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의 世說新語] [571] 주심제복 (注心臍腹)

조선일보
  •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입력 2020.05.13 21:30 | 수정 2020.05.14 00:11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시도 때도 없이 들락거리는 뜬생각이 늘 문제다. 홍대용(洪大容)이 연행 길에서 만난 중국 선비 조욱종(趙煜宗)에게 공부하는 법을 친절히 일러준 '매헌에게 주는 글(與梅軒書)'에도 이에 대한 걱정을 담았다.

"뜬생각을 하루아침에 말끔하게 없앨 수는 없다. 다만 잊지 않으면서, 여기에 더해 맑게 다스리는 것이 중요하다. 간혹 평온치 않은 심기가 나를 옥죄어 떠나지 않거든, 바로 묵묵히 앉아서 눈을 감고, 마음을 배꼽에 집중시켜라. 그러면 정신이 집으로 돌아오고, 뜬 기운이 물러나 고분고분해진다(凡浮念不可一朝凈盡. 惟貴勿忘, 隨加澄治. 或値心氣不平, 纏縛不去, 卽默坐闔眼, 注心臍腹. 神明歸舍, 浮氣退聽)."

글 속에 나오는 주심제복(注心臍腹), 즉 마음을 배꼽에 집중시키라는 말이 귀에 익어 찾아보니 주자가 제자 황자경(黃子耕)에게 보내는 답장에서 한 말이었다. 그 편지의 내용은 이렇다. "병중에 생각에 잠기는 것은 좋지 않다. 모든 일을 잠깐 내려놓고 오로지 마음을 보존하고 기운을 기르는 것에만 힘쓰는 것이 옳다. 다만 가부좌를 틀고 고요히 앉아서 눈은 코끝을 보고, 마음을 배꼽 아래에다 집중시키도록 해라. 오래되어 저절로 따뜻해지면 점차 효과를 보게 될 것이다(病中不宜思慮. 凡百可且一切放下, 專以存心養氣爲務. 但加趺靜坐, 目視鼻端, 注心臍腹之下. 久自溫煖, 卽漸見功效矣)."

강준흠(姜浚欽)은 '밤중(夜)'이라는 시에서 "사방 벽엔 책뿐이요 아무 일도 없는데, 배꼽에 마음 모으니 기운이 따스하다(四壁圖書無一事, 注心臍腹氣氤氳)"고 썼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시선은 코끝을 응시한다. 일렁이는 마음을 달래 단전 쪽으로 내려보낸다. 그러면 단전에서 뜨거운 기운이 일어나 몸을 덥혀주어 순환이 순조로워지고 잡념이 사라진다. 하지만 조선 후기 박장원(朴長遠)은 '차록(箚錄)'에서 주자의 이 편지를 인용한 뒤, "이제 이 방법에 따라 공부를 하려 하는데, 마음속의 천 가지 만 가지 생각의 실마리들을 몰아낼 수가 없으니, 소용이 없을까 걱정스럽다(今欲依此下工夫, 而心下千頭萬緖, 驅去不得, 恐無得力處也)"고 탄식했다. 코끝을 응시하며 마음을 내려놓는 방하착(放下着)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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