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는 사람을 안 키워… 영끌해도 40% 못 넘는다"

입력 2020.04.18 01:30

[오늘의 세상]
- 野 30대 낙선자에게 듣는다
이준석·서울 노원병 - "경제민주화·747성장 같은 시대정신 전혀 못 보여줘"
조성은·선대위 부위원장 - "병역 면제받은 당대표가 보수대통령 하겠다니…"
김재섭·서울 도봉갑 - "태극기 세력 눈치보며 탄핵 얘기나 계속하고…"
박진호·경기 김포갑 - "청년들이 당 주도권 쥐고 세대·인물·철학 다 바꿔야"
이윤정·여연 퓨처포럼 대표 - "보수 내세우며 탐욕·사익… 확정된 공천까지 뒤집어"

미래통합당의 30대 청년들은 17일 본지 인터뷰에서 "통합당은 2016~2018년 대통령 탄핵, 선거 3연속 패배 등 네 차례나 국민의 경고를 받고도 권위주의적 당 문화, 구시대적 계파 싸움, 특권적 사고방식을 전혀 청산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들은 이번 4·15 총선 결과에 대해 "국민 눈에 조국 전 장관이 '악당'이었다면 우리 당은 '괴물' 또는 '쓰레기'였던 것 같다" "극우 세력과 '영남 중심주의'와도 단호히 결별해야 한다" 등 쓴소리를 쏟아냈다.

◇"보수 내세우며 탐욕·사익에 혈안"

통합당 수도권 낙선자들은 선거가 막바지로 갈수록 "그 당은 '반(反)문재인' 말고 뭐가 있냐"는 싸늘한 비판을 받았다고 했다. 이준석(35·서울 노원병) 후보는 "통합당은 선거 기간 내내 '보수가 만들고자 하는 세계'가 무엇인지 청사진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며 "보수를 승리로 이끌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 민주화', 이명박 전 대통령의 '747 성장' 같은 시대정신도 제시하지 못했다"고 했다. 김재섭(33·서울 도봉갑) 후보도 "당에서 자꾸 '민주당이 이기면 사회주의로 간다' '시장 자유주의를 지키자'는 말을 반복했는데, 전혀 유권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고 했다. 이윤정(33·경기 의왕·과천) 예비후보는 "이제 유권자는 무능해 보이는 야당에 절대 표를 주지 않는다"고 했다. 조성은(32)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도 "'문재인 좌파 독재'라는 구호에 국민이 동의하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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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이준석, 조성은, 김재섭, 박진호, 이윤정
조성은 부위원장은 "보수 가치는 입헌주의, 법치주의에서 나온다"며 "그런데 지난해 12월 태극기 세력이 국회를 아수라장으로 만드는 모습은 대다수 국민 눈에 그저 혐오스러웠을 뿐"이라고 했다. 이어 "병역 면제를 받은 당대표가 '보수 대통령'을 하겠다는 것도 난센스처럼 비쳤다"고 했다. 이윤정 후보는 "보수를 내세우며 탐욕과 사익을 채우는 분이 너무 많다. 그럴 거면 그냥 사업을 하시라"고 했다. 이들은 '영남' '5060 남성' '법조인' 등 당 주류에 대해서도 "일반 대중이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공감 능력이 전혀 없기 때문에 'n번방 호기심'(황교안) 같은 발언이 끊이질 않는 것"이라고도 했다.

◇"중도층, 민주당을 보수당으로"

청년들은 "황교안 전 대표가 전광훈 목사, 태극기 세력, 극우 유튜버들에게 휘둘리는 모습이 중도층 표심에 지속적인 악영향을 끼쳤다"고 했다. 이준석 후보는 "정당 대표가 종교계와 그렇게 밀착한 건 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그뿐 아니라 유튜버들에게 끌려다니는 이런 수준의 정당은 이제 안 된다"고 했다. 김재섭 후보는 "태극기 세력이 자꾸 문제 삼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역시 국회와 헌법재판소에서 헌법적 판단이 완료된 문제"라며 "헌법 수호, 법치가 핵심 가치인 보수 정당이 태극기 눈치를 보며 탄핵에 계속 문제를 제기하는 건 비겁하다"고 했다. 박진호(30·경기 김포갑) 후보도 "극우 세력을 껴안으려다가 표로 심판받지 않았느냐"고 했다.

선거 막바지 '세월호 막말'에 대해 조성은 부위원장은 "당이 극우 세력의 항의 때문에 해당 후보를 제명조차 못 하는 모습에 제 주변 중도층은 '통합당은 그냥 폐기 처분 하자' '그냥 민주당을 보수 정당 시키자'는 반응이었다"고 했다. 이른바 '막말 의원'들이 대거 낙선한 데 대해서도 "국민이 수준 미달의 '불량 제품'을 분리수거한 것"이라고도 했다. 이윤정 후보는 "당헌·당규 및 당의 의사 결정 구조를 바꿔서라도 '목소리 큰 극단 세력'으로 인해 민심의 외면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청년은 '험지'에 쓰고 버려"

수도권에 출마했던 이준석·김재섭·박진호 후보는 40% 내외를 득표했으나 낙선했다. 이들은 "영남 등 자기 지역구에 뿌리가 있는 '현역'들에 비해 청년들은 선거를 준비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고 했다. 김재섭 후보도 "열정이 있다고 험지로 보내는 게 청년을 위한 배려냐"며 "지역 기반이 없는 곳에 보내면 경험이 없는 청년들이 얼마나 살아 돌아올 수 있겠냐"고 했다. "황교안 전 대표와 당내 기득권 세력은 보수 정당의 후진을 양성할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았다"고도 했다. 황 전 대표에 의해 이미 확정된 공천을 번복당했던 이윤정 예비후보는 "(친황 등) 당내 주류가 공천을 뒤집는 모습에 중도층 표심이 돌아섰다"며 "황 전 대표 등 지도부는 원칙·상식·합리 없는 공천으로 자초한 패배에 대한 진정성 있는 책임 의식이나 죄의식이 하나도 없다"고 했다.

박진호 후보는 "청년들이 당의 주도권을 쥐고 세대·인물·철학을 완전히 바꿔야만 대선을 치를 수 있다"고 했다. 이윤정 후보도 "밀레니얼(1980~1990년대생) 세대가 획기적으로 전면에 나서면서 4050의 조력을 받는 것이 이상적"이라며 "이미 선거 지형이 바뀌었고, 보수는 아무리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기)'을 해도 40%를 못 넘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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