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코로나 이후 국제 질서 바뀐다

조선일보
  • 강선주 국립외교원 교수
입력 2020.04.08 03:13

강선주 국립외교원 교수
강선주 국립외교원 교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세계가 혼돈에 빠졌다. 각국이 거미줄같이 연결되는 세계화와 급격한 기후변화 등 전염병이 창궐하기 쉬운 조건이 형성되어 있는데도 대비하지 않은 결과다. 이번 사태는 국제관계의 충격적인 현실을 드러냈다. 우선 미국의 리더십이 사라졌다. 미국은 자신을 코로나19에서 지켜내지 못했고, 다른 국가들에 모범도 못 되고 지원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미·중 간 갈등·불신도 심화하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19 진원으로서 정보 공개를 지체했고, 양국은 그 발생 책임 소재를 놓고 서로 비판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글로벌 대응이 요구되지만 세계 각국은 그 어느 때보다 각자도생(各自圖生)을 모색하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큰 희생을 치르는 이탈리아에 유럽연합(EU)은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는 전후 국제 질서 유지에 기여한 국제기구들이 21세기 국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세계화·다자주의와 민족주의·일방주의가 혼재하는 와중에 국제적 리더십이 방향을 잡지 못하는 것이다. 전염병이 순식간에 전 세계로 확산하여 공급 체인을 붕괴시키는 등 세계화의 위험도 드러났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제 질서는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다. 코로나19 피해를 최소화하고 종료 후 경제를 회복할 능력을 가진 국가들이 향후 국제 관계를 주도할 것이다. 미·중 모두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다. 앞으로 양국의 리더십 회복 노력이 경쟁적 방식으로 전개될 경우 주변국들은 양자택일에 직면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이후 새 국제 질서에 맞는 국가적 목표와 전략을 검토하고 그에 맞게 외교 노선을 조정해야 한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