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총선 며칠 전 450만 명에게 1조 살포, '고무신 선거'와 뭐 다른가

조선일보
입력 2020.04.10 03:26

정부가 만 7세 미만 아동이 있는 전 가구에 월 10만원의 아동수당과 별도로 40만원씩, 총 1조여원의 상품권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코로나 피해 지원 차원에서 아동수당 4개월 치를 추가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지급 시점은 총선 이틀 전인 오는 13일이다. 지급 계획은 지난달 1차 추경에서 결정된 것이지만 각 가정에 상품권이 전달되는 시점을 총선 이틀 전으로 잡은 것이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7세 미만 아동을 둔 209만 가구, 400만 명가량의 유권자에게 대놓고 1조원을 뿌리겠다는 것이다.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지 못한 65세 이상 52만여 명에게는 3월 임금 27만원씩을 '선지급' 형태로 이번 주 중 나눠주겠다고 한다. 총 지급액은 1409억원이다. 코로나 사태로 일자리 사업이 중단돼 일을 하지 않았더라도 먼저 돈을 주겠다는 것이다. 생계 곤란을 겪는 취약 고령자들의 민원이 쏟아져도 '선지급 후 정산'이 사업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미적대던 정부가 총선이 코앞에 닥치자 태도를 바꿨다. 얼마 전 통계청은 세금 써서 만드는 노인 일자리가 중단됐어도 '일시 휴직자'로 간주해 2월 60세 이상 취업자가 57만명이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했다. 일 안 한 일자리를 고용 실적으로 잡아 통계 분식을 하더니, 이젠 일 안 한 일자리에 돈부터 주겠다고 한다. 1960년대 고무신 뿌려 표를 얻던 '고무신 선거'와 뭐가 다른가.

'소득 하위 70%에게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을 지급하겠다던 긴급재난지원금은 갈수록 판이 커지고 있다. 여야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전 국민 지급'을 주장하자 국무총리는 "고소득자에게서 (세금으로) 다시 환수한다는 조건"을 전제로 긍정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 국민으로 확대하면 소요 예산은 9조원에서 13조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총선 이후 새 국회 구성 이후 추경을 거쳐 빨라야 5월에나 지급 가능한 '가구당 100만원'의 현금 뿌리기 카드를 정치권은 물론 정부도 앞장서서 흔들어 보이며 유권자를 현혹하고 있다. 코로나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는 긴급한 대출 지원도 빨리 이뤄지지 않아 돈 가뭄이 심각한 상황이다. 그런데 다른 곳에선 역대급 세금 살포가 총선 며칠 전에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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