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채무비율 40% 논란 넘어, 60%도 괜찮다는 與

조선일보
입력 2020.05.02 01:30

나랏빚 이미 820조 육박하는데 330조 더 빚내도 된다는 논리
작년엔 "40%대 중반 수준 관리"

정부 여당이 최대 30조원에 달하는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추진하는 가운데, 여권에서 "미증유의 위기 상황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40%를 넘어 60%에 이르는 것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1일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사태에 세계 각국이 수십조~수백조원씩 지출하고 있지 않으냐"며 "특정한 국가채무비율을 지켜야 한다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여야와 기획재정부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가채무비율을 40% 이하로 관리해야 하는지를 두고 논쟁을 벌였다. 그러나 올 들어 총 24조원에 이르는 1·2차 코로나 추경으로 올해 국가채무비율이 42%를 넘어서게 되자, 이제는 60%까지 가도 큰 문제가 없다는 쪽으로 입장이 바뀌고 있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지난달 30일 "유럽에서 국가부채를 가장 깐깐하게 관리하는 나라가 독일인데 독일의 국가부채비율이 60%가 넘는다"며 "그런데 이번 코로나 때문에 메르켈 정부가 법으로 정해놓은 (국가채무) 한도를 풀었다"고 했다. 이어 "정부가 이럴 때 빚을 안 내면 국민이 빚을 (낸다)"이라고 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정우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우리나라 국가채무의 질적 측면을 고려하면 40%일 때나 60~70%일 때나 별 차이가 없다"고 했다.

국가채무비율이 30%대 후반이었던 지난해까지만 해도 민주당은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약 110%보다 현저히 낮다"며 재정 정책 여력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비율이 40% 중반을 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고 했다.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지난해 9월 당 회의에서 "국가채무에 관한 우려는 기우"라며 "2023년까지 국가채무비율은 40%대 중반 수준 이내에서 안정적으로 관리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30조원에 이르는 3차 추경의 대부분이 적자 국채 발행으로 조달되면 국가채무비율은 단번에 45%대로 뛰어오르게 된다. 더구나 올해 한국 경제는 코로나 충격파로 국가채무는 더 급속히 악화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최근 국가채무비율을 일정 수준 이하로 관리하겠다는 얘기가 사라졌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관계자는 "국가채무비율은 몇 % 이내여야 적정하다는 절대적 기준은 없다"며 "유일하게 참고할 만한 기준은 유럽연합의 '마스트리흐트 기준'인데, 이것 역시 자의적으로 설정된 것"이라고 했다. 이 기준은 유럽연합이 경제 공동체로서의 통합성과 유로화 가치 유지를 위해 설정한 것으로, 각 회원국의 연간 재정 적자가 GDP의 3% 이내여야 하고 국가채무비율은 60% 이내여야 한다는 기준이다.

지난해 한국의 GDP는 1914조원가량으로 추산되고, 올해 1·2차 추경으로 인한 적자 국채 발행액을 감안하면 국가채무는 818조9000억원에 이른다. 민주당 셈법에 따르면 GDP의 60%인 1148조원까지 국가채무를 늘릴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더 써도 되는 돈'이 최소 330조원이 남아 있는 셈이다.

하지만 학자들은 "한국의 빠른 국가채무 증가 속도와 인구 고령화 등을 고려할 때, 국가채무비율에 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부양비는 고령화가 많이 진행돼 성숙 단계에 접어든 선진국에 비해서 낮은 편"이라며 "지금은 미래를 대비해 국가 재정 여력을 쌓아둬야 하는 시기"라고 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재정 건전성 악화로 국민의 부채 부담이 증가하는 문제뿐 아니라 올해처럼 한 해에 국채를 많이 발행하면 외환시장의 불안정성을 불러올 수 있고, 국채 쪽으로 자금이 쏠리면서 민간 기업이 자금 조달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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