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아싸는 예쁘거나 연인 있으면 안된다? '도둑맞은 아싸' 논쟁

조선일보
입력 2020.05.09 03:00

2030 남녀 1000명에게 물었다

'인싸들이 고독함을 탐내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해 본 일이었다.'

최근 대학가에서 '아싸'를 훔쳐갔다는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아싸'는 아웃사이더(outsider)를 줄여 부르는 신조어. 어떤 조직이나 공동체에서 적극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부류를 뜻하는 '인싸(insider·인사이더)'의 반대 개념으로 쓰인다. 논쟁은 자칭 '아싸'라는 동영상 창작자들이 혼자 밥 먹거나, 혼자 수업 듣는 영상 등을 찍어 유튜브에 올리면서 시작됐다. 여기에 자신을 '진짜 아싸'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따졌다. "세상에 어떤 아싸가 자기 일상을 유튜브에 찍어 올리겠느냐. 인싸와 아싸라는 말이 유행하니 그냥 유행 따라 옷 바꿔입듯이 정체성 갈아입는 게 역겹다." 박완서 작가의 '도둑맞은 가난'을 패러디한 '도둑맞은 아싸'라는 말까지 나온다.

누군가의 지적대로 이들은 '아싸'라는 타이틀을 이용해 유튜브 영상의 조회 수를 올리고자 하는 '가짜 아싸'일 수 있다. 그러나 정말 아싸는 유튜브 찍을 용기도 없는 사람이고, 외모가 단정해서도 안 되는 걸까. '아무튼, 주말'이 2020년 아싸의 기준에 대해 짚어봤다.

일러스트= 김영석
일러스트= 김영석
아싸는 많고, 인싸는 없다?

'아무튼, 주말'이 SM C&C 플랫폼 '틸리언 프로(Tillion Pro)'를 통해 20~30대 남녀 10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7.7%가 자신을 '자의 혹은 타의에 의한 아싸'라고 했다. 특히 스스로 아싸를 선택했다는 '자발적 아싸'가 50.7%였다. 반면, '인싸'라고 자처하는 사람은 14.2%에 그쳤다.

과거 아싸는 부정적인 의미가 강했다. 때에 따라 왕따와 동의어로 읽히기도 하고, 자신이 아싸라는 데서 자괴감을 느끼거나 상처를 받는 사람도 있었다.

자신을 아싸라고 생각하는 이에게 이유를 물었다. 응답자 37.6%(복수 응답 가능)는 '필수 참석해야 하는 모임 등에 참석하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그다음이 '수업이나 식사시간 등에 혼자 다니기 때문에(34.4%)'였다. '성격이 내성적이기 때문에(34.1%)' '친구가 없기 때문에(20.7%)' '외모에 자신감이 없기 때문에(12.0%)' 등이 그 다음이었다.

경기도 소재 대학교 4학년인 김모(23)씨는 "주변을 살펴보면 '나는 아싸야'라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만, '나는 인싸야'라고 말하는 사람은 보기가 어렵다"며 "인싸의 전제 조건은 일단 사람이 많이 모여야 한다는 건데, 요즘은 무리가 형성되기가 어렵다"고 했다. 요즘 대학가에선 동아리·학회 등 집단주의 문화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총학생회가 없는 대학까지 생겨나고 있다. 출마 후보가 없거나 투표율이 크게 못 미쳐 선거가 무산됐기 때문이다.

직장인 이민영(28·가명)씨도 대학 시절 자발적 아싸였다. 대학교 1학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수업을 혼자 듣고, 학회 등 과모임에도 참여한 적 없다. 이씨는 "처음 대학에 들어갔을 때는 3~4명씩 같이 시간표를 맞췄는데, 내가 원하는 수업은 듣지 못하거나 공강(강의가 없는 때) 시간이 애매하더라"며 "과외나 아르바이트 시간 등을 조절하기 위해서 혼자 다녔다"고 했다.

실제 이씨 같은 자발적 아싸에게 그 길을 선택한 이유(복수 응답 가능)를 물었더니 '혼자 다니는 게 편해서(57.5%)' '대인 관계에 지쳐서(38.5%)'를 주된 이유로 꼽았다. 26.0%는 '모임 참석 비용 등이 부담스럽다'고 했으며, '시험·취직 등의 목표를 위해서'라는 응답도 16.1%였다.

얼마나 '아싸'여야 '아싸'인 건가

자신을 '진짜 아싸'라고 칭하는 이들은 아싸를 도둑맞았다는 이유로 다음을 꼽는다. '존예존잘(매우 예쁘고 잘생긴) 아싸' '연애를 몇 번씩 하는 아싸'. 예쁘고 잘생긴 아싸와, 연애 경험이 있는 아싸는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설문조사 결과, 자신을 '아싸'라고 칭한 사람 중 43.6%는 '연인이나 배우자가 있다'고 답했다. 친한 친구가 몇 명이나 되냐고 물었을 때, 10명 이상이라고 답한 '아싸'도 9.1%이었다. 6~9명이 15.4%, 3~5명이 39.7%였다. 스스로에 대한 외모 만족도의 경우 8.7%가 '매우 만족한다'고 답했다. '보통'이 43.3%, '만족한다'가 23.9%였다. 75.9% 이상이 자신의 외모에 대해 보통 이상의 만족감을 표한 것이다.

이들은 모두 가짜 아싸인 것일까. 이씨는 "외모와 이성친구 여부로 내가 아싸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며 "단체 행동을 싫어하고 유행하는 일을 따라하는 것에 무관심 할 뿐"이라고 했다.

아싸 논쟁이 한창이던 지난달 16일 대학교 익명 게시판에는 이런 글이 올라왔다.

"얼마나 '아싸'여야 '아싸'인 건가?… '진짜 아싸'를 들먹이며 '적당한 아싸'를 공격한다. 그런데 그들은 '아싸=사회 부적응자'라고 못을 박음으로써 도리어 '진짜 아싸'들을 비참하게 깎아내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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