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샷] "모기 아니에요, 드론입니다" 어둠 속 비행 돕는 모기 센서

입력 2020.05.10 09:21 | 수정 2020.05.10 17:01

모기는 어둠 속에서도 장애물 회피
날개 주변 공기흐름 변화로 사물 인식
영 연구진, 드론에 공기압력 센서 장착
야간 드론, 악천후 헬기 비행 도울 듯

어둠 속에서 드론의 비행 장면. 모기를 모방한 센서가 지면에 가까이 가면 공기압력의 변화를 감지해 붉은 경고등을 켠다. 드론은 바로 고도를 높여 경고등이 파란색으로 바뀐다. 장노출 사진에서 드론이 반딧불처럼 파란색과 붉은색 조명을 고도에 따라 달리 켜며 비행하는 모습이 연출됐다./영국 왕립수의대
어둠 속에서 드론의 비행 장면. 모기를 모방한 센서가 지면에 가까이 가면 공기압력의 변화를 감지해 붉은 경고등을 켠다. 드론은 바로 고도를 높여 경고등이 파란색으로 바뀐다. 장노출 사진에서 드론이 반딧불처럼 파란색과 붉은색 조명을 고도에 따라 달리 켜며 비행하는 모습이 연출됐다./영국 왕립수의대
더위가 찾아오면 어김없이 모기가 기승을 부린다. 완전한 어둠 속에서도 모기는 벽에 부딪히지도 않고 마음대로 날아다닌다. 과학자들이 모기에게서 한 수 배웠다. 모기가 공기 흐름을 감지해 길을 찾는 능력을 모방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장애물을 피하는 드론을 개발했다.

영국 왕립수의대의 리처드 범프리 교수 연구진은 지난 8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모기의 감각기관을 모방해 드론이 장애물에 충돌하기 전에 경보를 내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일본 지바대와 영국 브라이턴대, 리즈대 연구진도 참여했다.

◇더듬이 주변 공기 흐름 감지해 충돌 회피

모기가 어둠 속에서 아무런 문제 없이 날아다닐 수 있는 것은 더듬이 아래에 있는 ‘존스턴 기관’ 덕분이다. 더듬이 아랫부분에는 감각 세포 1만2000여개가 마치 우산을 펴고 거꾸로 세운 모습처럼 퍼져 있다. 이 세포들은 공기 흐름에 따라 더듬이가 흔들리는 것을 감지한다.

모기는 1초에 800번까지 날갯짓을 할 수 있다. 모깃소리가 귀에 거슬리는 것도 날개를 워낙 빨리 움직여 주파수가 높은 소리가 나기 때문이다. 날갯짓을 하면 주위로 공기가 빠르게 흘러간다. 연구진은 지카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열대집모기를 어둠 속에서 날아다니게 하면서 고속카메라로 촬영했다.
어둠 속에서 비행하는 모기를 고속촬영한 사진(왼쪽)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오른쪽)을 통해 모기가 날갯짓을 하면서 동심원처럼 퍼져 나간 공기 흐음이 벽에 부딪혔다가 되돌아 오는 것을 확인했다. 모기는 이때 더듬이가 흔들리는 것을 감지해 장애물을 인식한다./영국 왕립수의대
어둠 속에서 비행하는 모기를 고속촬영한 사진(왼쪽)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오른쪽)을 통해 모기가 날갯짓을 하면서 동심원처럼 퍼져 나간 공기 흐음이 벽에 부딪혔다가 되돌아 오는 것을 확인했다. 모기는 이때 더듬이가 흔들리는 것을 감지해 장애물을 인식한다./영국 왕립수의대
연구진은 수천 장의 사진과 컴퓨터 시뮬레이션(가상실험)을 통해 날갯짓에 아래쪽으로 퍼져 나간 공기 흐름이 벽이나 바닥 같은 표면에 부딪혔다가 되돌아오는 것을 확인했다. 존스턴 기관은 이때 공기 흐름이 달라지면서 더듬이가 흔들리는 것을 감지한다. 모기는 바로 장애물이 가까이 있다고 보고 회피 기동을 한다.

연구진은 모기가 이른바 ‘공기역학 영상’을 통해 어둠 속에서도 눈으로 보듯 세상을 인식하고 장애물과 충돌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험에서 열대집모기는 자기 날개 길이의 최대 20배나 되는 거리까지 장애물을 감지할 수 있었다.

◇야간이나 악기상 비행 때 안전 확보

연구진은 손바닥만 한 크기의 드론에 모기의 존스턴 기관과 같은 역할을 하는 센서를 장착했다. 이 센서는 공기 압력 변화를 감지한다. 연구진은 드론이 벽이나 지면에 근접하면 센서가 공기 흐름의 변화를 감지해 붉은 등을 켜도록 했다. 실험 결과 어둠 속에서 파란 등을 켜고 비행하던 드론은 벽이나 지면에 가까워지면 붉은 등이 켜지면서 바로 고도를 높이거나 방향을 틀어 충돌을 막을 수 있었다.
모기를 모방한 센서를 장착한 드론의 비행 장면. 벽(맨 위)이나 지면(중간, 아래)에 근접하면 공기압력의 변화를 센서가 감지해 붉은 경고등(화살표)를 켠다. 덕분에 어둠(아래) 속에서도 안전한 비행을 할 수 있다./Science
모기를 모방한 센서를 장착한 드론의 비행 장면. 벽(맨 위)이나 지면(중간, 아래)에 근접하면 공기압력의 변화를 센서가 감지해 붉은 경고등(화살표)를 켠다. 덕분에 어둠(아래) 속에서도 안전한 비행을 할 수 있다./Science
연구진은 ”무게가 9.2g에 불과한 이 센서가 드론이 어둠 속에서도 물건을 나르고 다리를 검사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범프리 교수는 “드론이 하는 일이 훨씬 많아질 미래에 모기에서 영감을 얻은 기술이 건물이나 인프라 주위에서 드론이 안전하게 작업을 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며 “이번 기술은 소형 드론뿐 아니라 기상이 나빠 앞이 잘 보이지 않은 곳에서 비행하는 헬리콥터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왕립수의대 연구진은 모기가 어두운 밤에 장애물을 피하는 원리를 이용해 드론이 지면이나 벽에 부딪히지 않도록 방지하는 센서를 개발했다. 드론은 지면에 가까이 가면 공기 흐름이 달라지는 것을 감지해 회피 기동을 한다./영국 왕립수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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