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가 코로나보다 겁나… 20代, 일찾아 해외로

조선일보
입력 2020.05.18 03:00

정부 '글로벌 일자리 대전'에 채용 예상 인원의 3배 몰려
"국내 취업난 너무 심해 차라리 해외 취업 문 두드려"

"왜 굳이 일본까지 와서 일하려 하느냐."(일본 IT 기업 면접관)

"일본 기업은 이공계 출신이 아니더라도 기회를 준다고 들었다."(취업 준비생)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코트라(KOTRA) 1층 사이버무역상담장에 정장을 입고 들어선 취업 준비생 이새몬(28)씨는 일본인 면접관 3명의 얼굴이 보이는 모니터 앞에 앉았다. 면접은 일본어로 진행됐다. 20분 남짓 면접을 마친 그는 "코로나 사태가 터져 당황스럽지만, 단지 그 이유로 그동안 준비한 해외 취업을 포기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일본은 코로나 사망자가 우리나라의 2.8배인 700명이 넘을 정도지만, 일자리만 있다면 마다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씨는 서울 한 명문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지만, 원하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고 했다.

해외 취업에 채용 예정 인원 3배 몰려

이날 행사는 고용노동부와 코트라, 산업인력공단이 매년 상·하반기 개최하는 국내 최대 해외 취업 박람회인 '글로벌 일자리 대전'이다. 개막 첫날인 이날부터 이씨처럼 해외 취업을 원하는 젊은이들이 몰렸다. 22일까지 7일간 열리는 이번 행사는 코로나 사태로 참여 기업이 급감하고, 참가자도 크게 줄긴 했다. 참가 기업이 작년 상반기에는 181개에 달했지만, 올해는 절반도 안 되는 61개로 줄었다. 일본계 기업(50개)이 80%를 차지했고, 미국 기업은 단 두 곳뿐이다. 해외 취업 희망자도 작년에는 5000명이 넘게 몰렸지만, 올해는 775명으로 쪼그라들었다. 그래도 경쟁률은 3대1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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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양진경

올해 면접에 합격하더라도 대부분은 내년 이후에나 입사가 가능하다. 코로나 등 이유로 대부분 기업이 입사 일정을 내년 이후로 미뤄놨기 때문이다. 박람회 관계자는 "작년에 합격한 청년들도 절반 이상이 코로나 사태 때문에 아직 입사하지 못하고 기다리고 있다"며 "여전히 해외 취업을 원하는 청년들이 많아 채용 예정 인원의 세 배가 넘게 참가 신청이 접수됐다"고 했다.

국내 취업문을 뚫지 못해 해외 일자리로 눈을 돌리는 청년들이 늘어나면서 해외 취업은 매년 늘어가는 중이다. 산업인력공단이 파악한 해외 취업자는 2015년 2903명에서 지난해 6816명이 돼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지난해의 경우 IT 등 전문 분야로 취업한 사람이 2362명으로 가장 많았다.

"코로나보다 일자리가 더 걱정"

박람회장에서 만난 취업 준비생들은 "외국의 코로나도 걱정되지만, 나한텐 당장 취업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일본 IT기업 면접을 본 위성원(26)씨는 "코로나나 반일 감정보다 당장 취업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신모(26)씨는 "한국에선 아무리 스펙을 높게 쌓아도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취업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라며 "눈을 낮추면 중소기업엔 어떻게든 취업할 수 있겠지만, 차라리 일본에서 더 좋은 조건의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고용 충격은 청년층이 가장 심하게 받고 있다. 지난 4월 체감 실업률을 의미하는 청년층의 '확장실업률'은 26.6%로 통계가 작성된 201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르바이트 등은 하고 있지만 4명 중 1명이 실제로는 실업 상태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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