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둥 무너진 집에서 가재도구 놓고 다투는 통합당

조선일보
입력 2020.04.21 03:26

총선에서 참패한 미래통합당이 어제 의원총회를 열고 향후 지도부를 어떻게 구성할지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의견과 전당대회를 열어 새 대표를 뽑자는 견해가 갈렸다고 한다. 선거에서 참패하고 지도부가 사퇴한 당 수습 과정에서 여러 방안이 제시되고 논쟁이 벌어질 수는 있다. 문제는 그 논쟁이 패배 원인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아니라 쪼그라든 당의 내부 자리다툼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이번 총선에서 당선한 다선 의원 가운데 벌써 10여 명이 원내대표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미 대선 후보가 된 듯 행동하기도 한다. 통합당은 전국 단위 선거에서 4연패를 기록했다. 민주화 이후 30여 년간 없던 일이다. 야당으로선 지고 싶어도 지기 어렵다는 정권 3년 차의 총선에서 기록적으로 참패했다. 그런데 지금 기둥과 지붕이 다 무너져 내린 당에서 남아있는 가재도구라도 챙기겠다고 바쁜 모습이다. 그런 한편에선 아무런 근거도 없고 비합리적인 부정선거 음모론까지 펴고 있다. 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통합당을 외면하고 혐오하는 것은 바로 이런 행태가 거듭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통합당이 실제로 한 것은 수권 정당 재건이 아니었다. 지도부는 인재 영입과 정책 대안 마련보다는 당내 라이벌 부상을 견제하고 축출하는 데 더 신경을 썼다. 자리를 지키고 시간만 가면 대선 후보도 되고 어쩌면 정권도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것 아닌가. 의원들은 3040세대의 민심 악화에 처방을 내놓기는커녕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깨닫지도 못했다. 통합당 비호감도가 북한 김정은과 같은 수준이라는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는데도 경보를 울리는 사람 한 명이 없었다.

통합당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는 예측하기 어렵지 않다. 당명을 또 바꾸고, 당 색깔도 다시 교체할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그대로일 것이다. 뻔한 사람, 이미 국민의 평가가 끝난 사람들이 다시 나와 당을 더 밑으로 끌고 내려갈 것이다. 지금의 통합당 대의원들이 전당대회에서 지도부를 뽑으면 이런 사람들이 그대로 당선되게 돼 있다. 국민에게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는 사람은 결코 당선될 수 없는 구조다. 이 낡고 퇴행적인 구조를 혁파하자는 논의는 한마디도 없다.

현재 야당은 국회법상으로는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다. 밤에 잠이 오지 않아야 정상이다. 그런데 자리다툼부터 하고 있다. 정권의 잘못된 정책에 반대해 어쩔 수 없이 통합당에 표를 던진 1200만표의 민심마저 등을 돌리는 날이 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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