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샌드위치 패널… 전수조사까지 해놓고 참사 되풀이

입력 2020.04.30 01:30

[이천 물류창고 화재… 또 가연성 물질·안전 불감증 따른 人災]
유독가스 빠르게 확산, 사망 38명중 18명이 2층서 발견
10여차례 폭발음… 준공 전이라 스프링클러도 설치안돼
文대통령 긴급회의 "유사 사고 반복, 과거서 교훈 못얻어"

또 '우레탄폼'과 '샌드위치 패널'이었다. 애꿎은 사람 수십명이 떼죽음당하는 일이 20년 이상 반복되고 있지만 변한 건 전혀 없었다. 현 정부는 2017년 12월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와 2018년 1월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를 잇따라 겪은 뒤 다중이용시설 소방점검 전수조사까지 하는 요란을 떨었다. 당시 "안전 불감증이야말로 적폐"라며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전수 조사를 지시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참사 뒤 긴급대책회의를 주재하고는 "과거의 사고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것"이라며 "유사한 사고가 반복돼 유감"이라고 했다. 그러나 교훈을 얻지 못한 건 정부도, 소방 당국도, 현장의 기업과 작업자들도 마찬가지였다.

29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부상자를 들것에 싣고 구급차로 옮기고 있다.
29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부상자를 들것에 싣고 구급차로 옮기고 있다. 이날 화재로 30일 0시 기준 38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을 당했다. /연합뉴스
◇지하 2층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

불이 난 물류창고는 한익스프레스가 2018년 5월 30일 이천시로부터 냉동·냉장창고 용도 건축 허가를 받아 지난해 4월 23일 공사를 시작한 곳이다. 한익스프레스는 한화 계열사를 주요 고객으로 삼고 있는 물류 전문 기업으로, 회사 대표 이석환씨는 김승연 한화회장 누나의 김영혜씨의 아들이다.

화재는 지하 2층에서 발생했지만 순식간에 꼭대기 4층까지 번졌다. 사망자는 전층(全層)에서 나왔다. 지하 2층의 엘리베이터 설치 공사 현장 부근에서 우레탄폼 작업을 하면서 발생한 유증기가 원인 모를 불씨로 폭발하면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소방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10여 차례 폭발음을 들었다"는 목격자 증언도 있었다.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조선일보
화재 당시 창고 내부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78명 중 38명(30일 0시 기준)이 숨졌다. 시신 대부분이 불에 새카맣게 타, 경찰은 신원 확인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결같이 새카맣게 그을려 거의 발가벗은 상태였다. 급격한 열기가 순간적으로 옷을 모두 태워버린 것이다. 10명은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또 샌드위치패널 창고에 우레탄폼 발화

2008년 이천 냉동창고 화재도 샌드위치패널 구조에다 우레탄폼 작업을 하던 중 발생했다. 우레탄폼 작업을 하면서 발생한 유증기에 용접 불꽃이 튀면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소방 당국이 지금까지 파악한 이번 화재도 원인은 똑같다. 한 생존자는 "지하 2층에서 용접하던 중 튄 불꽃이 화재로 이어진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샌드위치패널은 샌드위치처럼 얇은 철판이나 판자 속에 단열재를 넣은 건축 재료다. 단열재로는 우레탄 또는 스티로폼 등이 들어간다. 단열과 방음 기능이 좋고 건설 기간이 매우 짧으며, 가격이 일반 건축물보다 저렴하다. 하지만 화재에 취약하고 불이 붙으면 유독 가스를 내뿜어 대형 화재의 원인이 돼 왔다.

현행법상 통풍이나 환기가 잘되지 않고 불에 잘 타는 물질이 있는 건축물 내부에서 불꽃작업을 할 경우 소화기구를 현장에 비치하고, 불티 비산방지덮개나 용접방화포 등도 갖춰야 한다. 이 규정이 지켜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규정이 지켜졌다면 그 짧은 시간에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국내의 대형 화재 참사
화재는 건물 벽면을 구성한 샌드위치패널, 현장에 있던 우레탄폼을 태우며 급격하게 번져나갔다. 스티로폼과 우레탄폼이 탈 때 발생하는 유독가스는 치명적이다. 소방 관계자는 "인부들이 유독가스를 마신 상태에서 연기를 헤치고 출구를 찾아나오기란 거의 불가능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창고의 경우 일반 건물에 비해 유리 창문이 없거나 적어 이 또한 불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또 신축 중인 창고였던 탓에 내부에는 스프링클러 등 소방 장비가 설치되기 전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 강조 정부의 헛구호

세월호 참사와 같은 대형 재난 방지를 내걸고 출범한 이번 정부는 전례 없이 '안전'을 강조해왔고, 대형 사고가 있을 때마다 대통령이 직접 현장을 방문하고 대책을 주문해왔다. 그러나 대형 사고는 반복되고 있다. 2017년 12월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가 발생하고 불과 한 달 만에 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47명이 사망했다. 이후 2개월간 중소형 병원 등 다중이용시설 6만 곳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안전점검 활동을 벌였으나 이번에 또 참사가 벌어졌다. 소동만 벌였을 뿐 현장에서 실효성 있는 안전 대책이 마련되지는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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