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다음날에야 유족 찾은 이천시장 "다른 현장 살폈다"

입력 2020.05.01 03:02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
직원들은 "피곤해 자러 가"

38명이 숨진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화재 당일인 29일 현장 대응과 수습을 총괄해야 할 엄태준(57) 이천시장이 현장에서 보이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엄 시장은 하루가 지난 30일 현장에서 희생자 유족들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

30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모가실내체육관에 마련된 피해 가족 대기실에서 엄태준(오른쪽) 이천시장이 무릎을 꿇고 유가족에게 사죄하고 있다.
30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모가실내체육관에 마련된 피해 가족 대기실에서 엄태준(오른쪽) 이천시장이 무릎을 꿇고 유가족에게 사죄하고 있다. /연합뉴스
엄 시장은 29일 오후 7시쯤 정세균 국무총리가 화재 현장을 방문했을 때 이재명 경기지사 등과 함께 맞이했다. 그러나 곧바로 사라져 이날 밤 소식을 듣고 달려온 가족들이 발을 구르고 있을 때는 보이지 않았다. 인근 실내 체육관에 임시로 마련한 대기 장소에 모인 가족들은 시장은 나타나지 않자 목소리를 높였다. 유족들은 이천시 직원들에게 "왜 큰 사고는 죄다 이천에서 나느냐, 안전 관리를 제대로 못 해서 그런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결국 오후 11시쯤 권금섭 이천시 부시장이 실내 체육관으로 달려왔다. 또 "매우 송구스럽다"며 화재 사고 경과를 설명하고, 그때까지 확인된 사망자 명단도 처음 발표했다. 특히 이천시 측은 엄 시장의 당시 소재도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현장 직원은 "코로나 사태로 심신이 많이 지쳤고 몸이 매우 좋지 않다며 먼저 들어갔다"며 시청 집무실에서 자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시장님은 집으로 일찍 들어가 쉬고 있다"고 전하는 직원도 있었다.

엄 시장은 30일 오전 10시 30분에야 실내 체육관에서 열린 유족 브리핑에 등장했다. 그는 "어젯밤에 체육관은 부시장이 담당하고, 저는 다른 현장을 살펴봤다"고 주장했다. 또 "집에서 쉬었다는 말은 틀렸다.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해도 된다"라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다른 현장'이 어디였는지는 끝내 밝히지 않았다.

밤샘을 한 유족들은 "여기보다 더 중요한 현장이 어디냐" "시장은 내 아들 죽는 동안 뭘 했느냐", "책임자를 찾아 엄벌에 처해야 한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일부는 엄 시장을 붙잡거나 주저앉아 통곡하기도 했다. 엄 시장은 이날 간이 천막을 일일이 찾아 무릎을 꿇었다. 그는 "아픔을 드려 정말 죄송하고 송구스럽다.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현장 점검을 통해 다시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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