고소하는 것은 ‘이해충돌’에 해당한다는 엉뚱한 프레임을 들고 나왔다. 핵심은 ‘윤석열이 별장 접대를 받았다는 게 사실이냐 아니냐’, 이 점이었는데, 좌파 매체들은 이해충돌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이다. 당시 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한겨레신문 보도는 잘못됐다, 그러나 검찰총장이 언론사를 직접 고소한 것 역시 문제"라고 양비론 비슷하게 지적했다. 그러나 윤석열 검찰총장의 입장은 명확했다. "해당 언론사가 취재 과정을 다 밝히고, ‘이러한 걸 확인해서 이렇게 이르렀고 보도가 명예 훼손한 것에 대해 사과한다’고 같은 지면에 해주신다면 고소를 계속 유지할지에 대해 재고해 보겠습니다." 사과하지 않으면 고소 취하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로부터 무려 7개월이 흐른 오늘 아침, 한겨레신문은 1면 우측에 이런 사과문을 실었다. <‘"윤석열도 접대" 진술 덮었다’ 기사… 부정확한 보도 사과드립니다.> 한겨레신문사 회사 이름으로 게재한 이 사과문은 1면과 2면에 실렸다. 이 사과문은 고백체 문장을 쓰고 있다. 윤석열 접대 의혹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증거나 증언에 토대를 둔 후속 보도를 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확인이 불충분하고, 과장된 표현을 담은 보도라 판단했습니다. 정확하지 않은 보도를 한 점에 대해 독자와 윤 총장께 사과드립니다."

이 사과문은 잘못된 보도가 나가게 된 경위를 비교적 소상하게 밝히고 있다. 한겨레신문 보도는 윤석열이 별장에 ‘왔다’고 단정적으로 표현하고, ‘수차례’ ‘접대’ 같은 단어를 쓰기도 했는데, 막상 법무부 과거사위원회가 내놓은 보고서에는 윤중천씨의 진술이 이렇게만 기록돼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검사장이) 원주 별장에도 온 적이 있는 것 같다." 윤중천의 진술은 ‘있는 것도 같다’는 모호한 표현일 뿐인데, 한겨레신문은 ‘수차례 접대 받으러 왔다’는 식으로 보도했다는 고백이다. 또 윤중천은 "윤석열 총장을 안다고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는데, 반박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런 디테일까지 스스로 밝힌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란 점에서 일단 평가해줄 만하겠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다. 첫째, 작년10월 윤석열 총장과 ‘조국 사태’ 수사팀을 일거에 파멸시킬 수도 있었던 그 보도는 문재인 정부에게 매우 불리했던 여론을 뒤집어놓으려는 어떤 의도는 없었을까 하는 점이다. 이런 점에 대한 내부 토론이 있었다면 그에 대한 언급도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지적이 가능하다. 둘째, 윤석열 총장이 지면(紙面)을 통한 한겨레의 사과가 없을 경우 끝까지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다짐한 것과 이번 사과문은 어떤 관계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결국 검찰총장의 소송이 무서워서 사과한 것인가, 하는 의문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1, 2면에 걸친 한겨레의 사과문은 일단 평가받을 만하다고 본다.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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