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원격진료 올해 28배 늘어 10억건… 병원진료 넘어선다

입력 2020.05.19 03:00

[오늘의 세상] 코로나가 부른 전세계 원격진료시대

美, 보험 적용범위 늘려 이용 급증… 中, 3억명 이용하는 의료업체 등장
日, 규제 풀어 초진 원격진료 허용
英은 인공지능 활용한 진찰 도입, 무료이용 가능해 500만명 몰려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대유행)이 세계 의료 지형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환자가 병원에 가지 않고 PC나 스마트폰으로 의사의 진찰을 받는 원격 진료가 미국, 중국, 영국, 일본 등 주요 국가에서 빠르게 정착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의 신(新)의료 세상이 눈앞에 등장한 것이다.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시장조사업체 포레스터 리서치를 인용, 미국의 올해 원격 진료 건수가 10억건에 달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이 기관이 코로나 확산 이전에 예상했던 3600만회의 28배에 달하는 규모다. 미국에선 올해 원격 진료 횟수가 병원 진료를 넘는 역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2018년만 해도 미국 외래 진료 가운데 원격 진료 비율은 2.4%였지만, 코로나의 영향으로 올해는 60~70%로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뿐만 아니다. 중국에선 이용자 3억명이 넘는 원격 진료 서비스 업체가 등장했다. 영국은 무료(無料) 원격 진료 서비스를 도입했다. 원격 진료에 가장 보수적인 국가 중 한 곳인 일본도 지난 4월 초진(初診)에 대한 원격 진료를 허용했다. 일본은 5년 전 원격 진료를 도입할 때 '초진은 병원, 이후 3회 원격 처방 가능, 4회째 병원 방문'과 같은 원칙을 정했다. 우리나라가 갈등과 논란 탓에 첫발도 제대로 못 뗀 사이, 세상은 멀찌감치 앞서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용자 3억명 원격 진료 등장

미국에서 원격 진료 점유율이 70%에 달하는 텔라닥(Teladoc)의 강점은 '10분'이다. 스마트폰이나 PC로 등록하면 10분이 채 되지 않아, 의사와 화상 통화를 할 수 있다. 처방전은 약국으로 전송된다. 환자는 집에서 의약품을 배달받는다. 현지 외신은 "텔라닥의 진짜 혁신은 1차 진료의 효과"라고 평가한다. CNN은 "이용 환자의 80%가 첫 진료 후 약을 받고 더는 병원에 오지 않는다"며 "마비된 미국 의료계의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엄청나다"고 보도했다. 텔라닥은 코로나 상황에서 약진했다. 현재 시가총액(주가와 주식 수를 곱한 금액)이 137억달러(약 17조원)로 1년 전의 2배다. 현재 미국 국민의 최소 4분의 1이 텔라닥과 같은 원격 진료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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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PC·스마트폰을 통해 의사 진찰을 받는 원격 진료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에서만 올해 10억건에 달할 전망이다. 사진에서 한 부부가 미국 원격 진료 서비스 ‘텔라닥’을 이용해 화상으로 진료를 받고 있다. /텔라닥
중국의 대표 원격 진료 업체인 핑안굿닥터는 등록자가 3억명 이상이다. 올 2월 누적 이용자(같은 등록자의 중복 사용 포함)가 11억1000만명을 돌파했다. 강점은 싼 가격이다. 환자가 환부 사진을 의사에게 보내 진찰받는 서비스는 1위안(약 170원)이다. 딱 20분이 걸린다. 텐센트·알리바바와 같은 중국의 대형 테크 기업도 '위닥터'나 '알리헬스'와 같은 원격 진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영국에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원격 진료 바빌론이 등장했다. 미미한 증상의 환자는 AI가 의사 대신 진찰하고, 제대로 된 진단을 하거나 약을 처방할 때는 의사가 맡는 분업 구조다. 벌써 500만명 이상의 이용자가 몰리고 있다.

◇원격 진료에 보험도 적용

원격 진료의 폭증 배경은 물론 코로나 확산이다. 그러나 더 확실히 힘을 실은 것은 각국 정부의 지원이다. 특히 보험이 큰 역할을 했다.

미국 공적의료보험인 메디케어는 뉴욕주가 코로나 직격탄을 맞아 병원 대부분이 외래 진료를 중단하자, 원격 진료의 보험 적용 범위를 확대했다. 이전까지는 원격 진료라도 의사가 있는 곳과 거리에 따라 보험을 적용했는데 이 제한을 푼 것이다.

중국은 작년에 원격 진료를 의료 보험 대상에 포함했다. 부족한 의사 숫자를 원격 진료로 메꾸기로 정책 방향을 정한 것이다. 중국은 1만명당 의사가 19명(2016년 기준)으로, 미국(26명), 일본(24명)보다 적다.

영국 국민의료제도(NHS)도 최근 영국 바빌론의 원격 진료를 보험 대상으로 지정했다. NHS 가입자는 환자 부담금이 무료다. 일본에서도 원격 진료로 의료 환경을 효율화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연간 40조엔(약 440조원)에 달하는 의료비를 줄이는 데는 원격 진료가 최적 수단"이라고 보도했다.

원격 진료로 해외 진출에 나서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중국 텐센트는 최근 원격 진료 서비스 위닥터에 영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인도네시아어 등 4개 언어를 추가했다. 해외에서 외국인이 스마트폰으로 위닥터의 진료 버튼을 누르면 10~20초 만에 중국 현지 병원의 의사와 연결하는 것이다. 현재는 코로나 관련 진료 서비스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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