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대로 몇 개월 더 가면 대기업도 무너질 수 있다

조선일보
입력 2020.04.10 03:24

코로나 사태가 2분기 중에 진정되지 않을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이 0%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한국은행이 밝혔다. 이마저도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마이너스 2.3% 전망치를 내놓았고, 노무라증권·S&P를 비롯한 해외 기관들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1980년 오일쇼크와 1998년 IMF 외환위기 두 번뿐이었다.

한국 경제는 코로나 사태 이전에 이미 위기였다. 작년 성장률이 금융 위기 이후 10년 만에 최저인 2.0%로 추락한 데 이어 올 연초에도 생산·소비·투자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내수가 쪼그라들고 수출까지 감소하면서 자영업 서민 경제가 무너지고 기업들이 멍들었다. 지난해 코스피 상장 기업의 21%가 영업이익으로 은행 이자도 내지 못하는 한계 기업으로 전락했고, 전체 상장 기업의 악성 재고도 1년 새 10%나 증가해 역대 최고로 올라갔다. 경제의 주동력원인 제조업이 침체에 허덕이며 공장 가동률이 금융 위기 이후 가장 낮은 70%대로 떨어졌다. 일부 산업 단지는 가동률이 50%대로 낮아져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로 주저앉았고, 단지마다 공장 매물이 쌓이고 있다. 이 모든 일이 코로나 사태 이전에 벌어졌다. 온갖 자해(自害)정책으로 100만명 가까운 자영업자들이 줄도산하고 일자리가 사라지는 고용 참사가 벌어진 것도 코로나 이전의 일이다.

그 위를 코로나 충격이 덮친 것이다. 항공·관광·외식·패션 분야는 아사(餓死) 직전이고 석유·화학·자동차·조선·중공업 등 주력 산업의 대기업들도 인력 감축, 무급 휴직, 감산에 나서면서 필사적으로 생존의 발버둥을 치고 있다. 직원 월급조차 주지 못하고 알짜 사업부문 매각에 나서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기업 열 곳 중 아홉 곳이 "앞으로 5개월을 못 버티겠다"고 했다는 설문 조사도 나왔다. 무엇보다 한국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 경제가 심상치 않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2분기에 마이너스 30%로 폭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상상도 못 할 수치다. 한국 경제에 밀려올 쓰나미 역시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지금 정부의 대책들은 저소득층과 소상공인·중소기업에만 집중돼 있다. 현금 살포 등 매표(買票) 성격 자금이 수십조원에 달한다. 주력 산업의 기둥인 대기업들도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는데 이들에 대한 정부의 고려는 거의 없다. 대기업 표가 얼마 안 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대로 가면 몇 개월 안에 대기업들도 자금난에 몰려 흑자 도산에 빠질 위험성이 크다. '설마' 할 일이 아니다. 선거에 이긴다고 이 심각한 위기가 없어지나. 정책 대전환의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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