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 원자력 손에 뚝 떨어진 또 한 번의 '대박 기회'

조선일보
  • 주한규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
입력 2020.05.19 03:15 | 수정 2020.05.19 14:30

주한규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
주한규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시로 결성된 핵연료워킹그룹(NFWG)이 최근 미국의 원자력 전략 관련 보고서를 작성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미 원자력 경쟁력 회복'이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전 세계 원전 시장을 장악해 나가는 상황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빈사 상태에 빠진 미국 원자력 산업을 되살려 국제적인 주도력을 되찾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내 언론들은 주로 미국 원자력 분야의 경제·산업적 측면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지만, 필자가 보기에 이 보고서의 방점은 '안보적 차원'의 원전에 찍혀 있다. 즉, 러시아와 중국의 국영 원자력 기업들이 세계 원자력 시장을 장악하면서 그간 미국 주도로 견지해 온 핵 비확산 원칙이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는 문제의식이다. 실제 보고서의 부제도 '국가 안보 확보 전략'이다.

원전 가동으로 생기는 플루토늄은 재처리 과정을 통해 핵무기 원료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원전 운영국과 소위 '123협정'으로 불리는 원자력 기본 협정을 체결,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원천적으로 금하는 방식으로 핵 비확산 체제를 유지해 왔다. 그런데 러시아와 중국은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 한다. 이 과정에서 플루토늄 재처리 등에 대해선 무관심해 전 세계에 핵 물질이 확산할 위험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이 행동에 나선 건 이런 상황을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출이다.

국가 안보 차원에서 원자력의 중요성은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라는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없이는 국가 발전과 국민의 행복한 삶을 제대로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원전은 환경을 거의 파괴하지 않는 데다 값싸고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에 한때 탈원전을 추진하던 국가들도 최근 잇따라 원자력 발전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이처럼 산업적 측면뿐 아니라 국가 안보적 차원에서 원자력 산업을 보면 미국이 향후 이 분야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전략적으로 육성할 것인지를 가늠할 수 있다. 미국은 이미 본격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는 지난 14일 앞으로 5~7년 내 가동할 수 있는 혁신 원자로 2기의 실증을 위해 올해 2억 3000만달러를 투입하겠다고 공표했다. 소형모듈화원전(SMR)과 마이크로 원자로 등 첨단 원자력 연구 개발과 실증(R&DD)에도 왕성하게 투자할 전망이다.

미국의 극적인 방향 전환은 한국 원자력에는 '천우신조'의 기회다.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모든 희망을 잃고, 고사(枯死) 위기에 빠진 업계에 생명수 같은 소식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갖고 있다. 한국 고유 원전 APR1400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엄격한 심사를 통과해 설계 인증을 받았고, UAE에 짓고 있는 원전 4기는 초과 비용 없이 적기 시공에 성공함으로써 한국 원전의 우수한 기술력을 입증했다. 특히 국제시장을 살펴보면 미국이 세계시장에 진출하려 할 때 자유민주주의 진영에서 손잡을 수 있는 유일한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일본은 원자력 산업이 이미 쇠락하고 있고, 프랑스는 건설비가 우리나라의 두 배 이상으로 경쟁력이 비교가 안 된다.

전 세계 원전 시장은 향후 10년간 5000억~740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우린 눈앞에 펼쳐지려 하는 이 엄청난 기회를 꼭 잡아야 한다. 손만 뻗으면 잡을 수 있는 가능성도 크다. 그러려면 뿌리부터 붕괴하고 있는 우리 원자력 산업을 반드시 살려내야 한다. 그 첫걸음은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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