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용수 할머니, 윤미향에 "친구 아닌 내 얘기" 말했었다

입력 2020.05.21 16:31 | 수정 2020.05.21 20:17

尹당선자 2014년 학술지에 기고 "할머니 부친이 '겪은 일 말하지 말라' 했던 것"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당선자/조선일보DB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당선자/조선일보DB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비례대표 당선자가 이용수 할머니의 30여년 전 ‘위안부 피해 증언’과 관련, “할머니가 처음에는 자기 친구가 그런 일(위안부)을 겪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꺼냈지만, 이야기를 하던 중에 자신이 겪은 일이라고 고백했다”는 사연을 과거 한 종교 학술지에 기고했던 것으로 21일 밝혀졌다. 윤 당선자가 이 할머니로부터 들은 증언을 바탕으로 위안부 직접 피해자가 맞는다고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윤 당선자는 지난 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돌연 이 할머니가 위안부 직접 피해자가 아닐 것이라는 취지로 언급했다. 이에 여권과 인터넷 일각에서도 “이 할머니의 기억이 이상하다”, “본인이 위안부 피해자는 맞느냐”고 했다. 이 할머니가 정의기억연대의 불투명한 회계 처리 등에 대해 폭로한 직후, 이 할머니의 위안부 피해에 대한 윤 당선자의 ‘기억’이 180도 바뀐 것이다.

본지가 입수한 2014년 6월 ‘기독교사상’ 666호에 실린 ‘길거리에서 20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함께 만드는 평화’ 기고 글에 따르면, 당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였던 윤 당선자는 위안부 피해를 직접 겪은 인물로 이 할머니의 사연을 소개했다. 윤 당선자는 기고에서 “대구에 살고계신 이○○ 할머니는 (2014년 당시) 현재 87세”라며 “내가 이○○ 할머니를 만난 것은 1992년, 그때 나는 아직 20대였고, 할머니는 60대 초반이었다”고 했다. 윤 당선자는 대구에 사는 이 할머니와 1992년 만나 함께 활동해오다 최근 관계가 틀어졌다.

이어 윤 당선자는 “할머니는 처음에는 한사코 자신이 아니라 자기 친구가 그런 일을 겪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꺼냈다. 하지만 이야기를 하던 중에 할머니는 자신이 겪은 일이라고 고백을 했고, 그동안 아무에게도 이 말을 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고 했다.

또 “전쟁이 끝나고 구사일생 살아남아 집으로 찾아왔을 때 (이 할머니의) 엄마는 딸이 죽은 줄 알고 제사를 지내고 있었고, 남루한 모습의 딸을 보고 뭔가 눈치를 챈 아버지는 ‘내가 무덤에 갈 때까지 전쟁터에서 무슨 일을 겪었는지 말하지 말라’고 하여 그때부터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고 한다”고도 했다. 윤 당선자가 이 할머니의 가족사를 근거로, 이 할머니가 피해 사실을 숨길 수 밖에 없었다고 한 것이다.
윤미향 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는 2014년 6월 '기독교사상' 666호에 기고한 글에서 이용수 할머니의 위안부 피해 증언과 관련, '처음에는 한사코 자신이 아니라 자기 친구가 그런 일을 겪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꺼냈다. 하지만 이야기를 하던 중에 할머니는 자신이 겪은 일이라고 고백을 했다'고 밝혔다. /기독교사상 캡처
윤미향 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는 2014년 6월 '기독교사상' 666호에 기고한 글에서 이용수 할머니의 위안부 피해 증언과 관련, "처음에는 한사코 자신이 아니라 자기 친구가 그런 일을 겪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꺼냈다. 하지만 이야기를 하던 중에 할머니는 자신이 겪은 일이라고 고백을 했다"고 밝혔다. /기독교사상 캡처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는 지난 8일 페이스북 글에서 '1992년에 이용수 할머니께서 신고전화를 했을 때에 제가 사무실에서 전화를 받았고, 모기소리만한 목소리로 떨면서 '저는 피해자가 아니고, 제 친구가요...'하던 그 때의 그 상황을 바로 어제 일처럼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윤 당선자는 이후 이 할머니가 자신이 직접 겪은 피해를 차마 말하지 못한 사연이 있었다는 과거 자신의 기고 글 내용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윤미향 페이스북 캡처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는 지난 8일 페이스북 글에서 "1992년에 이용수 할머니께서 신고전화를 했을 때에 제가 사무실에서 전화를 받았고, 모기소리만한 목소리로 떨면서 '저는 피해자가 아니고, 제 친구가요...'하던 그 때의 그 상황을 바로 어제 일처럼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윤 당선자는 이후 이 할머니가 자신이 직접 겪은 피해를 차마 말하지 못한 사연이 있었다는 과거 자신의 기고 글 내용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윤미향 페이스북 캡처
그러면서 윤 당선자는 “(이 할머니) 이외에도 많은 할머니들이 가족이나 친구들 그 누구에게도 그 아픔을 말하지 못하고 가슴에 묻으며 살아간다. 얼마나 위로받고 싶었을까? 얼마나 아팠다고 이야기하고 싶었을까?”라며 “그러나 할머니들은 오히려 아픈 상처를 누르며 자기 자신을 억압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또 “자신들의 역사를 부정하고 묻어야 살 수 있는 현실, 기억을 억압하고 상처와 고통에 치유가 아닌 원망을 쏟아내야 했던 그들의 삶은 일본군 ‘위안부’로서의 경험을 ‘한’으로 응어리지게 만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윤 당선자는 최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돌연 “1992년에 이용수 할머니께서 신고전화를 했을 때에 제가 사무실에서 전화를 받았고, 모기소리만한 목소리로 떨면서 ‘저는 피해자가 아니고, 제 친구가요…’하던 그 때의 그 상황을 바로 어제 일처럼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거의 30여년을 함께 걸어왔다”고 했다. 그러나 윤 당선자는 과거 이 할머니가 ‘직접 겪은 일’이라고 추가로 고백했다던 내용은 쏙 뺀 채, 이 할머니가 ‘친구’를 언급하며 자신은 피해자가 아니라고 했다는 초기 증언만 소개한 것이다. 이에 인터넷 등에서 ‘이 할머니가 위안부 피해자가 아니었느냐’, ‘윤 당선자가 그 사실을 알고도 주변을 속였던 것이냐’ 등의 반응이 나왔다. 현재 이 글은 윤 당선자 페이스북에 삭제된 상태다.

그러나 당시 여권 일각은 “이 할머니의 기억이 이상하다”, “폭로에 배후가 있다”며 화살을 이 할머니 쪽으로 돌렸다. 윤 당선자가 30여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이 할머니의 사연을 취사 선택해 내용의 일부만 공개하자, 오히려 이 할머니에게 ‘말이 바뀌었다’는 공격이 쏟아진 것이다.
이용수 할머니가 지난 7일 대구 남구 봉덕동의 한 찻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앞으로 수요 집회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김동환 기자
이용수 할머니가 지난 7일 대구 남구 봉덕동의 한 찻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앞으로 수요 집회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김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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