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잡아라… 테크 공룡들 "우리 화상회의실로 오세요"

조선일보
입력 2020.05.19 04:01 | 수정 2020.05.19 14:45

[Close-up] 화상회의 플랫폼 전쟁

구글 - 지메일에 화상회의 메뉴 추가, 9월까지 시간 제한 없이 사용
페이스북 - 한 번에 최대 50명 동시 접속… PC에선 16개 회의 진행 가능
마이크로소프트 - 오피스 프로그램과 통합 사용, 학교·회사 등에서 활용도 커
네이버 - 웍스모바일에 화상회의 기능… 최대 200명까지 동시에 참여

지난 14일(현지 시각) 노르웨이 오슬로 증시에 처음 상장된 화상회의 서비스 기업 펙십(PEXIP)의 주가는 주당 63크로네(약 7628원)에서 장중 한때 97크로네(약 1만1740원)까지 치솟았다. 종가는 87.50크로네(약 1만600원)로 이날 40% 가까이 상승 마감했다. 18일(현지 시각) 오전에는 6% 넘게 오르며 98크로네 안팎에서 거래 중이다. 펙십은 독일 정부와 미군이 사용하는 화상회의 서비스로 알려지면서 기존 화상회의 강자 줌비디오커뮤니케이션의 강력한 경쟁자라는 평가를 받으며 주가가 급등했다. 기밀을 다루고 보안이 핵심인 정부 기관에서 사용하는 서비스라면 보안 수준이 상당히 높을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글로벌 사회는 화상회의라는 '뉴노멀(new normal)'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코로나가 중국에서 시작한 지난 설 연휴 전까지만 해도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재택근무·온라인 강의 등이 일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화상회의·강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화상회의 시장은 스타트업은 물론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페이스북 같은 테크 공룡까지 관련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시장 쟁탈을 하는 IT 기업의 새로운 전장(戰場)이 되고 있다. 국내 IT 기업들도 뛰어들었다.

◇화상회의 시장 코로나 이전 36억달러→64억달러로

화상회의 시장 규모에 대한 전망은 코로나 이후 완전히 달라졌다. 코로나 사태 전인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들은 2020 글로벌 화상회의 시장 규모를 36억달러(약 4조4400억원) 안팎으로 예측했다. 최근에는 시장 규모가 63억8000만 달러(약 7조8800억원·밸류에이츠리포트)에 달한다는 보고서가 나오고 있다.

글로벌 클라우드 화상회의 서비스 시장 규모 추이 그래프

코로나 시대 화상회의 왕좌를 가장 먼저 거머쥔 기업은 미국 화상회의 벤처기업인 줌비디오커뮤니케이션이다. 본래 줌은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IT 기업이나 글로벌 기업 사이에서만 소규모로 사용하는 서비스였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줌 이용자는 지난해 12월 하루 1000만명 수준에서 4월 3억명으로 폭증했다. 모바일 앱 시장조사 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글로벌 모바일 앱(응용 프로그램) 다운로드 순위에서 줌이 지난 3월 세계 3위를 기록한 데 이어 4월에는 1위로 올랐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상위권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했던 줌이었다.

◇줌 잡아라… 구글·MS 맹추격

구글·페이스북·마이크로소프트(MS) 등 IT 공룡은 줌을 맹추격하고 나섰다. 18일 한국에서도 구글의 이메일 서비스 '지메일'의 메뉴 칸에 '행아웃 미팅'이라는 칸이 새로 생겼다. 구글은 이미 지난달 17일(현지 시각) 미국 지메일 서비스에 '미트(행아웃과 같은 기능)'라는 화상회의 서비스 기능을 추가했는데, 이 설정을 글로벌로 확장한 것이다. 사용자가 '회의 시작'을 클릭하면 작은 별도의 창이 뜨고, 회의 주소를 공유한 친구와 함께 화상회의를 시작할 수 있다.

구글은 여기에 구글 계정을 가진 모든 이용자에게 구글 미트 서비스를 오는 9월 말까지 무료 제공하겠다며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애초 최대 60분 무료로 사용할 수 있었던 제한을 푼 것이다. 지난달 28일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 경영자(CEO)는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미트는 하루 평균 300만명씩 신규 이용자를 유치하고 있고, 하루 이용자는 1억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지난 14일(현지 시각) 미국에 먼저 내놨었던 화상회의 서비스 '메신저 룸스'를 세계로 확장했다. 룸스는 페이스북이 2015년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해 중단했던 서비스인데, 코로나를 계기로 되살아난 것이다. 이 서비스는 한 번에 최대 50명이 동시 접속할 수 있고, 구글 미트처럼 별도 프로그램을 받을 필요 없이 페이스북 앱이나 사이트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PC에서는 최대 16개 영상 채널을 동시에 띄울 수도 있어 다수의 회의를 진행할 수도 있도록 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화상회의 서비스인 '팀즈'를 통해 진행된 글로벌 화상회의 일 사용 시간은 3월 한 달에만 9억분(3월 16일)에서 최대 27억분(3월 31일)으로 급증했다. 팀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사무용 소프트웨어 MS오피스와 통합해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공공 기관·학교·회사 등에서 활용도가 크다. 전 세계 175국 18만3000개 학교에서 교육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네이버 등 국내 IT사도 뛰어들어

화상회의 붐은 외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네이버는 자회사 웍스모바일의 화상회의 서비스 '라인 웍스'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네이버에 따르면 코로나 여파로 지난 3월 국내에서 라인 웍스를 도입한 기업 수는 전년 동기 대비 열 배 이상 증가했다. 라인웍스는 최대 200명까지 동시에 화상회의에 참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SK텔레콤도 기존 100명 이상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그룹 통화 서비스 'T그룹통화'에 이어 하반기에 100인 이상이 동시 접속 가능한 화상회의 서비스 '서로'를 출시할 계획이다. 삼성SDS는 화상회의 및 원격근무 지원 서비스인 '넥스오피스(Nexoffice)'를 국내 기업에 6개월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화상회의가 지금까지 없었던 기술은 아니지만, 다들 '굳이 써야 하나'라는 생각으로 활용도가 높지 않았다"며 "코로나 때문에 반강제적으로 쓰게 됐지만, 막상 써보니 편한 점이 많아 코로나가 사라져도 관련 서비스는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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